18일 첫 방송 된 SBS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 분).

18일 첫 방송 된 SBS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 분). ⓒ SBS


전지현의 TV 복귀작인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18일 처음 방송됐다. 그의 아주 모처럼의 안방극장 나들이라는 점, 거기에 떠오르는 신예 김수현까지 가세한 터라 이 드라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꽤나 높은 편이었다. 모든 것에 앞선 관심사는 아마도 그들의 연기와 어울림 등일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살고 있는 한 남자를 둘러싼 이야기. 그래서인지 드라마의 분위기는 몽환적이었고, 때로는 신비로운 느낌까지 주었다. 소문난 잔치 <별에서 온 그대>, 과연 먹을 것은 얼마나 있을까?

<맨 프롬 어스> 주인공 닮은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

<맨 프롬 어스>라는 영화가 있다. 지난 2007년 미국에서 제작되었는데, 결코 늙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10년에 한 번씩 거주지를 옮겨야만 하는, 현재까지 무려 1만 4천년을 살아온 존 올드맨(데이빗 리 스미스 분)이 주인공이다.

<맨 프롬 어스>는 친절한 스토리텔링 위주의 영화가 아니며 너무나 정적이어서 언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인지 조급함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한시도 눈과 귀를 뗄 수 없게 만들 정도의 몰입감을 자랑한다.

존 올드맨의 이삿짐에는 구석기 시대의 유물과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까지 들어있는데, 그의 이사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료교수들의 대화가 영화의 거의 전부다. 미스터리, SF라는 장르로 소개되고 있어서, 뭔가 활달한 분위기와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심심함에 크게 실망할 수도 있다.

주인공이 하는 모든 말들은 진실과 거짓을 오가는 듯하다. 그것에 반신반의하는 동료들만큼이나 관객들 또한 내내 강한 의구심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비로소 드러나는 진실은 엄청난 충격을 동반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종교, 과학 등이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거짓인지 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한 모든 것에 앞서 영화는 삶의 의미에 대한 강한 울림을 전한다. 오로지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의 촘촘한 구성에 대한 놀라움까지 더해서 말이다. 관객들의 마음을 일거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 같은 영화의 쓸쓸한 분위기는 압권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은 바로 <맨 프롬 어스>의 존 올드맨을 많이 닮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력도 그렇지만, 신비함과 쓸쓸함을 동시에 풍기는 분위기 등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 <맨 프롬 어스>의 무한한 상상력과 기발함 등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과연 얼마나 깊이 있는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 기발한 양념 첨가되어야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와 도민준의 첫 만남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루어졌다.

▲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와 도민준의 첫 만남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루어졌다. ⓒ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첫 회는 무난했다. 거칠 것 없는 현란한 카메라워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데에 필요했던 적절한 컴퓨터그래픽, 거기에 시류를 잘 반영한 현실적인 대사들과 배우들의 연기까지 잘 버무려져 별다른 허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지현의 천송이는 외양은 <도둑들>의 예니콜, 목소리와 억양은 <베를린>의 련정희의 그것과 아주 흡사했지만, 코믹함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연기를 오가며 주어진 역할을 무리 없이 잘 소화해냈다. 함께 출연했던 <도둑들>의 영향 덕분인지 김수현과의 호흡도 아주 잘 맞는 듯 보였다.

주인공 두 사람 외에도 천송이에 대한 일편단심을 보여줄 이휘경(박해진 분)과 그를 짝사랑하는 유세미(유인나 분)까지 등장해 앞으로 벌어질 흥미진진한 사랑의 엇갈림에 대한 불판도 충분히 깔렸다. 또한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답시고 연일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는 장면 등의 세태풍자도 적당히 곁들여졌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첫 회는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들 중에서라면 단연 눈에 띌 만큼의 충분한 퀄리티를 보여 주었다. 영화적 분위기를 풍기는 배우들의 무게감,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재미있는 소재,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적절한 문제의식 등에서 그렇다.

하지만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그리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그것은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그들 앞에 펼쳐질 난관,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가 거의 그림이 그려질 만큼 첫 회가 촘촘히, 제대로 그려졌다는 뜻도 된다. 관건은 앞으로 그것에 얼마나 재미있고 발칙하며 괴상한 양념이 첨가되느냐다.

이제 소문난 잔치, <별에서 온 그대>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그 뚜껑이 열리니 맛깔스러워 보이지만 무난한 소스에 버무려진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에피타이저가 차려져 있었다. 부디 잘 차려진 훌륭한 메인요리가 계속 등장하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별에서 온 그대 SBS 전지현 김수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