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스포츠의 축제,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이제 100일도 안 남았다. 내년 2월 7일부터 러시아 소치에서 개막되는 이번 올림픽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직전 대회다. 이번 올림픽은 어느 때보다 여자 선수들의 강세가 돋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피겨의 김연아(23·올댓스포츠),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24·서울시청), 쇼트트랙의 심석희(16·세화여고)가 그 주인공이다.

김연아, 피겨여왕의 아름다운 은퇴 꿈꾸며...

 피겨여왕 김연아가 오는 소치올림픽을 자신의 은퇴무대로 삼을 예정이다. 사진은 6월 아이스쇼에서의 모습

피겨여왕 김연아가 오는 소치올림픽을 자신의 은퇴무대로 삼을 예정이다. 사진은 6월 아이스쇼에서의 모습 ⓒ 박영진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건 단연 피겨여왕 김연아다. 김연아는 지난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자신이 꿈꿔온 올림픽 챔피언의 꿈을 이뤘다. 2위와는 무려 23점의 압도적인 차이이며, 이 점수차는 올림픽 역대 사상 가장 큰 차이였다. 그만큼 김연아의 경지가 차원이 달랐음을 증명했다.

지난 3월 세계선수권에서도 김연아는 2위와 20점이 넘는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을 가장 마지막으로 연기한 그녀는 절정에 달한 기량을 유감없이 뽐내며, 세계선수권 최고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후 김연아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뜻하지 않은 발등 중족골 부상을 당했다. 시즌 개막을 한 달 남겨두고 일어난 일이기에 모두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의연한 모습으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연아는 "현재 몸 상태는 70% 정도다. 스케이트를 탈 때의 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트리플점프도 모두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소치올림픽은 김연아의 은퇴 무대다. 지난 2012년 여름에 복귀 기자회견을 하면서 김연아는 소치를 자신의 은퇴경기로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은 이전과는 다른 콘셉트다. 강렬한 쇼트와 서정적인 프리의 공식을 깨고, 쇼트는 애절한 '어릿광대를 보내주오', 프리는 '아디오스 노니노'의 탱고 음악을 준비했다. 특히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이 자신의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어렵다면서, 처음 선곡했을 당시 후회했을 정도라고 답했다. 평소 말을 아끼는 김연아의 태도를 생각해본다면, 이번 프로그램이 이전과는 얼마나 다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김연아의 복귀가 임박하면서 해외에서도 잇따른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기자회견에서 김연아가 잠시 환하게 웃은 이유에 대해서까지 기사에 낼 정도로, 피겨여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또한 김연아는 영국 BBC에서 선정한 소치올림픽 메달 후보 10인에 이름을 올려, 국내보다도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상화, 밴쿠버보다 진화한 빙속여제의 활약

 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사진은 지난 4월 빙상대표 수여금 시상식에서의 모습

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사진은 지난 4월 빙상대표 수여금 시상식에서의 모습 ⓒ 박영진


'빙속 여제' 이상화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연패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지난 시즌 그야말로 '이상화의 해'라고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월드컵 8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냈고, 특히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에선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마의 36초 80의 엄청난 기록을 냈다.

이상화는 밴쿠버올림픽 이후 잠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초심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그녀의 마인드는 곧바로 기량 회복으로 이어졌고, 이윽고 최고의 자리에 다시 올려놓았다.

이러한 노력은 이상화의 신체에서부터 바로 드러났다. 이상화는 밴쿠버 때보다 5kg 가량을 감량하면서 순간 스피드 능력을 향상시켰다. 그 결과 이상화는 레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뒀다.

이러한 노력에도 이상화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상화는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럴 때일수록 더 집중해야 한다. 어떠한 순간에도 방심하지 않는 것이 제 철칙이다"라며 고삐를 더욱 당기고자 했다. 또한 "중국, 독일, 네덜란드 선수들 모두 기량이 올라오고 있다. 지금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처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들도 모두 이상화의 금메달을 점치고 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모태범, 이승훈(이상 대한항공)도 모두 "상화는 거의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석희, 여자 쇼트트랙의 혜성으로 빛나다

 심석희가 소치올림픽에서 개인전, 단체전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사진은 지난 2일 월드컵 2차 대회 미디어데이에서 모습

심석희가 소치올림픽에서 개인전, 단체전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사진은 지난 2일 월드컵 2차 대회 미디어데이에서 모습 ⓒ 박영진


올 시즌 쇼트트랙은 심석희가 열쇠를 쥐고 있다. 심석희는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선수권 4관왕, 유스올림픽 2관왕으로 이름을 알린 그녀는 지난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174cm에 큰 키에 강한 체력과 막판 스퍼트가 강점인 심석희는 월드컵 1500m 7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1000m에서는 바로 세계신기록을 낼 정도로 무서운 기량을 과시했다.

한동안 여자 쇼트트랙은 2008년 진선유(현 단국대 코치)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슬럼프를 겪으며 중국에 밀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 심석희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고, 1000m, 1500m의 주도권을 모두 한국이 가져오게 됐다.

여기에 심석희는 단거리 500m도 강하다. 다른 스케이트 선수들과 다르게 왼발로 출발하는 심석희만의 스타트는 취약 종목인 500m에서도 좋은 성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시즌 월드컵 3차 대회에서 500m 동메달을 따냈고, 올 시즌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2차 대회 500m에서도 결승에 진출해 4위를 기록했다.

여자 쇼트트랙은 심석희를 필두로 박승희(화성시청), 김아랑(전주제일고)이 올림픽 개인전에 나선다. 세 선수 모두 월등한 체력과 탁월한 경기운영 능력을 갖추고 있어 더욱 기대를 모으게 하고 있다. 특히 세 선수는 지난 2차 대회 1000m 결승에서 금·은·동을 모두 휩쓸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빙상의 주역들의 공통점, '차분함과 의연함'

소치를 앞둔 빙상의 주역들은 모두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차분함과 의연함이다.

김연아는 부상에 대한 주변의 우려와 최근 시작된 그랑프리 대회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잠깐의 부상이 앞으로 계획에는 차질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아는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준비했기에, 몸에는 이미 익은 상태"라며 준비 상태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번 올림픽이 현역 선수로는 마지막 무대가 되는 것에 대해서도, 김연아는 부담감보다는 즐기는 마음을 갖고 싶다고 했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은 제게 두 번째 올림픽이자 은퇴 무대가 될 것 같다. 어느 때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고 오겠다"며 웃었다.

이상화 역시 부담감을 이겨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이제는 내가 지켜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담에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하고 싶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았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올림픽에서도 그렇게 임하고 싶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올림픽 경험이 없는 심석희는 특유의 깡과 대담함으로 맞선다. 심석희는 "올림픽 경험이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나가면 더 잘한다고 들었다"며 "부담감을 잊고 임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차분함과 의연함으로 부담감마저 즐기겠다고 말한 빙상의 주역들. 이들이 얼음 위에서 빛날 날이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다. 100일 후 펼치는 이들의 활약이 평창을 향한 첫 번째 발걸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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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피겨 소치올림픽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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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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