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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의원이 3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박승춘 보훈처장의 대선 개입 발언'관련 동영상 주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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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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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의원이 3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박승춘 보훈처장의 대선 개입 발언'관련 동영상 주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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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오후 5시 10분]

"대한민국 안전보장을 위해서 한 일이다, 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당당했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총·대선을 앞두고 야권과 민주진보진영을 '종북세력'으로 폄하하는 안보교육을 실시, 사실상 선거개입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관련된 자신의 강연 동영상까지 31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연달아 공개됐는데도 태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야 모두 질타한 자신의 오전 국감 답변 태도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보훈처장의 국감 받는 태도, 답변 자세에 대해 여야 의원들 지적이 있었다, 거기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는 김정훈 정무위원장의 지적에 "오전 국감에서 제 답변 태도 적절치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반성을 표한 것과 달리 어조는 뚝뚝 끊어졌다.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답변태도가 아니라 내용이 문제였다, 정치적 중립 명시된 국가공무원법 위반하고 스스로 자인하지 않았나"라며 "태도야 작년 (국감)부터 일관됐는데 새삼스레 지금 사과하실 것 뭐 있냐"고 꼬집었다. 먼저 "여기가 국감장임을 명심하라"고 했던 김 위원장도 "답변 내용이나 태도 모두 적절치 못했다"고 한 마디 덧붙였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박 처장은 태도만 사과한 것이었다.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동영상 내용을 언급하며 "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그는 "대한민국 안전보장을 위해서 한 일이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국감 과정에서 위증하고 자료제출도 거부하고 증언도 거부한 것 인정하지 않나"고 물었을 때도 "거기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연계 의심을 받고 있는 '안보교육 동영상 DVD' 협찬처에 대해 증언과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협찬자) 본인이 원치 않기 때문에"라는 답변을 재탕하며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1000만 원 이상 금액 기부금품을 받을 경우 안전행정부에 계획서를 내고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도 거쳐야 하는데 '안보교육 동영상 DVD' 제작 과정에서 이를 지키지 않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부심사위원회 심의를 하면 협찬자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금품 모집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을 명분 삼아 위법이 아니라는 궤변을 편 것이다.

민주당이 지적하는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한 일"이라고 반복했다.

재향군인회 '문재인 비방' 트윗글은 호국보훈 활동?

국가보훈처의 지원단체로 정치활동이 금지된 재향군인회가 지난 대선 당시 공식트위터 등을 통해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고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비방한 것에 대한 보훈처 차장의 답변도 논란이 됐다.

최완근 국가보훈처 차장은 "재향군인회 청년국이 대선 당시 문 후보를 비방한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향군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김기식 의원의 질문에 "청년국 회원이 호국 안보 활동을 한 것 같고 향군법에 위반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답했다. 박 처장이 이날 오전 국감에서 "보훈처는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는 답변과 다르지 않은 취지였다.

김 의원은 이에 "지금 말하는 게 타당하냐, 이런 활동을 호국보훈 활동이라는 차장의 답변이 공무원으로 적합하냐"고 따졌다. 또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답변을 회피하는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을 향해 "이러니 대통령이 오늘(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거다"며 "이렇게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 무슨 의혹을 더 밝히고 해임하지도 않으면서 문슨 문책을 할 거냐, 박승춘 처장 해임건의 할 거냐"고 추궁했다.

김동연 실장은 "(박 처장 해임건의안은) 정무직 인사문제가 돼 지금 답변드리기 힘들다"고 답했다. 앞서도 그는 박 처장의 '대선개입' 행위에 대한 판단을 요구하는 야당의 질의에 "현재 모든 실체를 알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듣고 있어서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게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회피한 바 있다.

논란은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나서서 정리됐다. 김 의원은 최완근 차장을 다시 일으켜 "(청년국의 활동이) 호국안보행위라고 단정한 것인가, 아니면 호국안보행위인지를 판단해 봐야한다고 답한 것인가"라고 다시 물었다.

이에 최 차장은 "호국안보행위를 하기 위해 (재향군인회) 청년국이 조직됐는데 (김 의원이 지적한) 그 내용이 재향군인회에서 정한 정치금지행위에 해당되는지, 재향군인회법과 청년회 활동을 정확히 파악해서 말씀드리겠다는 취지였다"고 답변을 수정했다.

"모든 상임위 국감서 대선 과정 문제 거론... 차라리 특위 구성하는 게 어떨지"

거듭 보훈처의 '답변'이 논란되자 김정훈 위원장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감사 모든 상임위에서 지난 대선 과정의 문제를 가지고 거론하시는데 제 개인생각으로는 양당 원내지도부가 합의해서 이 문제(대선개입) 관련해 특위를 구성해 거기서만 다루고 일반 상임위는 현안 관련 질의만 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언도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민주당은 위원장의 발언에 반발했다. 특히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으로서 심히 잘못된 발언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던 김 위원장은 거듭 이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자, "위원장의 소회도 말 못하나, 모든 상임위가 대선 과정에 있었던 일을 갖고 파행하는 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위원장이 그런 얘기도 못하나"라고 짜증 섞인 반응을 내놨다.

이에 이 의원이 "편파적인 진행"이라고 반발하자, 새누리당 쪽에서는 "여당한테 (야당 편만 드는) 편파 진행"이라고 맞받았다.

한편, 여야 정무위 간사는 박 처장의 위증 및 자료제출·증언 거부 등에 대해 상임위 차원에서 고발하는 것을 두고 논의에 들어갔다.

