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여자 스타들의 성매매 루머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증권가 정보지(찌라시)에 특정 여자 연예인 10여명의 이름이 성매매 연예인으로 거론된 가운데, 브로커로 지목당한 개그우먼 조혜련이 사실이 아니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이를 시작으로 리스트에 등장한 신지, 솔비, 이다해, 성현아 등도 최초 유포자 적발과 악플러들에 대한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쯤에서 궁금해진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성매매 연예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인가.

연예계 생명 끝날 수 있는 사건, 정면대응 나선 연예인들 

 13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KBS2TV 수목드라마 <아이리스2> 쇼케이스에서 NSS요원 지수연 역의 배우 이다해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다해는 17일 소속사를 통해 "루머 유포자에 대해 법적인 절차를 밟아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 이정민


이번 논란은 지난 달 검찰에서 기업인들의 연예인 성매수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사안이 워낙 충격적이고 중차대한 일이다보니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과연 누가 성매매를 한 것인지'다. 그야말로 연예계 생명이 단번에 끝날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검찰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는 흉흉한 이야기와 함께 온라인과 모바일 상에서는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 형태로 성매매 연예인 리스트가 떠돌기 시작했다. 그동안 루머의 산실 역할을 했던 찌라시가 이번에도 맹활약을 펼친 것이다. 리스트가 돌기 시작하면서 파문은 더 이상 쉬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이니셜과 직업 정도로 두루뭉술하게 떠돌아다니던 성매매 리스트는 급기야 성현아를 비롯해 솔비, 신지, 이다해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을 넣고 더욱 확산 일로로 치달았다. 여기에 개그우먼 조혜련이 매매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은밀한 이야기까지 더해지자 이 리스트는 그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매우 '신빙성' 있는 자료로 대중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처럼 검찰 수사로 시작된 파문은 찌라시를 통해 특정 연예인의 이름을 거론한 리스트로 퍼져 나가면서 쉽게 수습하기 힘든 사건으로 변질됐다. 확인되지 않은 각종 추측과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해진 탓이다. 이 때문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죄 없는' 여자 연예인들은 남모른 속앓이를 하며 가슴을 태워야 했다. 이미지가 생명인 여자 연예인으로서 사건에 즉각적인 정면대응을 하기도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참다못한 조혜련이 소송전에 뛰어들고 이다해 등의 스타들이 줄줄이 결백을 주장하며 강경대응 방침에 나서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여자 연예인들의 집단행동은 리스트에 현혹되었던 많은 이들이 제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으며, 여러 루머와 추측들을 일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나는 아니다"라는 용기 있는 발언이 사건을 적절히 수습하고 있는 셈이다.

찌라시 확산시킨 대중의 집단적 폭력...가해자는 너무 많다

 카카오톡 홈페이지

[자료사진] 검찰이 여자 연예인들의 성매매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특정 연예인들의 이름이 거론,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다. ⓒ 카카오톡


여자 연예인들로선 성매매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일이다. 이미지 추락은 물론이거니와 평생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기고 다닐 수도 있다. 여기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것은 그들이 연예인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자 아내이고 엄마이며, 사회적으로 마땅히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여성이라는 것이다. 파문을 일으킨  유포자를 반드시 단죄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많은 여자 연예인들을 이렇게까지 구렁텅이에 빠뜨린 1차적 책임은 당연히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소문을 짜깁기해 찌라시를 작성한 인물에게 있을 것이다. 그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이는 이유를 불문하고 잘못된 일이다. 최초 유포자는 잘못을 저지른 만큼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반성을 해야 할 사람이 최초 유포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근거도 없는 찌라시를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이를 무차별적으로 배포한 다수의 대중 또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성매매 리스트라는 흥미로운 먹잇감에 집단으로 마비된 이성은 루머와 억측을 끊임없이 생산했고 결국 광적이고 잔인한 폭력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 폭력은 여자 연예인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는 지금까지도 계속 자행되고 있다.

대중 개개인에게는 성매매 리스트를 돌려 보고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일종의 '게임'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이 무수한 말들이 합쳐지고 부풀려져서 행사하는 파괴력은 단순한 게임의 성질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부정하고 무너뜨리는 집단 린치와 다를 바 없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대목이다.

대중의 비이성을 부추긴 것은 언론 또한 마찬가지였다. 철저한 팩트를 기반으로 냉정한 시선과 중립적 자세를 취해야 할 언론조차 이번 사건을 가십거리 정도로 취급했다. 본질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분석은 사라지고, 어떤 여자 연예인이 수사 대상에 올랐느냐에만 열을 올렸다. 애초부터 취재 방향이 잘못 돼도 한참은 잘못 된 것이다.

결국 이번 파문은 최초 유포자의 무책임한 찌라시 살포와 이에 무차별적으로 호응한 대중, 그리고 이를 방치하다 못해 더 동조했던 황색 언론이 만들어 낸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이 과정 속에서 남은 것은 결백을 절절히 주장해야 하는 여자 연예인들의 비명 섞인 눈물뿐이다. 가해자는 불명확한데 피해자는 너무 많은 비극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 모두 정신을 차릴 때가 됐다. 근거 없는 말을 지어낸 이는 확실히 잡아서 처벌하고, 무차별적 악플을 단 누리꾼들 또한 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며, 대중 개개인 역시 자기 행동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거듭해야 한다. 언론 역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사건의 본질을 파헤쳐야 할 것이다.

이번 파문의 책임에서 자유로운 이는 거의 없다. 사회 각 구성원들이 하루 빨리 이성을 되찾아 이 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여자 연예인들을 노리개 삼아 웃고 떠들었던 모두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안녕들하십니까?

조혜련 이다해 김사랑 솔비 신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