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나은진(한혜진 분).

SBS 새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나은진(한혜진 분).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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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이 <따뜻한 말 한마디>다. 훈훈한 느낌이 전해지는 것이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착한 드라마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SBS 새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불륜을 다루고 있고, 또한 그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스릴러 장르를 택했다. 제목과 드라마 내용, 전체적인 분위기가 전혀 상반된 작품이라는 얘기다.

굳이 끼워 맞추자면 따뜻한 말 한마디 없는 부부들의 이야기 정도로 드라마 제목의 뜻을 해석할 수 있겠다. 첫 회에서 은진(한혜진 분)은 남편인 성수(이상우 분)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한 적이 있냐며 다그치고, 기어이 이혼을 하자는 말까지 이른다. 몇 년 동안 냉랭했던 부부 사이가 딱딱하게 얼어붙어 금이 가고 쪼개지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경(김지수 분)과 재학(지진희 분) 부부 사이 역시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에게는 티격태격하는 미운 정마저도 없다. 아내가 남편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면 남편은 그저 고맙다는 단답형 대답만 할 뿐이다. 미경은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었지만, 재학은 단 한 번도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려주지 않는다. 그들의 관계는 싸늘함을 넘어 메마르고 비정하기까지 하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두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불륜이라는 코드로 현대사회 부부의 위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한 마디로 새로울 것 없는 포맷, 흔하디흔한 이야기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살짝살짝 분위기를 달리 함으로써 다행히도 식상하다는 혹평을 면했다. 기존의 불륜 드라마와는 다른 무언가가 <따뜻한 말 한마디>에는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이야기 중심을 잡는 연기...김지수의 놀라운 존재감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남편 유재학(지진희 분)의 외도를 알고 눈물을 흘리는 송미경(김지수 분).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남편 유재학(지진희 분)의 외도를 알고 눈물을 흘리는 송미경(김지수 분). ⓒ SBS


일단 주인공들의 불륜을 미화하거나 정당하다는 듯 꾸미지 않았다. 그 대신 불륜을 저지른 유부남, 유부녀가 현실적으로 어떤 심리상태,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 지를 세밀하게 표현하는 데 치중했다.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몰아가지도 않는다. 오히려 밝고 명랑한 터치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흐름을 망칠 정도는 아니다. 이는 기존의 다른 불륜드라마와의 차별성이기도 하다.

연기력이 탄탄한 주연 배우들과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중견 연기자들, 거기에 신선한 의욕을 자랑하는 젊은 조연 배우들의 어우러짐이 균형을 이룬 첫 회였다. 한혜진과 김지수는 이상우와 지진희를 맞아 완벽한 연기호흡을 고르게 이어갔고, 윤종화, 한그루, 박서준 등의 풋풋한 얼굴들이 오래된 부부들의 불륜 이야기에서 오는 심각함을 희석시켰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한혜진의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기성용과의 결혼 후 동반출국을 함으로써 당분간은 배우 한혜진의 모습을 볼 수 없겠거니 했는데, 예상보다 일찍 안방극장에 복귀를 했으니 당연히 스포트라이트는 그녀에게로 쏠릴 수밖에. 작품이 어떠하든 그녀의 복귀작은 주목을 받게 되었고, 누가 뭐래도 한혜진의 드라마로 통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유부녀 역을 맡았으니, 결혼 후 복귀작 치고는 꽤 파격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었다. 지고지순 스타일을 벗어 던진 것이 보기 좋았고, 나쁜 여자 캐릭터를 선택한 것이 현명한 안목이라 여겨졌다. 바락바락 남편에게 대들며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강단, 불륜을 암흑 같은 우울함으로만 끌고 가지 않으려는 성격 등을 제법 잘 그려낸 그녀였다. 그녀에게 얹어진 부담감을 첫 회에서 적당히 덜어 놓은 셈이다.

그런데 첫 회에서는 또 다른 여주인공 김지수에게 더 많은 시선이 갔다. 한혜진의 복귀작으로 이름을 알린 터라 김지수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막상 드라마를 접하는 순간 상황은 뒤바뀌어지는 듯했다.

에너지가 느껴지는 은진보다 에너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미경에게, 첫 회부터 캐릭터 노출을 감행한 은진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미경에게 더욱 은근한 매력이 느껴졌다. 그리고 김지수는 그 비밀스러운 캐릭터 미경 역을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의 감정 연기로 살려내고 있다.

김지수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여러 가지의 감정이 감돈다. 은진을 향한 의혹, 한계에 다다른 인내, 재학을 향한 원망, 그러면서도 그를 향한 애정의 갈구, 서러움, 포기, 분노, 질투, 자책… 그녀는 하나의 표정으로 여러 감정을 연기하는 법을 터득했고, 그것을 이 작품을 통해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무서우면서도 측은하고,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미경이라는 인물을 김지수는 자신의 날 선 연기로 예리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마지막에 남편과 은진의 불륜 현장 사진들을 바라보며 혼자서 소리 없는 오열을 하는 장면은 그녀가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감정처리를 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기도 했다. 슬프면서도 섬뜩했고, 이 장면은 그녀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에 대한 암시이자 복선이기도 했다. 한혜진의 눈물보다 단연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김지수의 한 섞인 오열, 그리고 기막힌 연기였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는 캐릭터를 누가 어떻게 소화해 내느냐에 따라 존재감의 크기에 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든다. 어쩌면 한혜진이 아닌 김지수의 드라마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살짝 스치고 지나가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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