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실검증 '진실'

"2000년대 초 국정원의 불법도청사건으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국정원 폐지와 해외정보처 신설을 주장했다." (유인태 민주당 의원, 16일 국정원 개혁특위 공청회에서)

지금 국정원 개혁 요구에 부정적인 새누리당의 태도를 볼 때 유인태 민주당 의원의 주장이 선뜻 믿기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지난 1999년과 2002년, 2003년에 국정원 폐지 등을 국정원 개혁 방안으로 내놓았다.

물론 야당 시절에 주로 '대여공격용'으로 내놓은 것이긴 하지만 이런 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 모두, 집권할 때의 생각과 야당 때의 생각이 180도 달라지는 것이 지금 국정원 개혁 방안을 놓고 벌이는 공방"이라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국회529호실 사건 터지자 처음으로 '안기부 폐지' 주장

국가정보원의 출발인 중앙정보부(아래 중정)는 지난 1961년 6월 창설됐다. 박정희 등이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직후였다. 국가정보기관인 중정의 모델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였다. 초대 중정부장에는 36살의 김종필 예비역 중령이 발탁됐다. 당시 '나는 새도 떨어드린다'는 것은 중정부장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지만 중정은 대공·해외정보 수집보다는 야당 정치인들과 운동권 인사들의 감시·사찰 등 국내정치 공작에 더 집중했다. 특히 유신시절에는 '공포정치의 대명사'였다. 이렇게 중정은 오랫동안 '공작정치' 혹은 '정보정치'의 중심이었다. 결국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는 창설된 지 20년 만인 지난 81년 1월 중정을 '국가안전기획부'(아래 안기부)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지만 공작정치와 인권침해 등의 오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정통성이 현저하게 부족했던 정권에서 국가정보기관의 개혁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국가정보기관의 '제도적 개혁'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야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92년 대선 때 '공작정치 근절을 위한 안기부의 기능 정상화'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김영삼 대통령은 먼저 지난 94년 1월 안기부법을 개정했다. 국가보안법 제7조(불고지죄)와 제10조(고무·찬양죄)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권을 폐지했고, '정치관여죄-직권남용죄'를 신설한 것이다.

같은 해 6월에는 국회 정보위원회를 신설해 안기부 예산을 심의(감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81년 신군부가 신설했던 정보조정협의회(일명 '관계기관 대책회의')도 폐지했다. 이러한 개혁을 두고 당시 <경향신문>은 "창설 30여년 만에 혁명적 개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96년 말 신한국당은 안기부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함으로써 국보법상 불고지죄와 고무·찬양죄를 대상으로 하는 수사권을 부활했다.  

중정이나 안기부에서 벌인 공작정치의 직접 피해자는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국가정보기관의 개혁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김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인 지난 99년 1월 안기부를 지금의 국정원으로 바꾸었다. 국정원 조직도 해외정보 수집에 무게를 두고 해외-국내-대북 등 3개 파트로 재편했고, 국가정보기관이 창설된 이후 처음으로 '직원 윤리헌장'까지 제정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측근 국정원장들'로부터 정기적인 독대보고를 받았다. 이는 국정원이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뜻했다. 국정원장의 대통령 독대보고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폐지됐다.

게다가 김대중 정부가 안기부를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기 직전인 지난 98년 말 '국회 529호실 사건'이 터지면서 국정원은 또다시 정치사찰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를 문제삼아 당시 제1야당(한나라당)을 이끌고 있던 이회창 총재는 정치권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안기부 해체(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안기부에서는 "집권당일 때는 안기부가 필요하고 야당일 때는 폐지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2003년, '국정원 폐지-해외정보처 신설' 당론 채택

 4일 오전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기범 국정원 1차장(왼쪽부터), 서천호 2차장, 김규석 3차장이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1월 4일 오전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기범 국정원 1차장(왼쪽부터), 서천호 2차장, 김규석 3차장이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국정원 개혁이 아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때는 지난 2002년 대선이었다. 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지난 2002년 11월 폭로한 '국정원 도청 의혹'이 그 도화선이었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모두 국정원 개혁을 약속하고 나섰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는 11월 30일 부산 서면역 광장 거리유세에서 "안기부로 바꿔도, 국정원으로 바꿔도 말썽이다"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정원은 국내사찰 업무를 일절 중지시키고 해외정보만 수집, 분석해 국익을 위해 일하는 해외정보처로 바꿀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은 노 대통령의 집권 기간 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양당 정책공조협의회를 통해 민주당과 정책을 조율하던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도 '국정원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터였다. 국정원 폐지는 정 후보쪽이 노 후보 지원유세의 조건으로 제시한 15개 정책조율과제 가운데 세번째였다. 국민통합21의 공약집은 국정원 폐지를 전제로 ▲ 정보와 수사기능의 분리 ▲ 대통령 직속의 대외정보국 신설 ▲ 총리실 산하에 국가수사국 신설 등을 적시해 놓았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지난 2002년 12월 2일 김해공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은 국내보안정보라는 이름으로 국내정치사찰을 자행하고 있다"라며 "법에 어긋나는 도청이나 일삼는 국정원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수술을 생각하고 있다"라며 "정보정치를 끝내겠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이 후보는 국정원 개혁의 구체적 방안으로 수사기능 축소와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 등을 내놓았다(관련기사 : "도청이나 일삼는 국정원 폐지해야").

앞서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시기인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국정원의 정치개입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특히 국정원장의 탄핵소추권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국정원의 예산 특례 폐지를 중심으로 하는 국정원법 개정안(대표발의는 이강두 의원)을 발의한 바 있다. 국정원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또한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03년 4월 30일 의원총회에서 '국정원 폐지, 해외정보처 신설'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5월 정형근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추진기획단'을 구성했다(관련기사 : 한나라 "국정원 폐지, 해외정보처 만들자").

당시 기획단 소속이었던 이주영 현 새누리당 의원은 "국내정치에 대한 국정원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핵심 역량을 해외정보 수집에 두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며 "정부조직법의 국정원 설치 조항과 국정원법을 없애고 대신 해외정보처 설치 법안을 제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한나라당의 내부기류는 '국정원 폐지'보다는 '국정원 개혁'이 대세였다. 

다만 지난 2005년 '국정원 도청 의혹' 사건(일명 'X파일 사건')이 터지자 이규택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많은 분들이 개편이나 쇄신 얘기를 하지만 국정원은 이미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며 "권력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마약, 아편과 같은 국정원을 폐지하고 미국의 CIA 같은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 2006년 3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자는 '국정원 폐지 및 해외정보처 신설 기획추진단'을 이끌었던 정형근 의원이었고, 김기춘 현 청와대 비서실장도 19명의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는 ▲ 특정정당·정치인 동향파악과 감시 등 정치적 사찰행위 금지 ▲ 정치적 중립성 등 4가지 직무수행원칙 신설 ▲ 국회의 국정원장 탄핵소추권 신설 ▲ 국정원 예산안 첨부서류 제출과 분기별 회고보고 의무화 ▲ 독립적인 정보감찰관 신설 ▲ 검찰 수사지휘권 강화 명문화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는 '국정원 폐지'에서 후퇴한 한나라당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의 개혁 방안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3자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을 정리한 '국정원 개혁 관련 제안서'를 전달한 바 있다.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