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타나실리 역을 맡은 배우 백진희.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타나실리 역을 맡은 배우 백진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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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기황후>에는 승냥이(하지원 분)의 우여곡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를 중심으로 한 왕유(주진모 분)와 타환(지창욱 분)의 삼각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6회에 첫 등장한 타나실리(백진희 분)의 파란만장한 삶도 있다. 그녀의 등장으로 승냥이의 삼각관계는 더욱 복잡하고 난감해진 사각관계로 전이됐다.

타나실리는 타환의 원수인 연철(전국환 분)의 딸이다. 그런 그녀를 타환은 아내로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힘없는 자신의 왕위를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뿐이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지 않는다. 마음이 갈 수가 없다. 부모의 원수가 낳은 딸을 어떻게 품에 안을 수가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타나실리는 오만불손하기까지 하다. 아버지의 권력에 기대어 그러한 것도 있고, 천성이 그런 듯 보이기도 하다. 자신의 방식대로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기를 원하며, 자신의 미모를 뽐내기를 좋아함은 교만의 수준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 그것은 자신감을 넘은 패악이다.

19일 방송된 <기황후> 8회에서 타나실리는 황태후(김서형 분)와 서로 날을 세우며 대단한 기싸움을 펼쳐 보였다. <기황후>에서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드러낸 장면이기도 했고, 타나실리라는 캐릭터의 비중이 점점 높아져 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게 만든 장면이기도 했다. 그리고 타나실리를 연기하는 백진희. 그녀의 악녀연기를 유심히 보게 된 계기가 됐다.

황태후는 타나실리의 임신을 어떻게든 막으려 한다. 세자가 생길 경우 타나실리와 연철에게 더욱 막강한 힘이 실어지기 때문이다. 황태후는 타나실리 몰래 임신을 못 하게 하는 향로를 선물로 주기도 하고, 타환에게 절대로 임신을 시켜서는 안 된다며 신신당부하기도 한다. 결국 타환과 타나실리의 첫날밤은 술판으로 이어졌으며, 타나실리는 옷고름도 풀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수모를 겪고 만다.

궁에서 서로 마주치게 된 황태후와 타나실리. 그들의 눈빛에서 표독함을 넘어 살기가 느껴진다. 타나실리를 향한 황태후의 저주는 극에 달했고, 황태후를 향한 타나실리의 경멸 역시 차오를 대로 차올랐다. 서로에게 협박을 서슴지 않는다. 서로를 끌어 내리려는 호기는 끝에 가서 칼바람까지 일으킬 기세다.

황태후 역을 맡은 김서형의 눈빛연기는 짐작한 대로였다. 그녀의 목소리 톤이나 표정에서 풍기는 매섭고 독한 살기는 <기황후>에서도 빛을 발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다. 이제 그녀는 독한 연기를 뿜어내는 캐릭터 전문배우가 됐다. <기황후>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스팅을 꼽자면 김서형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타나실리는 아버지 연철 때문에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 정략결혼을 했다.

타나실리는 아버지 연철 때문에 황제 타환(지창욱 분)과 정략결혼을 했다. ⓒ MBC


하지만 요즘 들어 눈이 더 많이 가는 배우는 바로 타나실리 역을 맡은 백진희다. 그녀는 180도 달라졌고, 확실하게 변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백진희에게서 이러한 표정이나 눈빛, 연기를 볼 수 없었다. 그녀의 변신이 반가웠다. 자연스러운 연기로 변신을 채우고 있는 것이 기특했다.

지금까지 그녀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의 백진희, <금 나와라 뚝딱>의 정몽현 정도였다. 대부분 유약하거나, 순애보적이거나, 가련하거나, 힘들지만 꿋꿋한 성격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한 그녀였다. 타나실리와 같은 오만하고 교만하며 드세고 제마음대로인 여성을 그려낸 적이 없었다.

삐걱거릴 수도 있었고, 갈피를 못 잡을 수도 있었다. 아직 그녀의 연기경력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현재 나이는 고작 24살이다. 아직까지 그녀의 이미지에는 풋풋함과 신선함이 남아있고, 약간은 어눌하면서도 여린 말투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진희는 타나실리 역을 대견스러우리만큼 잘 소화해내고 있다.

황태후를 바라볼 때의 시선 처리가 영특하다. 한없이 도도한 표정을 지어 보일 때는 서늘하고 냉랭하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간교한 협박을 할 때는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밉다. 때로는 악을 쓰기도 하고, 교태를 부리며 헤픈 웃음을 보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지닌 타나실리를 백진희는 완전히 다른 모습, 다른 느낌으로 그려 나가고 있다.

백진희는 천사와 악녀, 두 얼굴을 지닌 배우였다. 지극히 순하고 여려서 큰 소리 한 번에도 눈물을 뚝뚝 흘릴 것만 같은 얼굴과 자신 위에 그 누구도 없는 맹랑하고 사특한 교만을 품은 얼굴. 그녀가 숨겨 놓은 두 번째 얼굴은 <기황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연기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결국 그녀가 비련의 여인이 된다는 결말 때문이다. 최후의 황후 자리에는 승냥이가 서 있다. 타나실리는 무너지게 되어 있으며, 백진희는 무너지는 그녀를 연기하게 될 것이다. 그 몰락의 과정을 또 얼마나 비참하게 연기를 할는지… <기황후>에는 하지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두 얼굴을 지닌 백진희도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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