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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맡아 온 윤석열 특별수사팀 팀장(여주지청장)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맡아 온 윤석열 특별수사팀 팀장(여주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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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8일 오후 9시 30분]

국가정보원 사건을 수사하고 1심 재판을 진행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윤석열 팀장(여주지청장)이 18일 팀장직에서 보직 해임됐다. 윗선의 지시를 거부한 데 대한 문책성 조치다. 이에 따라 윤 팀장은 현재 진행중인 보강 수사와 재판 공소유지 등 관련 업무에서 손을 떼고 원래 근무지인 여주지청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번 조치는 전날(17일) 특별수사팀이 트위터에서 대선개입 활동을 벌인 혐의가 있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3명을 긴급체포하고 4명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실시한 이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윤 팀장은 윗선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이 진행중이고 게다가 보강 수사가 진척을 보이고 있는 국면에서 수사팀의 수장을 보직 해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별수사팀은 이번 조치에 대해 낙담하면서도, 트위터 등 SNS 혐의가 반영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윤 팀장이 보직 해임됨에 따라 그 밑에 있던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이 수사팀을 이끌면서 향후 공소 유지를 담당하게 됐다. 18일 열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8차 공판에 윤 팀장은 오지 않은 채 박 부장이 검사 2명과 함께 참석했다. 윤 팀장은 이날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윤 팀장의 보직 해임에 대해 "채동욱 찍어내기에 이은 제2의 찍어내기"라며 반발했다.

윗선 반대에도 심리전단 직원 긴급체포 강행... 문책성 조치

윤 팀장의 전격적인 수사팀 배제는 국정원 수사 확대가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당초 검찰의 공식 입장은 윤 팀장이 원 근무지인 여주지청 업무를 너무 오랫동안 보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수사팀 업무에서 빼서 여주지청으로 복귀시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매우 궁색한 설명이었다. 이후 파문이 확산되자 18일 오후 긴급 자료 형식으로 "중요 사건에서의 지시 불이행, 보고절차 누락 등 중대한 법령 위반과 검찰 내부 기강을 심각하게 문란케했다"고 밝혔다.

전날인 17일 특별수사팀은 트위터에서 대선·정치 관련 글을 올리고 이를 재전송(리트윗)한 혐의로 국정원 전 심리전단 직원 3명을 긴급체포해 조사했고, 4명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윤 팀장이 윗선인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나 조영곤 지검장 등에게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이 차장과 조 지검장은 압수수색과 체포 과정을 마친 뒤에야 이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기관 통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국정원 측의 강한 이의 제기도 윤 팀장의 경질에 한 몫 했다. 수사기관이 직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때와 마친 때에는 지체없이 원장에게 그 사실과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국정원직원법 제23조가 근거였다.

결국 조 지검장은 17일 오후 6시10분경 윤 팀장에게 수사에 일체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체포된 3명은 이날 밤 늦게 조사를 마치고 석방됐다.

하지만 긴급체포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법조계 인사는 "국정원 직원들을 긴급체포하면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보고를 했지만 윗선에서 반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긴급체포와 압수수색을 보고했지만 윗선에서 '그럴 필요가 있느냐'면서 노했다. 하지만 윤 팀장이 '내 책임으로 하겠다'면서 강행해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원래부터 배제 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던 차에, 윤 팀장이 치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 제출... 윤 팀장의 마지막 작품

어찌됐든 압수수색은 이루어졌고, 긴급체포를 통한 국정원 전 심리전단 직원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졌다. 이를 기반으로 특별수사팀은 18일 오전 공식 근무 시간 이전인 8시50분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 대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역시 보고 없이 수사팀 자체적으로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변경된 공소장에는 트위터 상의 광범위한 여론조작 행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전 심리전단 직원들이 트위터에서 5만5689차례에 걸쳐 대선·정치 개입 글을 게시하거나 재전송(리트윗) 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원 전 원장 등의 법정 공방에서 향후 혐의 입증에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기소된 부분은 다음 아고라와 오늘의 유머 등에 게시글 1977회와 찬반클릭 1711회였다. 이에 비하면 추가된 혐의 트위터 게시글(트윗) 또는 재전송(리트윗) 5만5689회는 국정원과 원 전 원장 등 피고인 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깝다.

결국 결정적인 부분이 추가된 공소장이 윤 팀장의 마지막 작품이 된 셈이다.

[관련기사] 검찰, 국정원 심리전단 3명 긴급체포... 국정원 사건 보강 수사 급진전

법정에서 일체 입 다문 박형철 부장검사... 판사 "힘들겠지만 협조해달라"

매우 이례적인 수사팀장 경질을 맞아 18일 열린 김용판 전 청장 8차 공판은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법정에 윤 팀장의 보직 해임 소직이 전해지자 변호인들조차 사실관계 파악에 분주했다. 김 전 청장의 한 변호인은 "검찰 입장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새로 수사팀을 이끌게 된 박형철 부장검사는 이날 법정에서 증인 신문에 한 마디도 직접 임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공판에서 종종 직접 신문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박 부장검사는 공판에도 조금 늦게 참석했다. 수사팀 관계자들은 윤 팀장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일체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자리에서 깊은 한숨을 내쉰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 마지막에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 이범균 부장판사는 "밖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고 검사들도 신경 많이 쓰일 거 같은데, 이 재판은 무리없이 진행되도록 힘들겠지만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채동욱 찍어내기 이은 제2의 찍어내기"

18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기자실에서 민주당 법사위 위원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팀장을 맡아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업무에서 전격 배제된 것에 대해 규탄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서영교, 박범계, 이춘석, 전해철, 정의당 서기호, 민주당 신경민 의원.
 18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기자실에서 민주당 법사위 위원등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정보원의 대선·정치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팀장을 맡아온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업무에서 전격 배제된 것에 대해 규탄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서영교, 박범계, 이춘석, 전해철, 정의당 서기호, 민주당 신경민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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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윤 팀장의 보직 해임에 대해 즉각 "수사와 공소유지활동에 찬물을 끼얹는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개입 행태"라고 규탄했다.

이날 박지원·박영선·신경민·이춘석·전해철·박범계·서영교(이상 민주당), 서기호 (정의당) 의원 등 야당 법사위원들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던 도중 급히 기자실을 찾아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원 심리전단에 의한 SNS를 활용한 조직적인 수백만 건의 트윗 등 국정원의 노골적 대선개입의 실체가 드러난 가운데, 사건을 담당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원대복귀 지시가 언론에 보도됐다"며 "사상 전례가 없는 이런 작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파장을 두려워하는 현 정권의 노골적인 수사 및 공판개입이라고 규정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런 처사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으며, 향후 이 사태에 대해 사건의 경위와 전말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신경민 의원은 윤 팀장 수사 배제에 대해 "범상한 조치가 아니라 채동욱 찍어내기에 이은 제2의 찍어내기다, '도끼만행' 수준의 조치"라며 "다음주 월요일(10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가 있어 윤석열 팀장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태그:#국정원, #윤석렬, #트위터, #심리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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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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