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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삼척 세계 GAS 에너지 및 PNG 심포지엄'에 참가한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 등이 '전시성 가공인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삼척시가 시의 주요 현안과 관련 있는 주제로 국제적인 심포지엄을 주최하면서, 심포지엄의 위상을 높여주는 주요 인물 중에 신원이 불분명한 인물을 내세우거나 직위를 바꿔서 홍보해 문제가 되고 있다. 삼척시가 '남·북·러 PNG 터미널 유치'에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은 '시몬 다닐로프'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삼척시의회 이광우 시의원은 "외교부에 확인한 결과, 7명의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들 중에 시몬 다닐로프라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해서 삼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한 것일까? 이 심포지엄은 삼척 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지난 10월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열렸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함께 모여 찍은 기념 사진. 아래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으로 초청된 시몬 다닐로프. 그 옆에 김대수 삼척시장이 함께 앉아 있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함께 모여 찍은 기념 사진. 아래 왼쪽에서 다섯번째가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으로 초청된 시몬 다닐로프. 그 옆에 김대수 삼척시장이 함께 앉아 있다.
ⓒ 삼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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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지엄 홍보에 '러시아 차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삼척시

삼척시는 '2013 삼척 세계 GAS 에너지 및 PNG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지역에 PNG 터미널을 유치하고, 미래 신성장 산업을 찾는다"는 목적을 내걸었다. 이 심포지엄에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보유국인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일본, 미국, 스웨덴,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 7개국의 PNG 및 복합에너지 산업의 전문가들과 학자들이 참석"했다.

삼척시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심포지엄에서 "동해안 삼척 지역의 PNG 터미널 유치의 입지적인 여건 및 지역 발전의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해 5개 세션으로 나눠 열띤 토론"을 펼쳤다. PNG 터미널 건설은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러 PNG 건설사업'에 포함돼 있다. PNG 건설사업은 러시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파이프로 연결해 북한을 거쳐 국내로 들여오는 사업을 말한다. PNG는 'Pipe-line Natural Gas'의 약자다.

삼척시가 이 심포지엄을 개최한 또 다른 목적에는 동해에 위치한 삼척이 PNG 터미널 조성에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국내외에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남·북·러 PNG 건설사업'은 현재 북한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사업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삼척시는 이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최근에 와서는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삼척시는 언젠가는 이 사업이 성사된다는 가정 하에, 국내 다른 지역에 앞서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김대수 삼척시장이 러시아로 직접 날아가 에너지부 유리센츄린 차관을 면담하고 PNG 터미널 유치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는 결국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시몬 다닐로프. 삼척시는 그를 심포지엄에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으로 초청했지만, 현재 그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시몬 다닐로프. 삼척시는 그를 심포지엄에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으로 초청했지만, 현재 그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 삼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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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시가 이번 심포지엄에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을 초대한 것도 삼척시의 PNG 터미널 유치 노력을 대내외에 널리 홍보하는 등 PNG 터미널 유치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라는 존재는 또 삼척시의 PNG 터미널 유치에 러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딱 알맞은 인물이다.

삼척시는 심포지엄이 열리는 기간은 물론이고, 심포지엄이 끝난 뒤에도 이 심포지엄에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과 김대수 삼척시장이 함께 앉아 있는 사진을 배포하는 것은 물론, 홍보 동영상까지 제작했다. PNG 터미널 유치에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삼척시는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이번 심포지엄이) 지난 20여 년간 답보 상태에만 머물러 있던 PNG 건설사업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심포지엄 개최 결과,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러시아 차관 등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일부 인사들의 신상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삼척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삼척시는 이 심포지엄에 무려 5억 원이라는 혈세를 투입했다. 삼척시는 이 혈세 중 '해외인사 섭외비와 해외인사 초청비'로 모두 1억 2천만 원을 사용했다. 그리고 삼척시는 또 어찌된 영문인지 차관 일행을 헬기로 실어 나르는 데, 별도로 4300만 원을 지불했다. 그외 '삼척PNG복합에너지산업화단지 모형도 및 안내판 제작'에 5800만 원을, 그리고 '심포지엄 홍보동영상 제작'에 1900만 원을 사용했다.

