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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10만인클럽 환경운동연합은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라는 제목의 공동기획을 통해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간을 샅샅이 훑으면서 7일부터 6박7일 동안 심층 취재 보도를 내보냅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면서 어민-농민-골재채취업자들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한강과 금강 구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기획기사를 통해 선보이겠습니다. 이 기획은 4대강 복원 범대위와 4대강 진상 조사위가 후원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시민기자,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참혹하게 찌들어진 세계,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침묵의 세계는 어떤 마술의 장난도 아니고 적의 침입 때문도 아니며 바로 인간들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레이첼 칼슨은 1962년 출간한 자신의 소설 <침묵의 봄>에서 무분별한 농약의 사용이 가져온 환경의 재앙을 생명체의 울음이 잦아든 침묵으로 묘사했다. 원인은 인간이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환경공학과)가 4대강을 바라보는 것도 비슷했다.

김 교수는 "4대강에 저질렀던 우리의 만행에 대해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록해서 후세에 뭐가 문제였고, 옳은 거였는지를 기록해 제대로 남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침묵하고 있는 강의 이면에는 침묵했던 우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오마이뉴스>가 [현장 리포트 OhmyRiver: 흐르는 강물. 생명을 품다] (아래 오마이리버)를 진행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7일 부산을 출발해 낙동강 줄기를 따라 오르고 있는 오마이리버팀이 만난 것은 강이라 부르기 민망한 멈춰버린 물덩이였다. 세차게 비가 내린 밤의 강변 텐트 속에서도 노트북 타자 소리와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만이 적막을 깨웠다. 강은 무서울 만큼 침묵했다.

이를 두고 그는 현재 4대강 전역에서 강이 늪과 호수로 바뀌는 '호소화' 상태가 진행되고 있고, 그에 맞게 어종 또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그 심각성을 자각하기 시작한 정부에도 김 교수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MB의 4대강에 대한 자신감은 강에 대한 모독"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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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상황이 바뀌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됐다"면서도 "새누리당에서 아직 4대강에 찬성했고 동조했던 정치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이걸 제대로 똑바르게 추진하기는 역부족인 상황도 있을 거라 본다"고 고개를 저었다.

일련의 변화를 김 교수는 '사필귀정'(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감)이라고 정리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추진한 4대강에 무한 애정을 품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그는 강한 어조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에서 재미를 보고 4대강에 대입시킨 것은 과유불급(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면서 "그런 자신감을 4대강에 퍼부은 것은 강에 대한 모독"이라고 꾸짖었다.

하지만 그는 보의 철거는 필요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민적 합의가 우선이란 입장에서였다. 대신 그는 우선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정권의 입에 맞춰 대규모 국책사업이 오락가락하지 않도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4대강의 민낯과 마주할 '오마이리버' 취재팀에게는 둑의 개방 필요성과 물고기 떼죽음 등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통해 김 교수는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을 "침묵의 강이 아닌 물소리가 들리는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의 전문이다.

- 현재 4대강 상태를 간단하게 정리한다면?
"(4대강은) 예상했던 대로 물이 고이면서 썩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더욱 심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녹조가 많이 피면서 죽은 녹조들이 썩고, 썩는 과정에서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나고 있다. 수생태계는 물 흐름이 약해졌기 때문에 하천의 호소(늪과 호수)화가 진행되면서 호소화에 맞게 점차 어종의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녹조의 경우, 지난 정부는 4대강 사업과 녹조의 연관성을 부인하다가 현 정부 들어 그 연관성을 부분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진실은 무엇인가?
"MB정권 동안 전문가들이 알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본다. MB정권 출범과 함께 신공안정국과 비슷한 분위기가 흐르면서 전문가들도 외부로 목소리 내는 걸 두려워 했던 것 같다. 환경부 내부에서도 녹조와 관련한 전문가 포럼도 만들어져 검토하고 많은 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나.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면서 정치적 상황이 바뀌고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가 됐다. 하지만 이것 또한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새누리당에 아직 4대강에 찬성했고 동조했던 정치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이걸 제대로 똑바르게 추진하기는 역부족인 상황도 있을 거라 본다."

- 정권에 따라서 정부의 입장이 달라진다는 것도 문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에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공무원들이 그러니 영혼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뭐가 맞나 틀리나를 말하기 전에 올곧게 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밥줄이 달려있으니 목소리도 못 내고 고위층은 정권의 입맛에 급급하니까 문제다. 이런 경우에는 원로그룹이 버티고 있었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우리 지식인들이 그렇지 못함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수질·수생태계 원로그룹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버텼어야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을 사실상 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다는 것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있나?
"사필귀정(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감)이다.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 본다. 여울과 소로 인해 강물이 늘어났다 줄어들다가 반복하면서 그 속의 서식환경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생명체가 만들어진다. 이것을 일률적으로 수심 6미터로 판다는 것은 강을 망치는 것이다. 수심을 6미터로 할 이유는 오로지 장기적으로 운하를 만든다는 목적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그런 점을 이미 초기부터 이야기했고 운하 전 단계로 4대강 사업을 한다고 말해왔다."

