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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2400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철도종합시험선로' 구간도 (경부선 서창신호장~충북선 오송정거장~고속철도 보수기지)
 국토교통부가 2400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철도종합시험선로' 구간도 (경부선 서창신호장~충북선 오송정거장~고속철도 보수기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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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2400억 원을 들여 '철도종합시험선로'를 만들기 위한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철도공사 내부 직원들이 나서 사업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어 사업 타당성은 물론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종합시험선로(이하 시험선로)는 총 길이 13㎞로 철도차량, 철도용품·시스템, 신기술·신공법 검증 등 모두 9개 분야 147개 시험항목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성능 검증할 수 있는 독립적인 시험선로 건설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2437억 원. 내년 6월 착공을 시작해 2016년 말 완공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처인 철도시설공단 측은 세종특별자치시 부근의 오송으로 장소를 정하고 지난 10월 실시설계 적격자로 이미 지에스(GS)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국토교통부와 시설공단 측은 공사가 완료되면 열차가 운행되는 철도노선에서 제한적으로 했던 신제품, 새 기술 등의 현장시험이 시험선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체계적인 성능검증을 통한 궤도, 신호 등 철도핵심분야의 국제적인 기술경쟁력 확보를 높이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사업을 두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철도전문기관인 한국철도공사 직원들이다. 이들은 연일 시험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서명운동에 참여한 철도공사 직원만 9일 현재 2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한 개인이 주도한 서명운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호응도가 매우 높다.

이들은 시험선로를 만들면 오히려 철도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철도종합시험선로' 추진 필요성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철도종합시험선로' 추진 필요성
ⓒ 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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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①] "시험선로 없어 곤란" Vs. "250km 이상 시험 불가능한 무용지물"   

김해곤 철도공사 김천시설사업소장(51, 전 철도공사 연구원 기술연구처장) 은 시험선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공사 중단을 위한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기존선에서 시험 운행하면 6개월에서 2년 내에 시험을 완료할 수 있는 반면 새로운 시험선로를 만들면 차량성능시험 인증에만 6년 이상이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차량 개발 시 3만 5000km 이상 시험운행을 해야만 안전성에 대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데 새로운 시험선로에서는 하루 2회 25km만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시험선로가 단선으로 계획돼 있어 250km 이상의 고속주행 시험은 할 수 없다는 점도 반대이유로 꼽고 있다. 게다가 이미 한국의 경우 틸팅열차는 물론 G7고속차량(353Km/h, 430Km/h 급) 해무고속열차(421Km/h) 등 다양한 차종을 기존선에서 시험해 왔다는 것이다. 시험선로가 없어도 고속열차를 개발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기존선로에서 한산할 때 시험할 경우 다양한 시험이 가능한 반면 건설예정인 시험선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많다"며 "시험선로와 기존선에서 2중으로 시험을 해야 돼 개발기간만 늘어나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 자체를 꺼리거나 거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김 소장이 이런 민원을 제기하자 사업시행처인 철도시설공단에 이첩한 회신을 통해 "시험선로가 없어 시험이 곤란한 사례가 있어 김 소장 등 반대 직원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험선로가 단선으로 계획돼 250km 이상의 고속주행 시험은 할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소장은 "시험선로가 없어 곤란한 사례가 없다"며 "그런 사례가 있다면 언제 어떤 제품에서 있었던 일인지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고 제안했다.

대구역 상행선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해 있는 동안 KTX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대구역 상행선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해 있는 동안 KTX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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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②] "유럽연합도 시험선" Vs. "철도선진국에는 시험선 없다"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 측은 독일과 유럽연합 등 철도 선진국에서도 시험선로를 만들었거나 계획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고속전용시험선(총길이 75km, 속도 450km/h)을 스페인에 계획하고 있고, 독일에서도 1997년에 시험선을 개통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철도의 글로벌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험선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직원들은 "1973년 이후 국비로 철도시험선을 건설한 국가가 단 한 곳도 없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철도선진국인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등 대부분의 나라가 기존선을 활용, 별도의 시험선이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의 경우 시험선을 갖고 있지만 종합시험선이 아닌 차량시험선이고 이 또한 민간 철도제작회사가 폐쇄된 군전용선로를 매입, 민간자본으로 건설했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시험선을 건설한 미국은 오히려 철도후진국으로 남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 소장은 "유럽연합의 경우 철도노선이 여러 나라를 경유하면서 서로 다른 신호 시스템(21개)과 궤간시스템(5가지), 전력공급 시스템(5 종류)을 사용, 복잡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없이 27개국이 공동으로 시험선로를 만드는 것"이라며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유럽연합이 건설한다고 우리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유럽연합의 경우 전체 노선 중 고속철도 노선이 55km에 이르는데도 1km당 건설비용(3억 4400 유로)은 우리의 약 3분의 1도 안될 만큼 훨씬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2011년 6월, 철도공사연구원장이 작성한 철도종합시험선로 구축 현황보고서
 2011년 6월, 철도공사연구원장이 작성한 철도종합시험선로 구축 현황보고서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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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③] "의견 수렴 했다" Vs. "반대 의견 묵살했다"

