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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 대책에도 전셋값 '껑충'…정부, 물량 공급 실패'(JTBC 뉴스 9)
'전셋값 '고공행진' 58주 연속…경신 눈앞에'(OBS)
'고삐 풀린 전셋값, 최장기록 눈앞'(MBN)

이번 주말, 경제뉴스의 화두는 단연 전셋값 상승이었다. 58주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수도권 전세 가격이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탓이다. 2009~2010년의 60주 연속 상승 기록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가을 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 문제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세 공급의 만성적인 부족이 원인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편이다. <연합뉴스>는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을 빌려 "11월, 12월로 접어들면 전셋값 오름폭이 조금 줄어들겠지만 전세 매물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전세가 상승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가 내놓은 8·28 부동산 대책이 미흡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8·28 대책 이후 중소형 주택의 매매가 반짝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실제 전세 수요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정부가 전세 수요의 부족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다. <JTBC 뉴스 9>는 이번 정권하의 전셋값 상승률이 전 정부 시절의 3배에 달한다고 보도하며, "넘치는 전세 수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사철인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서민들은 올해도 전세난과 싸워야 할 것이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KBS와 MBC는 전셋값 폭등이라는 키워드를 외면한 채, 매매의 활성화만 부각시키며 긍적적으로 예견했다.

중소형 아파트 매매시장만 부각... 전세대란은 쏙 빼

SBS <8시 뉴스>와 MBC <뉴스데스크>는 6일자 뉴스에서, KBS <뉴스 9>는 전날인 5일자 뉴스에서 관련 보도를 했다.

10월 6일자 SBS<8시 뉴스> 화면 갈무리
 10월 6일자 SBS<8시 뉴스> 화면 갈무리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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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전셋값 또 사상 최고 기록…58주 연속 상승'이라는 제목을, MBC와 KBS는 각각 '"혜택 좋네" 아파트 매매 중소형 활기…중대형은 찬밥 신세', '중소형 아파트 매매 활기…고가 전세는 "주춤"'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처럼 세 방송사가 방점을 찍고 싶어 하는 부분은 제목에서부터 뚜렷이 갈렸다.

SBS는 58주에 걸친 전셋값 상승세와 최근의 중소형 주택 매매 활성화를 동시에 다루면서 두 현상이 가진 연관성을 자세히 설명했다. 중소형 주택의 매매가 증가한 것을 "전셋값이 급등한 덕분"이라고 말했지만,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탓에 전셋값은 잡히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중소형 위주의 급매물이 소화된 뒤에도 매매 활기가 계속돼 전셋값이 잡힐지는 불투명해 보인다"며 향후 전망도 챙겼다.

10월 6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10월 6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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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BS와 MBC는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을 외면한 채, 중소형 주택 매매 활성화에만 눈을 돌렸다. MBC <뉴스데스크>는 "중소형 아파트 매매에 혜택이 집중된 탓에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떨어졌다"는 데에 중점을 뒀다. 보도의 내용 중에는 "중소형 매매 장려로 중대형 아파트 소유자들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말까지 있었다. 정부의 편중된 혜택이 고른 매매의 방해요인이 된다는 투였다.

하지만 이런 매매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올랐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단순한 매매 활성화 정책이 애초에 정책의 큰 원인이었던 전세난 해결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 전망이 어떤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줄기는 없이 가지만 보도한 셈이다.

10월 5일자 KBS <뉴스 9> 화면 갈무리
 10월 5일자 KBS <뉴스 9> 화면 갈무리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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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노골적으로 '전셋값 잡기 실패'를 감췄다. <뉴스 9>는 보도 초반 "전세를 고집하던 세입자들이 매매로 돌아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 늘어나고, 일부 고가 전세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는 주춤한다"고 말했다. 서울 전체 지역의 전셋값이 지난주에만 0.23% 증가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뉴스 9>는 "(매매)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나타난다", "고가 전세 지역은 전셋값 상승세가 꺾였다"며 현재 상황을 마냥 긍정적인 것처럼 묘사했다. 특히 송파 등의 일부 지역만을 말하며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되었다"는 평가를 반복적으로 내리고 있다.

실제로는 전세 가격의 오름세가 여전히 가파르고, 대다수의 다른 언론들이 '전세가 60주 연속 상승 기록 경신'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KBS의 이런 보도는 마치 전세 가격이 차츰 안정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문가들의 평가와는 반대로, 정부의 대책이 큰 효력을 발휘하는 듯 보이는 것이다. 매매 증가가 전세 수요를 해결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는 당연히 제대로 언급도, 분석도 되지 않았다.

전세주택 재계약과 이사철이 다가오는 지금, 전세 문제는 서민들의 피부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사안이다.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을 아무리 '눈 가리고 아웅'해 봤자, 실제 세입자들이 집 구하기에 어려움을 느끼면 결국 곪아 터지게 될 문제라는 얘기다. 그러니 KBS와 MBC, 시청자들에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최면을 걸려고 들지 말고 지금이라도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꼼꼼히 진단하는 것이 어떤가. 정부가 참고라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태그:#SBS, #MBC, #KBS, #방송 3사, #전세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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