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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팍팍해서일까?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들에는 유난히 현실을 잊게 만드는 소재들이 많다.

종영한 SBS <수상한 가정부>는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색다른 캐릭터가 주인공이었고, 한참 인기몰이 중인 tvN <응답하라 1994>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회귀했으며, SBS <상속자들>은 재벌 고등학생들의 사랑놀이로 또 다른 의미에서 현실과의 사이에 괴리감을 던진다.

열거한 드라마들 외에도 현실에서 한참 벗어나 공상에 젖어들게 만드는 소재들이 많은데, KBS 수목드라마 <예쁜 남자>는 그 속에 꼭 끼워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섭섭할 만큼 풍부한 '병맛'과 풍자, 과장 등의 비현실적 상황이 드라마 속에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엉뚱한 이야기에 비해 평범한 장면...실소 아닌 폭소 필요

'예쁜 남자' 아이유의 김보통은 상상초월 발랄함과 기이함으로 즐거움을 준다.

▲ '예쁜 남자' 아이유의 김보통은 상상초월 발랄함과 기이함으로 즐거움을 준다. ⓒ KBS


흔히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거나 무척이나 독특한 느낌이 드는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우리는 '만화 같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것은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느껴질 때인데, 무척이나 로맨틱하게 들리는 '영화 같다'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하다'는 것과는 약간 다른 표현법이다.

만화가 영화나 드라마 등에 비해 좀 더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요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만화 같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 찬사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예쁜 남자>는 시작부터가 그리 나쁘지 않은 셈이다.

첫 회, 김보통(아이유 분)은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독고마테(장근석 분)의 쇄골에서 환희에 찬 얼굴로 헤엄을 쳤고, 그 엉뚱하고 재기발랄한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육다리'(6개의 마네킹 다리)를 등에 업고 나와 판을 벌여 양말을 파는, 말도 되지 않는 억지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듯 과장에 유머가 곁들여지면 폭소가 터진다. 그러나 그 핀트가 어긋나 '그저 과장된 것'으로 여겨질 경우에는 실소가 이어질 뿐이다. 현재 <예쁜 남자>는 후자에 자꾸만 가까워지려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점은 다름 아닌 독고마테다. 연기자 장근석의 캐릭터나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꾸미는 화면이 너무나 평범하다는 것. 그가 등장할 때마다 월계관이 씌워지고 천사가 날갯짓을 한다 해도 우리는 절대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는데 말이다. 그에게 가끔씩  부여되는 화사한 아우라로는 태부족이다.

물론 기이한 만화적 설정을 가진 <예쁜 남자>에서 요절복통할 상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껏 과장해야 할 상황들은 늘 평범해져버려 맥이 빠지고, 풍자 속에 우러나와야 할 교훈(?)은 왠지 시청자들을 가르치는 식이다. 그런 탓인지 시청률도 5~6%대로 영 신통치 않다.

그렇다면 시청률에 상관없이 마니아들이라도 형성될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소수의 마음에 살아남아 늘 회자되는 드라마. 이 드라마가 가진 소재와 내용이라면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 <예쁜 남자>는 부진을 씻고 그러한 작은 영광이라도 가져갈 수 있을까?

과장, 병맛 등 '만화 같다'는 장점 한껏 살려야

'예쁜 남자' 독고마테에 대한 '과장'은 좀 더 발칙한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 '예쁜 남자' 독고마테에 대한 '과장'은 좀 더 발칙한 상상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 KBS


우리의 드라마들이 재미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곧이곧대로' 그려내서가 아닐까. 그 어떤 상상력이나 통찰력이 동원되지 않은 채, 척박하거나 혹은 그 반대의 상황을 그림을 그리듯 그려내는 것 말이다. 명암 하나 놓치지 않고 현실과 판박이로 그려낸 입시미술 같은 드라마들은 그다지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나 그러한 드라마들은 상황이나 인물들에 감정이입하게 만드는 데는 대개 성공을 거둔다. 그것이 가족 간의 갈등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들이 지치지 않고 만들어지는 이유가 되겠지만, 상상력이 고갈된 이야기는 쉽게 식상해지고 만다.

<예쁜 남자>는 그러한 드라마 판에서 충분히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드라마다. 현실을 그대로 모사한 것이 아닌, 비틀고 짜깁기해낸 화면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표현법에는 누구도 딴지를 걸 수 없다. 한계 없이 나래를 펴는 상상력을 걸고넘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무시하면 될 일이다. '취존(취향 존중)!'을 부르짖으며 말이다. 

미국의 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은 2차 대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만화 <쥐>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는 "만화는 연극보다 유연하고 영화보다 심오하다"라 했는데, 그것은 그만큼 만화가 표현해낼 수 있는 것들이 무한대의 가능성을 지녔다는 뜻이겠다.

<예쁜 남자>는 만화가 가진 발칙한 상상력 등, 많은 장점들을 살려내야 한다. 기왕지사 현실과는 이미 한참 동떨어진 상황과 인물들이니, 그 과정은 비교적 수월하지 않을까. 드라마는 이제부터라도 더욱 망가져야 한다. 멜로, 감동, 교훈에 앞서 <예쁜 남자>의 가장 앞에 서야 할 것은 바로 '유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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