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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입니다. 11월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수도권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21일자로 서울 심야전용 시내버스(이하 올빼미 버스)가 9개 노선으로 확대 개통된 지 70일이 됐다. 지난 4월 19일 N26번, N37번 두개 노선으로 운행을 시작한 지 7개월이지났다.

이제 올빼미 버스는 서울의 새로운 밤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늦게까지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편리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는 입장도 있는 반면, 운전자 심야노동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용자가 가장 많다는 N26번. 서울시에 따르면, 이 버스를 하루 평균 1200명이 이용한다. 이 버스는 중랑구에서 출발해 청량리, 종로, 신촌, 홍대를 거쳐 강서구까지 승객을 실어 나른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1일 심야운행 7개월을 맞은 N26번을 동행취재했다.

자정 중랑공영차고지. 운행을 마친 버스가 도열해 있다.
 자정 중랑공영차고지. 운행을 마친 버스가 도열해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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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통을 들고 오는 버스기사.
 돈통을 들고 오는 버스기사.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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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6호선 끝 봉화산역 옆 중랑구공영차고지. 오후 11시, 모두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막차 버스운행을 마친 운전기사들이 돈통을 빼서 건물안으로 들어온다. 

모두가 돈통을 빼서 정리할 시간, 유일하게 출근길에 나서는 세 사람이 있다. 메트로버스(서울시는 버스업체 중 '메트로버스'와 '다모아자동차'를 심야버스 운행업체로 선정했다.)의 김용귀(64), 최병옥(62), 최인기(62) 운전기사가 그들이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괜찮아"

운행준비를 하는 김용귀(64) 기사. 그의 뒤로 늦은 시각을 가리키는 시계가 보인다.
 운행준비를 하는 김용귀(64) 기사. 그의 뒤로 늦은 시각을 가리키는 시계가 보인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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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증.
 사원증.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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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귀 기사는 N26번 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4월 19일, 첫차를 운전한 심야버스 운전기사이기도 하다. 심야버스 운전기사들은 매일 순서를 바꿔가면서 버스 운전대를 잡는다. 야간 노동의 특성을 감안해 이들은 3일 일하고 하루를 쉰다.

이날 심야버스 첫차는 김용귀 기사가 운행한다. 그는 기자와 대화를 나누다가도 계속 시계를 보며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버스 기사들의 정년은 평균 60세. 김용귀 기사를 비롯해 N26 심야버스를 운전하는 기사들 모두 정년을 훌쩍 넘겼다. 김 기사는 대부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계약직'이라고 설명했다. 근무시간과 운행거리 대비,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에 따라 급여에 차이가 있지만, 18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낮밤이 바뀌어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적응되니 괜찮아. 자연스럽게 밤에는 잠이 깨고 낮에는 잠이 오거든. 퇴근해서 아침 8시에 자고 낮에 일어나서 등산도 해. 60이면 한창 나인데 이 정도 일이야 가뿐하지. 요즘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한다고."

최병옥(62) 기사는 "회사가 나에게 맡긴 차는 내 차라고 생각하고 다뤄요"라고 말했다.
 최병옥(62) 기사는 "회사가 나에게 맡긴 차는 내 차라고 생각하고 다뤄요"라고 말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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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김용귀 운전사의 버스가 밤 11시 40분 출발한 뒤, 자정을 조금 넘긴 뒤 두번째 출발을 앞둔 최병옥 기사의 버스에 올랐다. 올빼미 버스의 배차격은 보통 35~40분이다. 한 개 노선당 하루에 6번 운행된다.


올빼미 버스를 운행하기 전, 고속버스를 몰았던 최병옥 기사도 쉬는것 보다 일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한 번 왔다 갔다 하는 건데 뭐가 힘들다고... 그냥 쉬는 거보다는 낫지 않겠어?"

중랑공영차고지에서 출발한 버스는 청량리역환승센터를 지나 동대문, 종로, 신촌, 홍대, 강서공영차고지까지 간다. 그곳에서 15분 휴식을 취한 후, 회차해서 다시 지나온 노선을 따라 중랑공영차고지로 돌아온다. 왕복하는데 3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 게 최병옥 기사의 설명이다.

최 기사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중앙선을 타고 경북 영덕, 영천, 청송 등을 다녔다. 정년이 지난 후에는 계속해서 계약직으로 시내버스, 광역버스를 운전하다가 지난 4월부터 회사를 옮겨 N26번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기자에게 말하면서도 계속 운전대를 쓰다듬고 어루만졌다.

버스의 첫 손님은 막차 운전을 끝내고 퇴근하는 버스 기사들이었다. 중랑구를 지나자, 버스기사들은 모두 내렸고 시민들이 타기 시작했다. 가방을 멘 대학생,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회사원. 늘 보던 시내버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토요일엔 버스가 내려앉아서 못 태울 정도"

심야버스 기사들은 주말이면 버스가 내려앉을 정도로 승객이 많이 탄단다. N26번은 홍대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태운다.

"토요일 새벽에 홍대를 지나다보면 버스가 내려앉는 게 느껴져. 간격이 30분이나 걸리니까 사람들이 어떻게든 타려고 하는데, 안전상의 문제로 못 태우고 그냥 갈 때도 있다니까."

