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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27일 낮 12시]

지난 9월 26일 대법원이 9조원대 금융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연호(63) 부산저축은행 회장에게 징역 12년을 확정 판결하면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은 일단락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과 김양(61) 부회장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12년과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불법대출 6조 315억 원, 분식회계 3조 353억 원, 위법배당 112억 원 등 총9조 780억원에 달하는 금융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2011년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활약했던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쪽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비리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대법원이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등에 징역형을 확정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은 지속되고 있다.

2011년 6월 1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부산저축은행이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사업(효성동 100번지 일원, 43만 4989㎡)을 추진하기 위해 운영한 특수목적법인 중 8개 중 하나인 효성도시개발(주)의 장동인 사장을 배임수재(=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면서 부정한 이득을 취함) 혐의로 구속했다.

장동인 사장은 사업권 인수과정에서 금융 브로커 윤여성씨와 공모해 거래업체로부터 15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윤여성씨도 구속했으며, 효성도시개발사업 비리와 관련해 정비업체 박아무개 사장도 같이 구속했다. 장동인 사장과 윤여성씨, 박아무개씨는 실형을 살고 지난해 풀려났다.

대검 중수부는 또, 같은 해 8월 18일 김해수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전 한나라당 계양구 갑 위원장, 청와대 비서관 역임)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해수 사장은 2005년 7월께 인천 남동구의 한 환경오염방지시설업체 대표로부터 1억 4500만 원을 받은 혐의와 부산저축은행 브로커 윤여성씨로부터도 2007년 11월께부터 2008년 4월까지 총 6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았다. 김해수 사장은 취임 2개월 후 기소됐고, 1심과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부산저축은행은 효성도시개발(주)에 4700억 원을 불법 대출해줬다. 2008년 3500억 원을 대출해줬으나,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경쟁사들의 사업권을 직접 인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불법대출액이 늘어났다. 효성도시개발(주)는 부산저축은행이 부도나기 전 대출했고, 이 돈은 대부분 토지 보상비와 회사 운영에 사용됐다.

예금보험공사, 도시개발사업 시행 떠안아

부산저축은행은 파산했지만, 효성도시개발(주)는 여전히 살아 있다. 장동인은 구속되기 직전인 2011년 4월에 효성도시개발(주)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그의 동생 장아무개는 예금보험공사가 효성도시개발(주) 자산을 인수할 시점인 2012년 5월 초까지 등기 이사직을 유지했다.

부산저축은행이 2011년 8월 파산 하자,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효성도시개발(주)의 자산을 인수했다. 예금보험공사는 2012년 5월 효성도시개발(주)의 등기 이사를 정리한 뒤 대표이사에 공사 직원을 선임했다.

예금보험공사는 "부산저축은행 파산으로 피해를 입은 예금자들이 있다, 5000만 원 이하 예금자는 법으로 보호받게 돼있어 예금보험공사가 이들에게 먼저 피해보상을 해줬다"면서 "부산저축은행이 가지고 있던 자산을 매각해 다시 예금보험공사에서 나간 돈을 메우고, 그러고도 자금이 남으면 5000만 원 이상 예금에 대해서도 추가 보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즉, 효성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가 예금보험공사의 자산인 셈이다. 예금보험공사는 효성도시개발사업을 정상화해 수익을 발생시킨 뒤 부산저축은행 파산으로 피해를 입은 예금자를 보호하려고 새 사업시행자가 된 것이다.

효성도시개발사업예정지구 불법행위 수사 중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효성동 100번지 일원). 인천에서는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의 후폭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 효성도시개발사업지구 인천 계양구 효성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효성동 100번지 일원). 인천에서는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의 후폭풍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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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예금보험공사가 사업을 시행하려했지만, 막상 효성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에 와보니 무법 천지였을 뿐만 아니라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됐다. 예금보험공사는 지금도 실태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하러 가면 문전박대에 쫓겨나기 일쑤다.

보상을 받고 나간 이들이 다시 들어와 살고 있는가 하면, 초기 한두 개에 불과하던 불법 고물상은 어느덧 50여개로 늘었고, 토지를 매각한 옛 땅주인들은 여전히 세입자로부터 월세를 받고 있으며, 세입자들은 행여 불이익을 당할까봐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예금보험공사가 들어온 뒤 보상을 받고 나간 건물에 대해서는 진입 금지 차단막을 설치했고, 계양경찰서에서 순찰을 실시하고 있어 치안문제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효성도시개발(주)는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2009년 4월 설립됐다. 효성도시개발(주)은 사업 시행이 지연되자 2009년 해당 지역에 고물상업체(대표 박아무개씨)를 입주시켰다.

