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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계곡, 푸른 하늘 아래 붉게 물든 단풍잎.
 청평사계곡, 푸른 하늘 아래 붉게 물든 단풍잎.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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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에도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들기 시작했다. 나무 그늘이 짙은 청평사계곡 안쪽으로 나뭇잎들이 울긋불긋 화려한 색깔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청평사는 춘천에서 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 중에 하나다. 그리고 이맘때는 소양강댐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 선착장까지 가는 물길 위에서 바라보는 단풍도 무척 아름답다. 호수를 에워싸고 있는 산비탈 위로 나무들이 초대형 유화를 그려놓은 것 같은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단풍 구경하면 설악산이나 오대산, 내장산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단풍이 절정일 때 단풍으로 유명한 그곳 명산들을 찾아가는 데는 고생 아닌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이럴 때 꼭 찾게 되는 것이 내 집 문 앞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단풍 명소들이다. 춘천에도 단풍 명소로 꼽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 그 중에 남이섬과 강촌, 소양강, 청평사계곡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청평사계곡은 맑은 계곡물에 비친 단풍이 특히 더 아름다운 곳이다.

눈 있고 코 있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워

"공주, 내 사랑을 받아주시오."
 "공주, 내 사랑을 받아주시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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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를 여행할 때,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곳이 있다. 청평사 관광유원지다. 청평사 선착장에 내리면, 먼저 이곳을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길가에 늘어선 토속 음식점들이 그 앞을 지나가는 길손의 발길을 그냥 놔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마음이 흔들리면, 그냥 그 자리에 털썩 주질러앉아야 한다. 눈이 있고 코가 있는 사람치고 이곳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곳을 그냥 지나가려면 그야말로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나중에, 청평사를 다녀와서 돌아가는 길에 들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선택은 자유다. 그래도 그 길을 용케 통과했다면, 그 이후에는 천년고찰인 청평사만큼이나 오래된 숲이 우리를 반긴다. 그때부터는 청평사계곡을 흘러 내려가는 맑고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청평사계곡은 비교적 숲이 울창하다.

청평사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계곡 한가운데에서 뱀 한 마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채 그 얼굴을 마주 내려다보고 있는 공주 동상이 모습을 나타난다. 당나라 태종의 딸 평강공주와 상사뱀에 얽힌 설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동상이다. 전생에 평민이었던 한 청년이 신분에 어울리지 않게 공주를 사랑한 나머지 상사병을 앓다 죽는다. 그리고 다음 생에는 뱀으로 환생한다. 그렇게 상사뱀으로 환생한 청년은 공주를 찾아가 그 몸을 칭칭 감아서는 좀처럼 놓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상사뱀은 끝내 공주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마지막엔 벼락을 맞아 죽는다.

전설은 그 끝에 공주가 불심을 발휘해 상사뱀에게 용서와 자비를 베푸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 전설은 스토커나 다름이 없는 상사뱀의 일방적인 사랑 때문에 고통 받는 당나라 공주가 상사뱀을 떨쳐내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다 이곳 춘천에 있는 청평사까지 찾아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전설이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상징하는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상사뱀의 목숨을 건 사랑에 감동해서인지, 지금은 지극히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구송폭포
 구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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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유야 어찌 됐든 이 전설이 사람들 사이, 특히 연인들 사이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전국에 연인들이 주로 찾아가는 여행지들이 몇 군데 있다. 당나라 공주와 상사뱀에 얽힌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청평사도 그런 여행지들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청평사와 청평사 계곡에는 회전문과 공주탕, 공주굴, 공주탑 등 공주설화와 관련이 있는 장소가 여러 군데 있다. 그 중에는 이건 좀 억지다 싶은 장소도 있지만, 설화를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한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어 보인다.

청평사에 와서 공주탕을 보고 가지 않으면 손해

청평사에서 얼마 못 미쳐서 구송폭포가 보인다. 이 폭포는 높이는 그리 높지 않지만, 물줄기만은 그 어느 폭포 못지않게 시원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구송폭포는 '등선폭포', '구곡폭포'와 함께 춘천의 3대 폭포로 꼽힌다. 폭포 아래 제법 깊은 소가 형성돼 있다. 그리고 그 곁에 '공주굴'이 있다. 그런데 그 굴이 굴답지 않게 너무 협소하다. 누가 그 작고 귀여운 바위굴에다 공주굴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장이 좀 심했다. 구송폭포까지 왔으면, 청평사는 이제 금방이다.

청평사 회전문.
 청평사 회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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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법당 처마 밑에 걸린 풍경.
 청평사 법당 처마 밑에 걸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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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는 상당히 오래된 절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깊은 역사를 간직한 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최초 창건 당시의 역사를 말하려면 서기 97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절 마당 위로 올라서자마자 바로 눈에 들어오는 절문인 '회전문'은 보물 제164호로, '절터'는 강원도 기념물 제55호로 지정돼 있다. 청평사는 꽤 아기자기한 멋을 간직한 절이다. 건물들이 지형적인 조건을 잘 활용해 적절하게 배치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절 마당 한쪽은 정원으로 꾸몄다. 고졸한 멋이 있는, 예스러운 정원이다. 절 뒤로 높이 솟은 산은 오봉산이다.

요사채 담장 너머에 '공주탕'이 있다. 그런데 청평사를 여행하는 사람들 중에는 청평사까지 찾아와서는 절집 구경만 하고, 절 밖에 '공주탕'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이 빠듯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청평사를 둘러보고 나서는 바로 절문 밖을 나서서 선착장으로 배를 타러 가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오는 길에 눈여겨 봐두었던 먹을거리들을 찾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공주탕은 청평사 밖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절집 오른쪽 담장 밑으로 난 오봉산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그 거리가 채 100미터도 되지 않는다.

공주탕.
 공주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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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탕은 평강공주가 목욕재계를 하고 속세에 찌든 마음을 깨끗이 씻어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공주탕 주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무척 맑고 깨끗하다. 널찍한 암반 위를 흘러내려가는 맑은 물을 보고 있으면, 내 몸과 마음까지 다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공주탕은 청평사계곡 안에서도 가장 계곡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곳에 속한다. 할 수만 있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 앉아 한참을 노닥이다 가고 싶은 장소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단풍이 또 일품이다. 청평사계곡의 단풍은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청평사를 여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양강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자동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청평사 관광유원지 안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다. 소양강선착장까지 가서 다시 배로 갈아타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승용차를 타고 가는 것도 괜찮다. 하지만 유원지 주차장에 가닿기 전에, 대관령만큼이나 심하게 구불거리는 높고 긴 고갯길(배치고개)을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은 미리 알고 떠나자. 주차 요금은 승용차의 경우 2000원.

청평사계곡, 거북바위.
 청평사계곡, 거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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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선착장,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소양2호.
 청평사 선착장,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소양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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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평사, #청평사계곡, #공주탕,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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