[1신 : 오후 1시 30분]

'대선개입' 실토한 박승춘 "이념대결 승리가 업무"

"국가보훈처는 국내 이념대결 상황에서 국민들을 올바르게 교육해서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지 않게 하는 사명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략) 보훈처는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의 '궤변'이 터졌다. 한 새누리당 의원이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제지했지만 이미 늦었다. 박 처장의 답변은 지난해 총·대선을 앞두고 야당과 민주진보진영을 '종북세력'으로 모는 내용의 '안보교육'을 통해 선거개입을 했다고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동영상 세 편을 공개했다. 박 처장이 지난해와 올해 세 차례의 강연 및 신년교례회에서 한 발언들을 모은 것이었다. 새누리당의 반발로 '육성'은 지워지고 영상과 자막만이 흘렀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동안 '대선개입' 의혹을 부인하던 박 처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지난 1년 성과 지대하다... 이념대결 승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박승춘 보훈처장이 3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발언 태도'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심각한 상황에 미소짓는 박승춘 보훈처장 박승춘 보훈처장이 3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발언 태도'에 대해 여야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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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영상에 따르면, 박 처장은 지난해 1월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신년교례회에 참석, "아시다시피 금년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는 대단히 중요한 해"라며 "우리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세대 여러분들이 다시 한 번 단결해야 합니다, 결집해야 합니다"라고 호소했다.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는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안보·교육·문화 및 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친북·좌파' 세력에 의하여 훼손된 국가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활동"을 단체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보수단체다. 이들은 6·15 남북공동선언 폐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록유산 유네스코 등재 반대 청원운동, 무상급식 반대운동 등을 펼치기도 했다. 국가보훈처장이 이 같은 보수단체의 신년교례회에 참석, 총·대선을 시사하며 '결집'을 호소한 것이다.

같은 해 1월 5일 가락호텔에서 열린 국제외교안보포럼 신년하례식 및 544차 조찬강연에서는 "가장 지금 중요한 것은 금년에 우리 국민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세력·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남북공조를 중시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것인가, 여기에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며 보다 구체적으로 '지지 대상'을 시사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그는 성과를 치하한다. 박 처장은 지난 1월 열린 호국보훈안보단체연합회 신년교례회에 참석, "작년 1년 동안 여러분들 수고도 많이 하셨지만 그 성과가 지대했다, 그래서 여러분들 뜻하신 바를 이뤘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2년 동안 국가보훈처가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을 함양시켜서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 보훈 정책을 추진하는 업무를 했는데, 제가 보니까 국가보훈처가 이 업무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부서"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동영상의 발언을 추궁하며 "박근혜 당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안보·이념 교육을 한 것이냐"고 추궁했다.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교육한 것이지 어느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어느 정권을 위해 한 일은 아니다"고 버티던 박 처장은 "보훈처가 이념대결의 장인가"라는 강 의원의 질의에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박승춘 : "국가보훈처는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기정 : "처장은 실질적인 선거개입을 했고 지난 국감 당시 증언과 전혀 다른 얘기를 했으니 책임져야 한다. 즉각 사퇴하라."

박승춘 : "저는 전혀 반대되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제가 거짓말하는지, 의원님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는 답변은 세 번이나 반복됐다.

'박승춘 버티기'에 새누리도 발끈... 민주 "국가공무원법 위반 즉각 해임해야"

이 같은 박 처장의 발언에 새누리당도 강하게 질책하고 나섰다. 정무위원장인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이 먼저 나섰다. 그는 "이념대결이 어떤 취지로 말한 것이다고 간단하게 입장을 전달하면 된다"며 "여기가 무슨 선거 유세장도 아니고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처장은 "이 문제는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문제다, 정확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버텼다. 이에 김 의원은 "이념 대결이다, 아니다 하는 것은 보훈처 고유 업무와 관련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업무에 대해 정확히 답변하라, 애매하게 정치적 답변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지난 28일 국정감사 당시 박 처장을 두둔했던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조차 "답변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답변 태도가 심각하다, 의원들은 국민의 대표"라면서 "여야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면 우리가 핫바지인가"라고 질책했다. 그제서야 박 처장은 "유념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 처장에 대한 즉각적인 고발 조치를 요구했다. 지난 28일 국정감사 당시 답변이 위증이었다는 점이 드러났고 국가정보원과 연관성이 의심되는 '안보교육 DVD 협찬처'과 관련된 자료 제출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고 있다는 게 요지였다. 결국 정무위는 이날 오전 11시 10분께 감사 중지됐다.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이후 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 처장에 대한 즉각적인 고발조치를 천명했다.

김기식 의원은 "박 처장은 문제가 된 안보교육 교재 내용에 대해 일관되게 '보훈처와 무관한 강사단의 것이고 보훈처의 공식입장과 다르다'고 했는데 보훈처가 오히려 주도적으로 이런 안보교육 교재를 만들고 전문강사단을 조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명백하게 위증의 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처장 스스로 '보훈처가 국내의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사실상 국내 선거, 정치적 대결 과정에 본인이 직접 개입했음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대선개입과 관련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며 "박 대통령의 발언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총체적인 관권부정선거에 대한 특검을 수용해서 진상을 규명토록 하고,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박 처장을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공권력과 국가권력기관의 선거개입이 온라인부터 오프라인까지 총체적·전반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박 대통령은 이런 엄중한 문제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다시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박승춘, #대선개입, #국가보훈처, #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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