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청룡상, 영평상 포스터

대종상, 청룡상, 영평상 포스터 ⓒ 대종상영화제, 스포츠조선. 영화평론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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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끝나면서 올해 주요 영화상 수상자가 모두 결정됐다. 50회 대종상은 지난 1일 열렸고, 3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은 29일 시상식이 예정돼 있으나 수상작은 지난 18일 미리 공개됐다.

올해 주요 수상작 면면을 살펴보면 영화상들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기조가 엿보인다. 대종상이 최우수 작품상에 <관상>을 택했다면, 청룡상은 작품상에 <소원>을 선택했고, 영평상은 <설국열차>를 최우수 작품으로 꼽았다. 감독상은 대종상이 <관상>의 한재림 감독을 선정했고, 청룡상과 영평상은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으로 결정했다.

남우주연상은 대종상이 <관상> 송강호와 <7번방의 선물> 류승룡을 공동수상자로 결정하고, 영평상이 송강호를 수상자로 선정한 것에 비해 청룡상은 <신세계>의 황정민에게 수여했다. 여우주연상은 엄정화(대종상, <몽타주>), 한효주(청룡상, <감시자>), 엄지원(영평상, <소원>)으로 세 영화상의 선택이 달랐다.

올해는 한 작품에 몰아주기를 해 논란을 일으킨 지난해 대종상처럼 큰 잡음이 있지는 않았으나, 영화상들의 비중이나 권위에 대한 영화계의 인식 변화가 엿보인다.

오랜 시간 부정과 비리, 심사공정성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종상은 권위나 위상이 상당히 추락한 반면, 조선일보가 관계되면서 안티조선 운동의 대상이기도 했던 청룡상은 대종상과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신뢰를 얻는 모습이다. 영평상은 화려한 시상을 진행하지는 않지만 전문 평론가들의 전체투표를 통해 결정되면서 영화상으로서의 권위와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종상] 떨어진 신뢰에 최고 권위는 옛말, 흥행상으로 전락

 50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50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 대종상영화제

올해 대종상은 논란이 끊이지 않던 예전과 달리 무난하게 넘어갔으나 그동안 신뢰를 많이 잃은 탓에 수상 결과에 시큰둥한 반응이 적지 않다. 영화상으로 한국 최고의 권위라는 수사는 옛말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외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흥행작품 위주로 수상작이 결정되다보니 '흥행상'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영화평론가는 "올해 제작된 한국영화가 대략 150편은 되는 것 같은데, 대종상 출품작은 51편에 불과했다"며, "출품을 안 한 작품들이 많은 탓에 절반도 안 되는 작품으로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혹평했다. 하정우 주연의 <더 테러 라이브>와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출품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 평론가는 "대종상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부분들이 많은데, 일부 원로영화인들이 물러나지 않고 비리나 저지르면서 영화상을 주무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한 권위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종상을 외면한 <더 테러 라이브> 제작사 관계자는 "대종상에 일부러 출품 안 했다"면서 "소송이나 하고 있고 가처분 신청 이야기도 나오는 어수선한 상에 굳이 출품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권다툼을 하며 안 좋은 이야기만 나오는 데에 작품을 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심 심사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본선 후보작의 경우 전문가 심사위원과 일반관객 중에서 선발된 심사위원들의 결과를 구분하지 않다보니 흥행작 위주로 선정될 수밖에 없다"며 "심사과정에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사에 참여했음에도 심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청룡상] 공정성 평가받지만, 안티조선 운동에 일부 영화인들은 거부