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로 묶이면 해당 지역에서 개발사업 외에는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 고물상 입주는 엄밀히 불법인 셈이다. 하지만 효성도시개발(주)은 이를 묵인했다. 2011년 6월 장동인 사장이 구속되자, 고물상은 더욱 늘어났다. 고물상업체 대표 박씨는 지구지정이 되면 영업권을 보장해준다는 말로 고물상 50여개를 추가로 입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박아무개씨는 고물상 업체로부터 매달 일정 금액을 받았다. 계양경찰서는 토지소유주도 아닌 박씨가 업체를 끌어 모아 불법 임대업으로 부당이득을 취한만큼, 박씨를 사기 혐의로 불러 조사 중이다.

계양경찰서는 업체 50여개가 박씨에게 낸 피해금액을 조사 중이다. 피해금액은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2차 피해를 우려한 입주 업체들의 비협조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계양경찰서는 또 박씨와 효성도시개발 등기 이사였던 장씨 일가 사이에 있을 수 있었던 자금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현대판 봉이 김 선달이 따로 없어"

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인 효성동 100번지 일원의 면적은 43만 4989㎡(약 13만평)이다. 천마산 남쪽 바로 아래에 위치한 곳으로 전체 부지 중 70~75%를 효성도시개발(주)이 2010년 1월에 매입했다. 나머지 부지는 산림청과 기획재정부 땅이다.

효성도시개발(주)이 매입한 예정지구에는 이른바 '마찌꼬바'로 불리는 소규모 영세공장들이 450여개 들어서있는데, 대부분 무허가 건축물에 세 들어 있다. 이들은 이 일대가 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로 묶이기 전에 들어왔다. 이들은 보통 보증금 500만 원 안팎에 월세 60만~10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지금도 내고 있다. 토지소유주가 효성도시개발로 넘어간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이들이 낸 금액은 약 150억 원이 넘어 설 것으로 추정된다.

효성도시개발(주)이 2010년 1월 5일을 전후로 땅주인과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인천시로부터 도시개발사업 승인이 떨어져 지구지정이 되기 전까지 땅주인이 세입자로부터 월세를 받아도 된다는 합의였다. 그러나 이는 불법이다. 이를 두고 이 지역 사정에 해박한 최아무개씨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토지 보상비로 평당 220만 원씩을 받았다, 거기다 또 4년 가까이 매달 월세 80만 원 가량을 받았다, 이 동네 사람들이 모두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이 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로 묶인 상황에서 토지 소유자가 효성도시개발(주)로 넘어간 만큼, 그 곳에서 이뤄진 임대차 행위는 앞서 지적한 고물상들의 영업행위처럼 불법이다. 그러나 당시 효성도시개발(주)과 땅주인이 월세를 받아도 된다는 계약을 했다는 것은 효성도시개발(주)이 불법을 묵인한 것이 되지만, 원래 땅주인이 월세를 받는 것은 '계약서'가 존재할 경우 부당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 효성도시개발(주)이 원래 땅주인에게 사용권을 준 것이기에 그렇다.

반면, 세입자들도 월세를 내면서 공장 가동으로 이익을 창출했기 때문에, 오히려 효성도시개발(주) 쪽에서 세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울러 세입자들 역시 지구지정에 따른 보상을 기대해 땅주인이 월세를 받는 것에 일조했다고 볼 수도 있다.

효성도시개발(주)는 지난 11월 7일 고물상 세입자들에게 '우리 회사를 빙자하여 불법으로 임대료나 월세를 요구하는 사람에게 임차료를 지불하지 말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고물상이 아닌 세입자들은 이 대상에 포함 되지 않았다. 도시개발사업 예정지구에서 임대차업은 불법행위다. 효성도시개발(주)는 여전히 이를 방관하고 있는 셈인데, 세입자들이 원래 땅주인을 상대로 '소유권이 효성도시개발(주)로 이전 된 후 지불한 월세를 돌려 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금보험공사가 효성도시개발(주)를 인수하기 전, 효성도시개발(주)가 땅주인과 토지 매매계약 체결 시 이면 합의한 '땅을 매각하더라도 원래 주인이 세입자에게 월세를 그대로 받는 것을 양허한다'는 계약이 있었던 만큼, 당시 계약서에 담긴 내용이 민사소송 제기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계양구는 지난 8월 효성도시개발예정지구의 지구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을 실시한 뒤, 10월에 인천시에 도시개발사업 지구지정 승인을 요청했다. 시는 현재 지구지정 검토를 위한 관련부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효성도시개발사업, #효성동, #부산저축은행, #예금보험공사,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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