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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배방읍 구 모산역일원 도시재생을 위한 토크콘서트가 배방읍사무소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배방읍 주민들의 다양한 궁금증과 의견이 개진되고, 전문가들이 답변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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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시 배방읍 구 모산역일원 도시재생을 위한 토크콘서트가 배방읍사무소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배방읍 주민들의 다양한 궁금증과 의견이 개진되고, 전문가들이 답변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2: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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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정비와 재생은 더 이상 행정 기관이나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주민들이 원하는 도시를 주민의 상상력으로 주민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건축물과 거리를 왕창 부순 후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획일적으로 선을 긋고 도로를 넓히는 재개발은 더 이상 싫다. 때로는 좁은 골목과 오래되고 촌스러운 건축물이 도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거리를 지켜온 가난한 원주민을 모두 내쫓고 자본가들이 도시를 점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시 구성원 한명 한명이 도시를 재생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큰 건물의 주인이라고 해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도시의 구성원이면 누구나 똑같은 목소리로 도시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더디 가더라도 크고 작은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서 도시를 새롭게 리모델링 할 것이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는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모든 정책결정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서로 다른 의견으로 부딪혀도 합의된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계속 대화를 나눌 것이다. 이 과정에서 권력이나 자본이 개입해 개개인의 생각을 통제하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이러한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 지난 14일 배방읍 구 모산역일원 도시재생을 위한 토크콘서트가 배방읍사무소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도시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전문가 그룹에서 일방적으로 생산해 낸 조감도대로 도시재생을 맡기지 말자는 것이 이날 토크콘서트의 핵심이다.

사라진 모산역 주변과 장항선 철도부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전국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대부분 구도심은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구도심은 신흥 개발지역으로 인구와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상권이 위축되면서 존립위기를 맞게 된다. 배방읍 구 모산역 일원이 대표적인 곳이다. 

이곳은 옛 장항선 철길과 모산역 부지 주변으로 낙후된 상가와 주거시설이 불규칙하게 형성돼 있다. 또 주민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인근 배방 공수지구나 신도시와 신주거지 등 주변의 개발이 급속도로 일어나는데 반해 급속도로 고립되고 있다.

대한국토 도시계획학회 박종광 연구원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배방읍 모산역 도시재생 전략'을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도시재생의 목표는 지역역량을 강화하면서 공동체를 회복하고, 소득향상과 일자리 창출, 인구유출 방지와 신규인구 유입"이라며 "배방읍과 구 모산역 일원의 특성에 부합하는 도시재생 추진 로드맵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도시재생 의지를 갖고 역량을 강화하면서 도시재생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밀고 나갈 것을 제안했다.

충북 청주시 중앙동 도시재생추진협의회 권순택 회장은 '청주시 중앙동 도시재생 사례'를 소개하면서 중앙동이 슬럼화를 극복하고 다시 활기를 찾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권 회장은 "중앙동은 청주시 인구가 30만명 일 때 인구 3만 명이 거주하며 청주시에서 가장 번화했던 곳이다. 그러나 주변 개발로 급속히 쇠퇴해 청주시 인구가 65만명이 넘어선 현재 중앙동 인구는 전성기의 20% 수준인 6000여 명으로 줄었다. 특히 120년 역사를 간직한 중앙초등학교는 한 때 전교생 3000여 명이 북새통을 이뤘지만 지금은 200명도 채 안된다. 상가는 절반 이상 비었고, 팔려고 내놔도 거래가 안 돼 모든 경제 규모와 가치가 전성기의 10% 이내로 축소했다. 심지어 청주시문화의 상징이던 중앙극장도 영화 <친구> 상영을 끝으로 간판을 내렸다"며 참담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권 회장은 이어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하며 잡초 무성하던 중앙극장을 광장으로 바꾸고, 차량을 통제해 차 없는 거리를 조성하고, 예술가들에게 거리를 내주고,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벼룩시장과 거리경매가 활성화되면서 8년여 만에 젊음이 넘치는 거리로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며 "그 결과 빈 점포로 방치돼 거미줄과 먼지만 쌓여가던 A건물은 월 2400만 원, 월 임대료 300만 원을 간신히 받던 B건물은 1300만 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구 모산역 주변은 행정의 지원의지와 인근 7만 명의 배후인구를 잘 활용하면 청주시 중앙동보다 훨씬 좋은 여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관건은 주민의 참여의지와 의식공유

