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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간담회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 공익소송단이 16일 옹진군 백령도에서 백령도 어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백령도간담회 중국어선 불법조업 피해 공익소송단이 16일 옹진군 백령도에서 백령도 어민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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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를 상대로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공익소송단'이 지난 16~17일 서해 5도 중 백령면(=백령도)과 대청면(=대청도·소청도)을 방문해 주민간담회를 진행했다. 올 6월과 8월 연평면(대연평도·소연평도) 주민간담회에 이어 실시한 3차 간담회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와 인천경실련, 인천지방변호사협회 등으로 구성된 공익소송단이 16일 오후 연 백령도 간담회장에는 장정민 옹진군의회 의원을 비롯해 선주협회 소속 30여명이 참석했다.

다음날 오전 대청도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대청도와 소청도의 모든 선주가 조업을 중지하고 참석했다. 약 65명이 참석해 수협회관이 발 딛을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찼다.

백령도와 대청도 어민들이 입은 피해는 연평도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평도는 주로 다자망(=복수의 어선이 친 그물 망)을 이용한 어업인 반면, 백령도와 대청도는 통발(=물고기를 가두어 잡는 데 쓰는 어구) 어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어선들의 싹쓸이로 인한 어구 피해는 백령도와 대청도가 연평도보다 심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은 국가차원의 문제"

백령도 선주협회 소속 어민들은 간담회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백령도를 찾아온 공익소송단을 의심하는 눈치였다. 서해5도 어민들은 이미 2003년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패소(2004년)했고, 항소심에서도 패소(2007년)했다.

어민들은 패소했기 때문이 아니라, 당시 소송 과정에서 보여준 변호인단의 무책임한 모습 때문에 이번 공익소송단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민들의 의심은 이번 변호인단 대표를 맡고 있는 윤대기 인천지방변호사협회 상무이사와 허선규 인천경실련 해양위원장이 소송절차와 향후 계획을 설명하면서 해소됐다.

윤 변호사는 "어민들이 원고가 되는 것으로, 손해배상청구액은 100억 원 규모인데 청구금액에 따라 인지세와 송달료가 책정되기에 피해규모를 파악해 청구할 계획"이라며 "변호사 비용은 없고, 인지세 등은 불법조업 문제가 단순하게 어민들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문제이기에 모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어민들로부터는 한 푼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다에 치어 뿌리면 뭐해? 그게 다 중국 놈들 살찌우는 걸"

대청도 17일 대청도에서 열린 대청면(대청도와 소청도) 주민간담회에는 대청면 선주들이 이날 하루 조업을 모두 중단하고 참여했다. 조업을 중단한 배들이 대청도 선착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 대청도 17일 대청도에서 열린 대청면(대청도와 소청도) 주민간담회에는 대청면 선주들이 이날 하루 조업을 모두 중단하고 참여했다. 조업을 중단한 배들이 대청도 선착장에 빼곡히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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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풀리자, 어민들은 그동안 참고 있었던 속내를 하나 둘씩 풀어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백령도의 사정 또한 연평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장이 파괴된 것은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김계남 백령도 선주협회장은 "어민 숫자가 10년 사이 '3분의 2'로 줄었다, 남은 사람들도 수협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면서 "어구 피해 등 물질적인 피해만 배 한 척당 약 1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주는 "엔엘엘(NLL: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은 낮에는 NLL 인근 북쪽 수역에 있다가, 우리의 조업이 금지되는 일몰 이후에는 우리 수역, 즉 NLL 남쪽으로 넘어와 싹 쓸어갔다"면서 "통발이고 그물이고, 다음날 나가보면 다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태풍이 발생했을 때 이를 피하기 위해 융기포항에 중국어선 10여척이 들어왔다, 그 배에 우리 통발들이 가득 실려 있었다, 자기네가 쓰는 통발로 우리 통발을 덮어놨다"고 증언했다.

백령도는 자망(刺網: 겉그물)을 이용한 연평도 꽃게잡이와 달리 까나리 조업과 통발 어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봄에는 까나리를 잡고 가을에는 멸치와 꽃게를 잡는다. 그런데 이 역시 산란장이 황폐화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김계남 협회장은 "4~6월에는 까나리를 잡고 나머지 기간에는 통발 어업을 한다, NLL은 바다의 비무장지대로 그 자체가 거대한 산란장이다"라며 "까나리도 모래밭에 산란하기 때문에 NLL 일대가 거대 산란장이 된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에서 흘러온 모래가 좋은 산란장을 이루는데, 이것을 다 중국어선이 저인망(끌그물류에 속하는 그물 어구) 싹쓸이로 황폐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어선이 들어오기 전에 까나리를 잡으면 배 한 척당 300리터들이 액젓 용기로 200~300개를 만들었다, 그런데 중국어선이 들어선 후 20~30개로 전락했다"며 "치어를 백날 뿌리면 뭐하냐, 그게 다 중국 놈들 살찌우는 거다"라고 하소연했다.