국토개발원은 지난 2009년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시험선로 구축 예비타당성 조사결과를 통해 '경제성이 없다'(0.806)고 판단했다. 같은 이유로 지난 2004년 당시 철도청도 시험선로에 반대해 사업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게다가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은 13km의 시험선을 위해 굳이 공사비가 2∼4배 이상 소요되는  터널 6개(1.5km)와 교량 6개(5790m)를 만드는 난공사 구간을 택했다.  시험선을 건설한 이후 운영, 유지비로 발생하는 적자는 철도공사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세계에 유례없는 많은 터널과 교량을 만드는 것으로 계획하고 턴키방식으로 설계입찰을 공고해 놓은 상황"이라며 "확보해 놓은 돈을 쓰기 위한 목적 외에 다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시설공단을 통한 민원회신을 통해 "2011년 의견수렴보고회장에 철도공사 관계자가 참석했고 지난 4월 검토 회의 때도 코레일 직원이 참석해 타당성을 인정했다"고 반박했다. 또 "본 사업은 지난 해 10월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용역 등 관련 절차를 이행해 철도안전법개정 사항을 반영해 추진 중인 것으로 돈 쓰기 위한 사업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2011년 보고회장에서도 철도공사 공식의견으로 사업의 부당성을 개진한 바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2011년 반대의사를 전달 한 후 이사업과 관련된 공식 문서를 본 적이 없다"며 "철도시설공단 측에 누가 참여했는지 밝혀달라고 했지만 철도공사에 알아보라고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1년 5월 당시 '철도시험선로 구축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착수보고회' 회의결과 자료에도 '철도공사에서는 기존선 및 폐선로를 시험선으로 활용하거나 호남고속철도를 시험선으로 활용하는 대안을 제시' 한 것으로 돼 있다.

김 소장은 또 지난해 벌인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의 경우 차량구입비와 차량수리비 등이 빠져 있고 근거 없이 외국에서 철도차량 및 차량용품을 사러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철도종합시험선 개념도
 철도종합시험선 개념도
ⓒ 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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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④]
"개인 의견" Vs. "직원 2000여 명 서명"

김해곤 철도공사 김천시설사업소장은?

김해곤 철도공사 김천시설사업소장
 김해곤 철도공사 김천시설사업소장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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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곤 철도공사 김천시설사업소장(51, 전 철도공사 연구원 기술연구처장)은 철도대학을 졸업한 후 1986년 철도공사에 입사했다.

1995년 일본 철도종합기술연구소에 6개월 간 국비단기해외유학에 이어 1999년 일본 동경대에서 2년 4개월간 국비유학을 하면서 동일본철도, 서일본철도, 동해도철도, 큐슈철도 등을 돌며 공부했다. 이후 부산대 토목공학과 석사에 이어 충남대 토목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세계최초로 다지형침목(H형 침목)을 개발하는 등으로 지난해 초까지 철도공사 기술연구처장을 맡았다.

<철도사고 왜 일어나는가>,<사업창조의 노하우>를 번역 출판했고, <철도건설 100년사>  편집위원, 한국철도건설협회 궤도분과 전문위원, 철도학회 평의원 등을 역임했다. 
국토교통부와 철도시설공단 측은 김 소장의 문제제기에 대해 "개인의 의견을 철도공사의 공식적인 의견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2000여 명의 공사 직원들의 서명부와 지난 2011년 5월 국토부에 제출한 건설반대 의견이 담긴 철도공사  의견서를 제시하며 공식의견임을 강조했다. 서명 인원도 늘어나고 있다.

김 소장이 제시한 반대서명부에는 철도공사 기술원 직원은 물론 관련 전문 교수도 참여했다. 한 직원은 격려 글과 함께 "국토교통부가 상위기관이라는 명목 하에 공사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시험선로는 예산과 환경을 파괴하는 불필요한 사업"이라며 "사업 추진을 중지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정책결정을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철도공사, #철도종합시험선로, #철도시설공단, #예산낭비, #철도선진화, #종합철도시험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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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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