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는 야간노동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공장은 멈춰도 도시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야간노동은 이제 햄버거와 커피를 만드는 젊은 노동자들의 몫이 됐다. <오마이뉴스>는 최근 급증하는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의 실태를 통해 서비스업으로 확산되는 야간노동의 문제를 3회에 걸쳐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말]
서울 시내 한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의 모습.
 서울 시내 한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의 모습.
ⓒ 최지용

관련사진보기


"거기는 밤 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 모든 가게가 밤 10시면 문을 싹 닫아."

외국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비슷하게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많이 한다. "우리나라가 살기는 좋아, 24시간 안 되는 게 없잖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종종 비슷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밤새 문을 연 편의점이 골목마다 있고, 새벽 2~3시에도 보쌈부터 닭볶음탕까지 배달 안 되는 게 없다. 서울만 특히 그런 것도 아니다. 웬만한 지방 중소도시의 밤도 쉽게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극장에서는 새벽 1시, 2시에 영화를 볼 수 있고, 어지간한 술집들도 늦은 새벽까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PC방에서 밤새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조금 쉬고 싶다면 가까운 찜질방에 가면 된다. 일주일에 무슨 요일이던 상관없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영업방법이 아니다.

여기에 최근 눈에 띄게 많아진 24시간 매장이 있다. 야심한 시각 길을 걷다 보면 멀리서 풍겨오는 감자튀김의 향기. 고소한 빵에 두툼한 고기 패티, 시원한 콜라 한잔의 조합의 유혹이 시작된다. 바로 24시간 문을 연 햄버거 가게들이다. 햄버거를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자기 취향에 따라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을 골라 먹을 수 있다. 이들 모두 업체가 24시간 매장을 열기 때문이다.

24시간 영업업체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사람이 밤새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2007년에 야간노동을 2급 발암물질이라고 규정했다. 패스트푸드업체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업의 24시간 영업 확대는 곧 발암물질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공장 등 제조업 분야의 문제로 지적돼 온 야간노동 문제가 서비스 분야까지 번져 가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방지하고 규제할 어떠한 방안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한정애 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지난 한 달 동안 대표적인 4개 업체(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에 대해 현장조사와 본사면담, 야간아르바이트생 인터뷰, 그리고 해외사례를 조사했다. 날로 확산되는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의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도출해 내고자 한다.

맥도날드-롯데리아 24시간 영업 양대산맥

패스트푸드 4대 브랜드 전국 영업점 현황
▲ 패스트푸드 4대 브랜드 전국 영업점 현황 패스트푸드 4대 브랜드 전국 영업점 현황
ⓒ 신수빈

관련사진보기


패스트푸드 브랜드별 24시간 영업점 현황
▲ 패스트푸드 브랜드별 24시간 영업점 현황 패스트푸드 브랜드별 24시간 영업점 현황
ⓒ 신수빈

관련사진보기


국내에 24시간 패스트푸드 매장이 처음 생긴 것은 지난 2005년이다. 국제적인 영업망을 갖춘 맥도날드가 청담동에 24시간 매장을 낸 것이다. 그 뒤로 롯데리아가 2006년, 버거킹이 2007년, KFC가 2008년 차례대로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맥도날드가 놓은 불에 경쟁업체들이 차례대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특히 맥도날드와 롯데리아의 경쟁이 눈에 띈다. 나머지 두 업체는 전체 매장규모나 24시간 매장 수에서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를 따라가지 못했다.

2013년 9월 현재 이들 4개 업체는 국내에 총 1698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롯데리아가 1105개 매장으로 가장 많고, 맥도날드가 308개, KFC가 154개, 버거킹이 131개를 가지고 있다. 매장 수로는 롯데리아가 4개 업체 전체 매장 수의 65%를 차지한다. 롯데리아는 이 가운데 119(10.7%)개 매장만이 직영이고 나머지 986개(89.3%)는 점주가 따로 있는 가맹점이다. 반면 맥도날드의 가맹점은 41개(13.3%)에 불과하다. 직영매장 수로 따지면 맥도날드(167개)가 롯데리아보다 많다. 나머지 두 업체는 아예 가맹점 없이 직영으로만 운영된다.

24시간 매장 역시 롯데리아가가 가장 많다. 롯데리아는 전체 매장 가운데 267개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전체 롯데리아 매장 가운데 24.1%를 차지한다. 이들 24시간 매장 가운데 직영점은 87개(32%)고 가맹점은 180개(68%)로 가맹점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 맥도날드가 262개 24시간 매장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체 매장대비 비율은 85%로 롯데리아의 비율보다 높았지만 가맹점 비율은 16%(직영 224, 가맹 38)로 롯데리아가 훨씬 높았다.