배방읍사무소에서 바라본 배방읍 모산리 전경
 배방읍사무소에서 바라본 배방읍 모산리 전경
ⓒ 충남시사 이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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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리를 함께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연구원과 패널들은 배방읍 모산역 주변 주민들이 본 사업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 참여에 의한 공동체 의식과 추진의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내다봤다.

콘서트 사회를 맡은 김동호 박사(부산마을만들기센터장)는 "구 모산역 주변이 생기게 된 배경부터 과거 가장 번성했을 때와 현재까지 돌아보고, 그 추억을 회상하며, 앞으로 어떤 모습의 도시가 되길 바라는지 자유롭게 발언해 달라"고 방청석의 주민들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심상복 시의원은 "사업범위가 구 읍사무소를 시작으로 하나로마트까지 또는 그 연장선으로 생각하던 주민들이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구 모산역 일원만 언급하기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배방읍 이전행 주민대표는 "모산역은 배방이 읍승격 되기까지 1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역사 주변에는 상권이 잘 발달돼 있었지만 주변 신도시 개발로 상권이 붕괴됐다"고 말했다.

이를 시작으로 구 모산역과 철도부지 인근 주민과 배방읍 주민들의 과거 회상부터 앞으로 원하는 발전상까지 발언이 이어졌다.

배방읍사무소 청사부지를 모산역으로 했어야 했는데 현재 위치는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성토부터 모산역과 철도부지를 청소년을 위한 교육과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쏟아졌다. 또 주차장과 공공시설을 확충하자는 의견, 도로를 넓히자는 의견, 도서관을 비롯한 다목적 복지시설을 짓자는 의견, 역사박물관과 공원으로 만들자는 의견 등이 봇물처럼 터졌다. 

이에 도시계획학회 박종광 연구원은 "공간적 범위를 비롯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사업범위를 비롯해 어떤 시설을 어떻게 마련해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것인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로드맵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안장헌 시의원은 "본 사업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해가 중요하다. 문제의 핵심은 신도시를 비롯한 도시개발지역과 달리 구 모산역과 철도부지 인근지역은 지역개발로부터 소외된 섬과 같은 존재였다. 현재 철도시설관리공단 소유인 구 모산역과 철도 부지를 아산시에서 매입하려면 300억 원의 막대한 예산부담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6월 공포돼서 올해 12월 발효 예정인 '도시재생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적용해 모산역 인근이 지원대상지로 선정되면 모산역과 철도부지에 대한 무산양여도 가능한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주민들은 지금부터 막연한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주민이 협의체를 구성해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으로 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한 후, 주민이 도시재생사업의 밑그림을 완성해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아산시와 도시개발 전문가, 이 자리에 참여한 패널들은 주민들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호 박사는 "본 사업계획의 당사자는 주민이다. 그동안 철도부지가 주민 생활에 고충과 불편을 안겨줬다면, 앞으로는 철도부지를 이용해 지역발전에 활용하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주민 스스로 설계해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는 복기왕 아산시장, 김응규 의장, 심상복·안장헌·조철기 아산시의원, 아산컨퍼런스 연구진을 비롯해 배방읍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150분간 진행했다.

토크콘서트는 김동호 박사(부산시 마을만들기센터장)의 사회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박종광 박사, 청주시 중앙동 도시재생추진협의회 권순택 회장, 영동대학교 도시행정학과 백기영 교수, 선문대학교 건축학부 이희원 교수, 안장헌 시의원이 주민들과 대화형식으로 진행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차로>와 <충남시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모산역, #아산시, #배방읍, #도시재생, #원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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