청룡상은 올해 <소원>에 작품상을 안기고 <마이 라띠마>에 신인 배우상을 안기면서 흥행성이나 대중성에만 집중하지 않고 골고루 분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종상 출품을 거부했던 <더 테러 라이브>는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청룡상은 출품제가 아니라 2012년 10월부터 지난 10월 17일까지 개봉한 영화를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대종상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베니스 황금종려상 수상작이지만 대종상이 외면했던 <피에타>에 작품상을 수여했고, 영화의 실제 사건을 두고 논란이 일었던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공정한 심사를 위해 애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에는 <부당거래>에게 최우수 작품상을 안기면서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영화상치고는 뜻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22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34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소원>이 최우수작품상, 배우 한효주가 여우주연상, 배우 황정민이 남우주연상, 배우 라미란이 여우조연상, 배우 이정재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2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34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소원>이 최우수작품상, 배우 한효주가 여우주연상, 배우 황정민이 남우주연상, 배우 라미란이 여우조연상, 배우 이정재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이정민


하지만 조선일보가 후원하는 상이라는 것 때문에 여전히 차가운 시선으로 외면하는 영화인들도 있다. 한때 영화계 안티조선 운동의 상징으로 거부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 제작자는 "생각 있는 영화인들은 대종상에 관심 없지만 조선일보가 주는 청룡상 역시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언론계 출신의 한 평론가는 청룡상의 '한국영화 최다관객상'을 지적하며 "흥행한 게 이미 상인데, 거기에다가 또 트로피를 안겨준다"면서 "굳이 심사랄 게 필요 없는, 그냥 관객 많이 모은 작품에 안겨주는 것인데, 이런 게 무슨 권위를 가진 영화상일 수 있냐"고 꼬집었다.

또한 영화상들의 인기상을 거론하며 "그게 도대체 어떤 맥락에서 어떤 기준으로 시상하는지 모르겠다. 귀나 코에 걸어도 될 상인데, 그냥 참석자들 다 하나씩 주는 초등학생들 백일장의 장려상과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청룡상 최다관객상은 천만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선정됐다, <7번방의 선물>은 대종상에서 남우주연상과 기획상, 시나리오상, 특별상 등 4관왕을 차지했으나, 청룡상에서는 3개 부문 후보작에만 올랐고, 수상은 최다관객상 하나로 만족해야 했다.

[영평상] 평론가들이 선정해 대중들이 수긍 가능한 영화상 

"영화상이 권위를 가지려면 더 많은 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시상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적어도 한국영화계에서 수긍 가능한 시상식이란, 영평상을 빼고는 요원할 거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의 한 회원이 말하는 영평상에 대한 자부심이다. 기존 영화상들의 경우 수상 주체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평론가들이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영평상은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존 영화상들과는 다르다는 의미다.

 지난해 영평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피에타> 김기덕 감독

지난해 영평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피에타> 김기덕 감독 ⓒ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영평상은 전체회원들의 온라인 예심투표를 통해 부문별 5배수 후보를 추천한 후 본심 심사회의를 열어 투표를 통해 각 부문 수상자를 결정한다.  평론가협회 회원들은 별도로 작품미학성에 주목한 '영평 10선'을 결정하는데, 이들 작품은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영화 100선' 선정 때 중요한 참고기준이 된다.

영평상은 평론가들이 선정하기에 저예산 독립예술영화들도 주요 후보작에 올라 차별받지 않는다. 올해 독립영화 최대의 화제작으로 선댄스영화제 대상 수상작품인 <지슬>은 다른 영화상들에는 외면당했지만,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본선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각본상에 <러시안 소설>의 신연식 감독을, 신인여우상에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의 정은채를 수상자로 선택했다.

지난해 대종상을 거의 싹쓸이 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영평상에서는 기술상 하나만 받았다. 영평상은 <피에타>와 김기덕 감독을 최우수작품과 감독상 수상자로 뽑아 영화평론가들의 엄격한 시선을 확인시켰다. 다만 다른 영화상들과는 다르게 사전에 수상작을 미리 발표하고, 이후 시상식을 열기에 언론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영평상은 올해 수상작 외에 영화평론가들이 뽑은 10대 영화로 <설국열차><베를린><관상><신세계><더 테러 라이브><지슬><감시자들><7번방의 선물><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우리 선희><숨바꼭질>을 선정했다.

올해 시상식은 29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다.

영평상 대종상 청룡영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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