 삼척시가 제작한 PNG 심포지엄 홍보 동영상.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으로 초청한 시몬 다닐로프(오른쪽 회색양복)와 김대수 삼척시장이 나란히 앉아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동영상 촬영).
 삼척시가 제작한 PNG 심포지엄 홍보 동영상.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으로 초청한 시몬 다닐로프(오른쪽 회색양복)와 김대수 삼척시장이 나란히 앉아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동영상 촬영).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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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번대학교 부총장'도 실제와 다른 인물 내세워

삼척시의회는 22일 시의회 소회의실에서 행정사무감사를 벌였다. 이 자리에는 삼척시청에서 이성모 정보자원정책과장이 출석해, 시가 지난 10월에 개최한 심포지엄과 관련해 예산 집행 내역을 발표했다. 그리고 심포지엄 개최 성과로 "PNG 터미널 유치의 당위성을 국내외에 선언하고, 심포지엄을 통해 전 국민이 (터미널 유치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불신에서 오는 갈등을 제거" 하는 등 꽤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이날 삼척시의회 시의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오히려 불신을 키웠다. 김상찬 의원이 먼저,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 일행을 대구에서 삼척시까지 데려오는 과정에서 헬기 임차료로 4300만 원이라는 거금을 사용한 이유를 물었다. 차관 일행은 심포지엄 개최 하루 전에 도착해 대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런데 삼척시는 심포지엄 개최 당일 그들에게 헬기를 제공했다.

김상찬 의원의 질문에 이성모 과장은 "그 분들이 일정이 있고 시간이 급박해, 육로로 이동하는 데는 어려운 부분이 많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그렇지만 김상찬 의원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미 예정된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헬기 임차료로 4300만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비용을 최소화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광우 의원은 삼척시가 심포지엄에 초청한 주요 인사들 중에 실제 존재하지 않거나 직책과 직위가 다른 인물이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먼저 삼척시가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라고 초청했던 시몬 다닐로프라는 인물이 "차관이 맞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성모 과장은 그 자리에서 "사실 그는 차관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 과장은 "그는 러시아 행정 조직상 '차관'보다는 낮고 '차관보'보다는 높은 인물이라 내가 차관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해명으로도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이광우 의원이 외교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시몬 다닐로프라는 인물은 러시아 에너지부의 차관 명단은 물론이고, 차관보 명단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삼척시가 "삼척 시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척시가 제작한 PNG 심포지엄 성과 홍보 책자 중에서. 언론이 심포지엄을 보도한 기사들을 모아놨다. 기사들 대부분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사실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삼척시가 제작한 PNG 심포지엄 성과 홍보 책자 중에서. 언론이 심포지엄을 보도한 기사들을 모아놨다. 기사들 대부분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사실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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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이 문제를 삼고 있는 인물은 또 있다. 삼척시가 초청한 인사들 중에는 또 미국 오번대학교의 부총장인 '로이릭커스 쿡'이라는 인물이 있다. 이 인물 역시 심포지엄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의원이 확인한 결과, 이 사람의 신원 역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삼척시가 초청한 '오번대학교 로이릭커스 쿡 부총장'은 오번대학교의 부총장이 아니다. 이 사람은 실제로는 우리나라 대학교 같은 경우 '대외협력처'라는 부서의 부처장 급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삼척시에 의해서 갑자기 부총장이라는 직책을 얻게 된 것이다. 그는 오번대학교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삼척시는 이 사람을 오번대학교 부총장으로 홍보한 것에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주요 인물들이 직책이 다르고 신원도 불분명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날 감사 현장에서는 삼척시가 막대한 돈을 들여 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실제 그 내용과는 상관없이 단지 외국인 초청자들의 명색을 갖추는 데만 신경을 쓰는 등 심포지엄을 형식적으로 개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삼척시는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을 심포지엄에 참석시키기 위해 시에서 직접 접촉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감사가 진행된 자리에서는 그가 끝내 누구인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광우 의원은 마지막으로 삼척시에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삼척시는 "정확한 사실을 확인한 후, 다시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22일 삼척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 이광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10월에 열린 삼척 PNG 심포지엄에 참석한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가공인물이라고 주장했다.
 22일 삼척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 이광우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10월에 열린 삼척 PNG 심포지엄에 참석한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가공인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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