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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번 기사에서 이어짐)

독일 할레(Halle an der Saale)로 이사 오고 나서 '이제는 체계적으로 켈러를 사용해 보자'라는 생각에 몇 개의 선반을 샀다. 벽 한쪽에 4층 철제 선반 세 개를, 마주보는 다른 한 면에는 독일 마트나 식료품 상점에서 자주 쓰는 나무 상자를 구해 층층이 쌓았다. 철제 선반에는 병조림과 건조식품을, 나무상자에는 구매한 유기농 기본 채소와 가을에 수확한 과일과 텃밭 채소를 보관했다.

과일이나 채소, 이렇게 보관하세요

보관 장소에 여유가 있다면 어떤 채소며 과일이건 가능한 다른 식품이 위에서 누르는 일이 없도록 한 층으로 저장하는 것이 좋다.
▲ 우리 집 켈러의 과일 채소 보관 모습 보관 장소에 여유가 있다면 어떤 채소며 과일이건 가능한 다른 식품이 위에서 누르는 일이 없도록 한 층으로 저장하는 것이 좋다.
ⓒ 김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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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등에 채소 보관법이 많이 나와 있지만, 우리 집에서 기본적으로 주의하는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 정도다.

① 어떠한 채소든 과일이든 가능한 한 다른 식품이 위에서 누르는 일이 없도록 한 층으로 저장한다.
② 가능하다면, 자연에서 자란 방향대로 저장한다(예를 들면, 뿌리 쪽이 아래로 가도록 세워서).
③ 이렇게 보관하는 작물은 수시로 살펴 조금이라도 상하기 시작하면 골라낸다(특히 사과 등의 과일류). 감자 같은 경우 싹이 났다면 하나하나 싹을 제거한다.
④ 가을에 수확한 야콘 등 뿌리채소는 기본적으로 깨끗한 모래나 숯 알갱이에 묻어 저장한다. 마르지 않게 습도를 유지해준다.
⑤ 연중 내내 너무 건조하지도, 습하지도 않게(켈러가 보통 반지하 이하에 있기 때문에 습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 유의한다) 통풍을 자주 시킬 것. 더운 여름에는 기온이 떨어진 한밤중에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키고, 겨울에는 해가 날 때 통풍을 시켜 켈러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 과일 저장 방법 : 특히 사과와 배 등의 과일은 한 층으로 저장해야 한다. 이는 위에서 내리누르는 압력에 과일이 쉽게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보관 과정에서 에틸렌 가스(ethylen gas)를 발생시켜 다른 채소의 숙성을 촉진시킨다고 한다(참고 기사). 따라서 감자와 사과를 함께 둘 경우, 감자가 싹이 잘 나기 때문에 함께 보관하는 건은 좋지 않다(반면 덜익은 토마토 옆에 사과를 두면 효과적이란다).

▲ 채소 저장 방법 : 감자·양파 같은 유기농 기본 채소는 가격이 저렴하고 전문 유기농 매장을 찾지 않아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사서 먹고 있다. 수확기부터 겨울까지 그해 수확된 독일산 채소를 사서 켈러에 마련한 납작한 나무 상자에 저장한다. 이런 채소들도 가능하면 쌓지 않고 저장한다. 이 채소들은 이듬해 봄, 길게는 여름까지 먹을 수 있다.

우리 집 텃밭에서 제일 수확량이 많고, 즐겨 먹는 겨울 저장 채소 중 하나가 바로 호박류 채소다. 이곳에서는 토종 애호박 대용으로 주키니(Zucchini) 호박을 많이 먹는다. 독일의 텃발 딸린 가정에서는 이 주키니 호박을 제철에 애호박으로 먹을 뿐만 아니라 겨울철 저장 채소로도 두고 먹는다.

이 주키니 호박을 늦가을까지 자라도록 두면, 껍질이 박처럼 딱딱해지는데 이렇게 껍질이 단단하게 익은 호박을 보관하면 된다. 이런 호박들은 이듬해 봄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보관 시 습하고 찬 기운에 호박이 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해주는 게 중요하다. 나는 지난해 수확한 주키니를 올해 4월 초까지 먹었다. 일부는 상할 게 염려돼 병조림했다.