"정권 입에 맞춰 국책사업 오락가락 않는 체계 만들어야"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이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수자원공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친수구역법 폐지와 에코델타시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이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수자원공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친수구역법 폐지와 에코델타시티 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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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통령은 고별연설에서 '퇴임 후에 4대강 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강산을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실제 지난 2일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면서 4대강 자전거 여행을 추천하기도 했는데, 4대강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땅이 건강해야 강이 건강하다. 그리고 강은 바다로 가서 바다의 건강성을 담보한다. 그렇기 때문에 강을 생태학적인 실핏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땅이 엉망이 된 상태에서 강을 복원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초기에는 강변에 조성해 놓은 공원이 보기 좋겠지만, 결국 관리가 안 될 것이다.

늘 물이 고여 있으니 거기에 있는 수변 식물 조차 다 죽고 고수부지가 황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계천에서 재미를 보고 4대강에 대입시킨 것은 과유불급이다. 그런 자심감을 4대강에 퍼부은 것은 강에 대한 모독이다."

-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보 철거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보 철거가 합당하고 생각하나?
"보는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폭파한다는 식으로 해서는 곤란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전광석화처럼 22조 원을 퍼붓고 그걸 다시 뜯어낸다고 돈을 투자한다는 것에 국민 정서가 분명히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 4대강은 국민적인 반대가 있었지만, 국가지도자의 의지로 추진했던 사업이다. 현 정부에서도 그런 문제점이 발견되는 것이 있나?
"지금 정권은 환경과 관련해서는 없다. 어찌됐던 정권 입에 맞춰서 대규모 국책사업이 오락가락하지 않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너무 우스운 꼴이 됐다. 특히 강을 전문으로 하는 어떤 학자라도 웃을 일이다. 21세기 무역강국에 들어가는 나라가 아직도 이렇다는 게 참…"

"낙동강 하구둑 개방하면 순천만 이상의 생태계 확보 능"

<오마이뉴스>와 환경운동연합으로 꾸려진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 첫날인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낙동강하구둑에서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맨 왼쪽)가 취재기자들과 함께 자전거 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와 환경운동연합으로 꾸려진 [두 바퀴 현장 리포트-OhmyRiver] 특별취재 첫날인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낙동강하구둑에서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맨 왼쪽)가 취재기자들과 함께 자전거 길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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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오마이리버팀은 자전거로 낙동강의 4대강 사업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특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는 부분이 있다면?
"우선 하구둑은 개방해야 한다. 하구둑은 여덟 개 보가 만들어지기 전에 녹조를 일으키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1987년 낙동강 하구둑 완공 이후에 부산과 동부경남의 식수원은 상시적인 녹조현상 때문에 수질이 가장 안 좋았다.

그래서 부산에서 가장 먼저 고도정수처리가 도입됐다. 그런데 상류 8개(여덟개 보)가 생기면서 하구 녹조 현상이 위에서도 생기게 됐다. 녹조 현상이 북진하는 형국이다. 하구 수문을 열어서 해수와 담수가 적당히 만나는 기수 지역이 되면 생태계가 다양해지고 많은 생물이 회귀하게 되고, 낙동강에 재첩이 생기고 고니류가 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하구는 순천만 이상으로 다양한 생태계가 확보될 것이다. 하구둑 수문개방이 이뤄지고 동시에 상류 8개 보의 상시 수문 개방 요구는 하나의 상징이 될 것이라 본다. 8개 보의 수문개방도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하구둑 수문 개방과 보 개방을 하면, 하천을 하천답게 만들 수 있다. 4대강을 복원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며 돈이 안드는 방법이다.

녹조때문에 지난해처럼 고기의 떼죽음이 연출 될 가능성이 있다. 여름에 조류가 많이 자라고 밑에서는 썩는 일이 생긴다. 특히 새벽녘에 급격한 산소고갈이 일어난다. 특히 지난해 물고기 떼죽음이 있던 곳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자전거를 타고가다 보면 수질을 보고 수변 생태계와 식재를 해놓은 것들이 얼마나 잘 자라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향후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결국은 강을 강답게 만들어야 한다. 레이첼 카슨이 쓴 소설 <침묵의 봄>에서는 농약을 너무 뿌려 곤충이 다 죽고, 그러다 보니 먹을 것이 없어진 새들도 없어져 새들이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침묵의 봄'이라고 표현했다.

지금의 4대강은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 '침묵의 강'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녹조가 핀 죽음의 강으로 바뀌고 있다. 보를 막으면서 4개의 강이 사라지고 녹조가 핀 16개의 호소가 점점 죽어갔다. 침묵의 강이 아닌 물소리가 들리는 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차적으로 수문을 개방해서 유속을 만들어주는 것이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다. 구조물을 뜯어내는 것은 그 다음이다.

나치의 만행을 유대인이 용서하되 기억은 하는 것처럼 4대강에 저질렀던 우리의 만행에 대해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록해서 후세에 뭐가 문제였고, 옳은 거였는지를 기록으로 제대로 남겨줘야 한다."


태그:#오마이리버, #4대강, #낙동강, #김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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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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