백령도 어민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에 미온적인 한국 정부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소송에는 망설이는 기운이 역력했다. 이는 그들의 조업방식이 연평도와 달랐기 때문이다. 암묵적인 불법조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령도에선 낭장망(조류가 빠른 곳에 설치해 멸치를 잡는 어구) 어업 허가로 까나리 조업을 하고, 통발 어업을 하기 위해서는 연안 복합 어업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한다. 까나리 조업권을 가진 어민이 통발 어업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연안 복합 어업권을 사야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연안 복합 어업권 매입비용은 건당 5000만~6000만 원이다. 문제는 수협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이 신용불량자라 더 이상 대출이 어렵고, 설령 대출을 받아 어업권을 사더라도 이미 어장이 황폐화된 상태에서 그만큼 소득을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여기에 중국어선이 어구까지 싹쓸이해갈 가능성이 높다.

백령도에서는 통발 어업 허가를 받으면 낭장망 조업을 못하게 돼있다. 하지만 통발 어업의 벌이가 적은 터라, 옹진군에서 이를 알면서도 단속하기 어렵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옹진군 담당공무원은 "불법이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말했다.

"독도에서 이런 일 있었으면, 가만있었겠냐?"

대청도와 소청도 어민들의 원성도 백령도 어민들과 다르지 않았다. 백령도는 큰 섬이라 주민 중 70%는 농업에 종사한다. 하지만 대청도와 소청도는 어업이 아니면 생계를 꾸려가기 힘들다.

간담회에 참석한 대청도 한 어민은 "폭풍 부는 날 중국어선이 우리 어구를 끌어간다, 하나도 남김없이 끌어가는데, 돈으로 치면 몇 십 억 원은 될 것이다, 태풍 치는 날엔 우리 경비정도 못 나가는데, 중국어선은 내려와서 싹 쓸어간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어두워지면 중국배가 있어도 단속을 안 나갔다, 군부대에서도 해경이 못 가게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신보 대청도 선주협회장은 "중국어선은 밤낮 가리지 않고 조업한다, 장산곶과 두문진 사이로 들어와 연평까지 들어간다, 최대 850여척이 들어와 조업했다"면서 "우리는 조업 일수가 연간 100~120일 정도다, 중국 배들이 두 달만 조업하면 우리가 1년 조업한 양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더 큰 문제는 어장이 파괴됐다는 것이다, 산란장이 다 파괴됐다, 망가진 어장이 다시 복원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어민은 "2010년 10월 18일로 기억한다, 안강망(=큰 주머니 모양으로 된 그물) 틀이 다 사라졌다, 자고 일어났더니 5500만원이 사라졌다"고 했다.

2003년 소송에 참여했던 소청도 어민 이은철씨는 "2000년에 그물 15개 틀을 구입했는데 2003년에 11개가 날아갔다, 한 틀에 900만원이다, 수협에서 다시 대출받아 그물을 마련했지만, 잡히는 게 있어야 빚을 갚을 텐데, 결국 지난해 11월에 내 배는 경매에 넘어가 1억 600만원에 팔렸다"면서 "사채까지 끌어다 썼는데, 지금은 신용불량자 신세다"라고 한탄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서해 5도 어민들의 1차 피해는 어구 손실이고, 2차 피해는 어획량 감소에 따른 소득 저하이다. 그리고 3차 피해는 어장이 다 망가졌다는 것이다. 어구를 구입하느라 빚이 쌓였지만 소득이 없어 배까지 경매에 넘어간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획량이 감소하다보니 대청도와 소청도 어민들은 배를 감축했다. 80여척에 달하던 대청도 선박은 현재 56척으로 줄었고, 소청도는 25척에서 12척만 남았다. 강신보 협회장은 "독도에서 이런 일 일어나면 정부가 가만있었겠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신용불량자 더 늘어

서해5도 간담회 대청도에서 열린 3차 주민간담회에서 인천지방변호사협회 윤대기(맨 왼쪽) 변호사가 대청·소청도 어민들에게 공익소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서해5도 간담회 대청도에서 열린 3차 주민간담회에서 인천지방변호사협회 윤대기(맨 왼쪽) 변호사가 대청·소청도 어민들에게 공익소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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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 오후,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사건 발생 후 서해 5도 어민들을 대상으로 특별 대출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게 '신용불량자'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출을 안 받은 사람이 없다. 배 한 척당 톤수에 비례해 연3% 이자로 6000만원 이상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을 받긴 했지만 소득이 없어 빚만 늘었다. 내년 3월에 세 번째로 상환 연기를 신청해야하는데, 안 되면 배가 경매에 넘어간다. 여기 어민들의 약 40%가 신용불량자다. 아이들 교육도 시켜야 하고 어구도 마련해야하는데 이제는 대출을 받을 수도 없다. 소득이 없으니 원금은커녕 그 때 받은 대출 이자도 못 갚는 지경이 됐다. 배 20척이 경매로 넘어갔다. 남은 사람들도 이젠 영어자금(=어업인의 경영비 부담 경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어가 소득 증대를 위해 수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데 필요한 운전성 경비를 수협을 통해 지원하는 정책자금)이 나와도 대출을 못 받는다."

이러한 실정에 대해 윤대기 변호사는 "백령도와 대청도는 신용불량자 양산 문제가 매우 심각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한 공익소송과 별개로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윤 변호사는 향후 공익소송과 관련해 "소송을 준비하면서 정부가 이전과 달리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며 "세 번에 걸친 간담회를 통해 어민소송인단을 모았다, 12월 중 인천지방법원에 정식적으로 소(訴)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소송 역시 정부의 임무 해태와 어민 피해 상황을 증명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 어민들의 조업이 금지된 시간에 중국어선이 조업하고 있다"면서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정부가 조치해야 한다, 과거 판례 중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 경우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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