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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서적 헌법소원 박지웅 전 법무관 현재는 홍종학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불온서적 헌법소원 박지웅 전 법무관 현재는 홍종학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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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맥주를 마시며 맛있다는 생각 해본 적 있으세요? 사실상 2종류밖에 없는 한국 맥주는 거의 '소폭용'이라는 조롱을 당하고 있잖아요. 독일의 맥주가 4000가지나 되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맥주시장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너무 적어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이야기 카페. '다음세상을 준비하는 다른(아래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소장 이동학)가 박지웅 변호사(홍종학 의원실 비서관)를 만났다.

지난 2008년 군인들의 특정 서적 독서를 금하는 '국방부 불온서적 리스트'에 대해 "불온서적 지정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가 징계를 받은 군법무관 중 한 명인 그는 민변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국회에서 일하고 있다. 튀는 법조인이었던 그가 어쩌다가 맥주에 꽂혔을까?

"헌법소원 사건을 거치며 군복무를 마치고 국회에 들어왔는데,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의 음식은 화끈한데, 맥주는 지루하다'며 한국 시장의 맥주 독과점 문제를 지적한 기사를 봤어요. 비합리적으로 높은 맥주의 주류세와 시설규제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맥주사업에 진출을 못한다는 거였죠. 이거다 싶었어요. 맥주를 가지고 경제민주화를 풀어보면 어떨까?"

한국 맥주는 '소폭'용?

박지웅 변호사는 우리나라 맥주가 맛이 없는 이유를 두 기업이 96%의 맥주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하이트, 오비 두 기업의 제품생산은 라거(Lager), 즉 하면발효맥주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맥주의 다양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그렇다면 이런 맥주시장 독과점의 원인은 무엇일까? 박 변호사는 2011년 이전까지 일반맥주 제조면허 취득을 위해서는 700억 원 상당의 기반시설이 필요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공장을 세울 엄두조차 내기 힘들다는 것.

또한 현재 맥주의 주류세에는 주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다양한 세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비합리적인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제조원가가 500원이라면 이에 버금가는 485원가량의 세금이 더 얹어지는 격이다.

결국 대기업 위주의 규제와 주세율은 중소기업에게는 턱없이 높은 진입장벽이 되고 양대 맥주기업들은 대량생산에 적합한 라거 맥주만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맥주가 맛없는 건 행정편의주의 때문"

박 변호사는 맥주시장의 정체를 조장하는 규제와 세율의 근원으로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를 지적했다. 처음 이런 방식의 규제를 도입한 1960년 당시 주류세로부터 충당되는 세수는 전체 예산의 10%(현재 1.5%)에 달할 정도로 높은 비중의 세입원이었다는 것.

당시 주류시장에 많은 기업이 난립하여 세금징수가 복잡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정부는 규제와 과세를 통해 주류기업들을 통합시키고 결국 오늘날의 정체된 맥주시장을 조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해결책으로 시설기준 완화와 중소 맥주기업에 대한 주세율 감면을 주장한다. 맥주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중소기업에게 적합한 상면발효(Ale) 맥주의 시장출시가 늘어날 것이라는 것.

그는 상면발효 맥주는 소량생산에 적합하며 다양한 맛을 연출하기 적합한 공법이기 때문에 제품의 다양성도 확보될 길이 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그가 속한 민주당 홍종학 의원실에서는 주세법 개정안을 제출하여 통과를 앞두고 있다.

박지웅 변호사와 다준다 연구소 강연 참가자들이 준비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박지웅 변호사와 다준다 연구소 강연 참가자들이 준비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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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옥토버페스트라는 맥주 축제는 전·후방 산업 효과가 11억 유로에 달하고, 축제기간 중에 창출되는 고용만도 1.2만 명, 관련 산업에선 3만 명의 고용이 창출된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맥주산업 민주화를 통해 이렇게 전 국민이 참여하는 맥주 축제를 열었으면 하는게 제 꿈입니다."

박 변호사의 강연 내용은 다준다연구소 홈페이지(dajunda.org)에서 팟캐스트를 통해 다시 들을 수 있다. 한편 다준다연구소는 오는 23일 오후 최근 <진격하라>라는 저서를 펴낸 민주당 원혜영 의원을 초청해 저자와의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태그:#박지웅, #불온서적, #헌법소원, #법무관, #다준다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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