나는 올해부터 저장 채소를 3미리미터 이하 크기의 숯 조각 알갱이 사이에 묻어 보관하기 시작했다. 이타카 연구소(Ithaka Institute)의 한스 페터 슈미트(Hans-Peter Schmidt)의 말에 따르면, 숯 없이 저장할 때보다 더 신선하게 오래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 용도로 사용하는 숯은 구워 만드는 과정에서 유해 가스가 포함되지 않은 깨끗한 것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당근·야콘·돼지감자 등 뿌리채소는 깨끗한 모래나 숯 알갱이에 묻어 뿌리가 아래로 가도록 저장한다. 마르지 않게 가끔 분무기로 물을 뿌려 습도를 유지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에도 신선한 샐러드를?

우리 집은 늦봄부터 가을까지 텃밭에서 나는 각종 신선한 허브들과 채소들을 먹는다. 하지만, 겨울에는 텃밭에서 수확할 수 있는 채소가 매우 제한적이다. 근대, 엄지손가락 마디만 한 장미 양배추(Rosenkohl), 케일의 일종인 녹색 혹은 갈색 잎 양배추(Gruenkohl & Braunkohl), 배추, 파슬리·회향·달맞이꽃의 뿌리 그리고 영하의 날씨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몇몇 허브가 전부다. 생각보다 겨울에 먹을 수 있는 텃밭채소의 가짓수가 적은 편은 아니지만, 엄동설한에는 작물들의 생장 속도가 더디다. 그래서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우리 집 텃밭에서는 여름처럼 매일 텃밭 겨울 채소를 수확해 먹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비닐하우스에 별도의 난방을 하고 인공조명을 쫴 길러내지 않는 이상, 자연적인 조건에서 겨울철에 신선한 샐러드를 해먹기는 힘들다. 하지만, 겨울에도 샐러드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바로 새싹 채소와 양동이에 넣어 빛을 차단해 기른 민들레·치커리 샐러드가 바로 그것이다.

하루 두 번 물 헹굼으로 간편하게 길러 낼 수 있다.
▲ 겨울철 생생한 영양 공급원 새싹채소 하루 두 번 물 헹굼으로 간편하게 길러 낼 수 있다.
ⓒ 김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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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싹 채소 : 새싹 채소를 먹으면 겨울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각종 비타민을 공급받을 수 있다. 우리 집은 여러 가지 유기농 새싹 채소용 씨앗들(무·순무·겨자·알팔파·브로콜리·루콜라 등)을 한 번에 서너 가지씩 길러 먹는다. 새싹 채소 재배용기에 씨앗을 듬성듬성 흩뿌려 놓고, 하루에 두어 번 깨끗한 물에 헹궈내기만 하면 된다. 단, 루콜라·아마·크레세 같은 씨앗은 물에 불리면 씨앗 주변에 점성이 생기기 때문에 무리 없이 잘 헹굴 수 있도록 아주 듬성듬성 씨를 뿌려야 한다. 주위 온도에 따라 3일에서 일주일 정도면 먹을 수 있을 만큼 잘 자라 있다.

▲ 양동이에 넣어 빛을 차단해 기른 샐러드 : 우선 가을에 치커리와 민들레 뿌리를 상하지 않게 파낸다. 뽑다가 뿌리가 끊어질 수 있으니, 식물의 윗부분-잎 부위를 잡은 채 뽑지 않고, 삽이나 포크 모양의 농기구로 주변 흙과 함께 움푹 파낸다. 이 식물의 잎 부분을 뿌리 시작 부분부터 3센티미터 정도 남기고 싹둑 잘라낸다. 이 뿌리들을 깨끗한 모래를 채운 10리터 크기 양동이에 묻어둔다. 이때 모래는 3분의 2정도만 채운다. 양동이에 뚜껑을 덮지 않고, 얇은 부엌용 수건이나, 소포 용지 등으로 덮어 둔다. 상온 12~15도 정도의, 볕이 전혀 들지 않는 공간에 이 양동이를 두고 마르지 않게 가끔 분무기로 물을 뿌려 준다. 4~6주 정도면 수확해 먹을 수 있다.

민들레나 치커리는 햇빛을 받고 자라 녹색일 때에는 쓴맛이 아주 강하지만 이렇게 빛을 차단한 채 길러 먹으면 쓴맛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든다. 공간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볕이 잘 들지 않는 우중충한 겨울날에 기르기에 어렵지 않은 샐러드다.