홍대입구역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
 홍대입구역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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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는 김용귀(64) 기사
 버스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는 김용귀(64) 기사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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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버스를 탄 날은 목요일 새벽, 평일이라 버스가 내려앉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종로와 홍대를 지날 때는 좌석은 모두 차 있었고, 서 있는 사람도 족히 15명은 넘었다. 1시간이 좀 넘었을까. 버스는 어느새 강서구에 들어와 있었다. 최병옥 기사가 잠시 차를 세우고 자리에서 내려온다.

"이봐요 일어나요! 어디 가는데 이렇게 자고 있나."

어려 보이는 남학생 둘을 깨웠다.

"어... 중랑교 가는데요. 여기 어디예요?"

종로 6가에서 타자마자 손잡이를 잡고 정신없이 졸던 학생이다. 버스를 반대로 탄 모양이다.

"내려요. 반대 가서 타세요."

다른 한 손님은 등촌동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승객들을 보내고 최 기사가 입을 열었다.

"저렇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정신없이 자다가 정류장을 지나는 손님이 많다. 정류장에서 이제 떠나려는데 벨을 막 눌러대고 그러면 어떻게 해. 다른 손님들도 기다릴 테고 혼자만 탄 것도 아닌데. 거기에 취한 분들 막 토하고. 그런 일이 어렵지."

야간노동자를 실어나르는 야간노동자

버스는 강서공영차고지에 이르렀다. 사람이 없는 밤이었고 건물 시설은 비어있었다. 출발했던 곳에 비해 시설은 새로웠지만, 생기가 없어서 쓸쓸하고 을씨년스러웠다. 종점으로 다가갈수록 점차 사람이 줄어들었다. 도로에는 버스 외에 다른 차는 거의 없었다.

늦은 시간 심야버스를 타는 한 대학생
 늦은 시간 심야버스를 타는 한 대학생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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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리운전 기사가 심야버스를 많이 이용한다고 했다. 비슷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버스를 탄다는 말도 덧붙였다.

"휴대폰 두개 들고 타는 사람들이 있어. 대리운전 기사들이지. 그리고 새벽 4시에 타는 할머니들도 있는데, 백이면 백 건물 청소하러가는 할머니들이지."

서교동을 좀 지났을 즈음이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손님들을 지켜봤다. 정말로 휴대폰 두 개를 한 손에 들고 타는 남자가 보였다. 머리가 희끗하고 이마에는 주름이 져 있었다. 자리를 양보하면서 말을 걸었다. 정말 대리운전 기사였다.

"심야버스를 많이 이용하지는 않아요. 한 두 정거장만 이동하는 거라서 비싸기도 하고(올빼미 버스의 경우, 교통카드를 이용하면 1850원, 현금은 1950원이다), 배차간격도 길어서요. 우리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택시를 많이 이용하죠. 회사에선 급여나 교통비도 제대로 주지 않고, (하는 수 없이) 버스를 탑니다."

강서구에서 돌아오는 길. 역시 가장 많은 건 가방을 멘 회사원이나 대학생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밤을 즐기다 귀가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간간이 종로나 홍대를 지날 때 두 개의 휴대폰을 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오전과 오후, 지하철을 타면 수많은 인간군상을 볼 수 있듯이 심야버스를 타면 심야노동을 하는 사람들, 심야에 밖에 있는 또 다른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멈추지 않는 버스

중랑공영차고지로 다시 돌아오니 새벽 4시가 됐다. 처음 떠날 때와 다름없이 생기가 돌았다. 첫차를 운전하는 기사들이 출근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이를 닦고, 돈 통을 챙겨서 나간다. 밤공기보다 새벽 공기는 한층 더 매서웠다. 모두가 출근하는 이 시각, 최병옥 기사는 차를 세워두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그에게는 출근 밥이 아니라 퇴근 밥인 셈이다.

차고지로 들어가는 버스. 이 시간부터 주간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한다.
 차고지로 들어가는 버스. 이 시간부터 주간버스가 운행되기 시작한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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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버스 기사들은 "전날 버스와 다음날 버스의 연결고리가 바로 우리"라고 말한다. 출근할 때 막차 기사들을 집에 데려다 주고, 자신은 첫 차를 타고 집으로 가기 때문이다. 심야버스가 이동하는 구간만큼은 24시간 끊임없이 버스가 달리는 셈이다.

심야버스 7개월 이모저모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도
 서울시 심야버스 노선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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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심야버스는 지난 4월 19일 오후 11시 40분 N26, N37번을 시작으로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파격적인 심야버스 정책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하루 평균 2100 명이 이용했으며 자체 조사결과 서비스 만족도가 80.15점, 확대 요구가 88.4%에 이르렀다. 이에 7개 노선을 확대해 지난 9월 12일 0시부터 총 9개 노선이 운영되고 있다.

확대 후에도 이용률은 여전히 높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심야버스 확대개통 50일 동안 하루 평균 6079명이 이용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날은 언제일까. 소위 말하는 '불금' 직후인 토요일 새벽이다. '핫 플레이스'는 어디일까. 노선은 종로-신촌-홍대를 관통해 강서, 중랑을 가는 N26번이 하루 평균 1200명이 이용하고 있다. 정류소는 강남역 거리 반대편 끝인 신논현역에서 타는 사람 수가 257명으로 최고다. 자세한 운행정보는 서울시교통정보센터(http://topis.seoul.go.kr/)를 이용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블로그(ddobagimedia.tistory.com)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심야버스, #N버스, #올빼미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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