도시에서 생태적인 삶을? 가능하다

지난해와 올해 컬러 온도를 몇 번 측정해 봤는데, 겨울에는 섭씨 0~8도 사이였고 한여름에는 10~20도 사이였다. 하지만 이전 해에 담근 김치가 보통 다음 해 봄까지 생생하고, 또 담근 지 2년이 되는 깻잎 장아찌가 그대로 인 것을 보면, 이런 음식들이 무조건 저온의 냉장고에 보관해야만 오래가는 건 아닌 듯하다. 우리 집 켈러처럼 급격한 온도 변화가 거의 없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식재료를 보관해도 된다는 이야기다.

방송에 나간 우리 집을 보고 몇몇은 우리 부부를 두고 '딴 세상 사는 사람들 같다', '도시 생활에 찌들어 바쁘게 살다 보니, 부러워도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없다'는 이도 있었다. 귀농을 했거나 시골에 터를 잡고 텃밭 농사를 하는 이들에게는 우리 집의 모습이 그다지 생소하지는 않으리라.

어쨌든 시골에 살지 않아도 흙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사는 이라면 최소한 땅을 깊게 파 그 안에 채소를 저장하는 움 저장법이라든가 큰 항아리 등의 용기를 땅속에 파묻어 두고 그 안에 채소를 저장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총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대도시에 몰려있는 한국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딴 세상 사람들 같다'는 반응이 이해가지 않는 건 아니다. 나 역시도 2005년에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대도시에서, 바쁜 생활 중에 어떻게 조금이라도 생태적으로 살아볼까 고군분투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 생활을 하는 이라 할지라도 난방을 하지 않는 서늘한 창고방 한쪽이나, 그늘진 발코니 한 곳을 마련해 병조림이나 건조 허브·채소 등을 보관할 수 있다. 한때 한국에서 붐이 일기도 했던 새싹 채소를 길러 먹는다거나, 겨울에 치커리나 민들레를 양동이에 길러 먹는 방법도 생태적인 삶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꽤 유용한 방법일 것이라 생각한다. 치커리의 경우 씨앗을 사서 따로 길러야 하지만, 민들레는 아스팔트 틈새에서도 자라는 생명력이 강한 종이기 때문에 구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병조림 방법 등을 사용한다면 대도시의 아파트에서도 겨울철에 한시적으로도 냉장고를 가동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이다(적어도 냉장고 크기를 줄여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복잡하고 빠듯한 도시 생활이지만, 나만의 생태적 삶을 실천해 보자. 내가 실천하는 것들이 하나에서 둘이 되고, 둘에서 넷이 되고, 일곱이 된다면, 도심 속 생태적인 삶이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음식 보관에 사용하는 신문지, 정말 괜찮을까
한국 가정에서는 음식을 보관할 때 신문지를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인터넷에 소개돼 있는 채소 보관법을 살펴봐도 신문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예전부터 나는 이게 영 꺼름칙했다. 물론 요새는 대부분 신문 인쇄에 콩기름을 원료로 한 잉크를 쓰지만, 알록달록한 컬러 지면이 빠지지 않는 신문지를 음식물 저장에 이용해도 될까 의구심이 들곤 했다. 심지어 광택과 색을 내는 도자기 유약 성분에도 간혹 중금속을 함유한 물질이 포함되는 일도 있지 않은가.

인터넷 검색창에 '신문지 잉크 독성'을 쳐보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바로 햄스터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있어 신문지 사용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신문지 잉크의 독성이 반려동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게 햄스터 등의 애완동물을 기르는데, 동물 우리에 깔아주는 바닥재(bedding)로 신문지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을 권장하는 내용이었다. 신문지 잉크의 독성이 애완동물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동국대 인쇄 화상전공 김일태씨의 자료에 따르면 '석유의존도가 낮고 독성이 적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인 잉크지 독성이 전혀 없는 잉크는 아니'라고 한다. 즉, 음식 보관에 신문지를 사용하는 것은 그리 합당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과 My-ecolife.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MY-ECOLIFE , #대안 생태 냉장고 켈러, #생태 부엌, #MBC 추석 특집 다큐 세상의 모든 부엌, #과일, 채소 병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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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저널리스트, 쓰레기를 양산하는 조형물 대신 인생을 조각하는 작가(소로우의 글에 감화받아), 2001년 비건채식을 시작으로 ‘생태토양학자’인 독일인 남편 다니엘과 함께 독일에서 지속가능한 텃밭 농사를 지으며‘ 날마다 조금 더 생태적으로, 생태 순환의 삶을 살기’에 힘을 다한다. 올 봄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라이프, ≪생태부엌≫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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