연도별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24시간 매장을 도입한 맥도날드의 경우 첫해인 2005년 2개의 매장을 열고, 그 다음해인 2006년 73개의 매장을 열어 24시간 패스트푸드점 영업 경쟁에 불을 붙였다. 2007년에는 53개의 24시간 매장을 추가했다. 맥도날드는 그 이후 2008년 11개, 2009년 8개, 2010년 14개로 증가폭을 조절하다가 2011년 32개, 2012년 48개, 2013년 21개로 다시 24시간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맥도날드보다 1년 늦게 24시간 매장을 도입한 롯데리아는 2006년 3개를 시작으로 2007년 39개, 2009년 43개, 2010년 50개 등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최근 3년 동안에도 2011년 45개, 2012년 33개, 2013년 28개의 24시간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맨 처음 24시간 매장을 도입한 맥도날드가 매장 확대에 주춤하는 사이 롯데리아가 꾸준히 매장 수를 늘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거킹은 41개 24시간 매장으로 전체 매장의 26.6%를, KFC는 38개 24시간 매장으로 전체 매장의 24%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 매장 역시 모두 직영으로 운영된다. 2007년 처음 9개 버거킹 24시간 매장이 문을 열었고, 그 후로 매해 1~8개 사이의 적은 숫자의 매장이 추가됐다. KFC는 도입 첫해인 2008년 13개 매장을 한꺼번에 오픈했지만 그 후로는 매해 0~9개 매장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최저임금 받는 사업장, 야간노동이 청년들의 건강 위협한다"

연도별_4대패스트푸드_증가
▲ 연도별_4대패스트푸드_증가 연도별_4대패스트푸드_증가
ⓒ 신수빈

관련사진보기


이런 패스트푸드점들은 왜 24시간 영업을 해야 할까? 24시간 매장을 운영하게 되면 판매시간이 늘어나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영업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인건비와 매장 운영비용 등이 증가하게 된다. 이들 업체들은 24시간 매장을 확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고객 편의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야간에도 햄버거나 치킨과 같은 패스트푸드에 대한 고객 수요가 있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야간영업을 통한 매출 확대 여부는 '회사 영업 기밀'이라며 대부분 공개하지 않았다. 맥도날드 측에서만 "24시간 운영을 통해 매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인지하고 있다, 2005년 24시간 영업 도입 이후 꾸준한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다만 맥모닝과 배달 서비스 등 여러 시스템 도입이 매출 신장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24시간 영업의 매출 신장 기여도를 산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들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24시간 매장을 확대하는 이유는 불분명하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보다는 24시간 영업을 통해 고객과 접점을 늘려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마케팅적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4시간 영업뿐 아니라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드는 24시간 배달(맥도날드, 롯데리아)까지 패스트푸드 업체가 나서는 것은 결국 경쟁업체와의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들 매장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는 저임금 사업장들로, 주로 청소년과 청년층이 비정규직으로 일한다는 점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의 확산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확인결과 4개 업체 모두 주야간 아르바이트생들의 시급이 2013년 최저임금인 4860원으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야간 아르바이트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50%(1.5배)의 수당을 더 받을 뿐, 낮에 일하거나 밤에 일하거나 근로계약서상 계약임금은 최저임금으로 동일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이런 패스트푸드점의 24시간 영업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살펴봐야 한다"며 "패스트푸드점의 24시간 영업 확산은 단지 영업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들의 건강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제조업 공장이나 병원 같은 특수한 사업장에서 발생한 야간근무의 문제가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기존 사업장의 경우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받고 야간근무도 조절할 수 있지만, 최저임금의 열악한 사업장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고만으로 영업가능... "야간노동 총량제 도입해야"

현재 이러한 패스트푸드점의 24시간 영업을 관리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이들 업종의 영업시간을 정한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는 24시간 매장을 설립한 이후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한국사회의 2013년 현재 전체 야간 근무 노동자는 130만~200만으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서비스업종의 야간 노동자가 8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대형 패스트푸드점을 중심으로 24시간 영업매장이 늘어나면서 야간노동이 급속히 늘어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호 장치와 규제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심야노동에 대한 특별관리감독을 조속히 실시해, 심야노동 실태파악에 적극 나서고, 법제도 개선에도 나서야"고 강조했다.
[인터뷰] "손님 없는 시간이 쉬는 시간, 낮에는 좀비처럼 다녔다"
롯데리아 A점에서 2011년 8월부터 2012년 8월까지 1년 동안 야간 아르바이트를 한 김아무개(여, 27)씨 인터뷰.

- 패스트푸드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낮에 학교를 다니고 다른 일들이 있어서 밤에 일을 해야했다. 시급도 높았고 낮에 활동하기 유리했다."

- 일주일에 며칠 정도 일했나? 일하는 일 수 제한은 없나?
"많은 날은 5일 연속으로 한 적도 있다. 정해진 일수는 없고 사정에 따라 조절할 수 있지만 보통 적으면 4일 많으면 6일 정도 한다. 보통 이틀 일하면 하루는 쉬고 그렇다."

-시급이 높다고 했는데 얼마정도였나?
"최저임금의 1.5배였다."

-그러면 딱 야근수당이 붙어서 된 급여 아닌가? 특별히 많이 주는 게 아니라 규정에 따라 책정된 건가?
"그렇다. 사실 밤에 일한다고 더 주는 건 아니라 규정이 그렇게 돼 있으니까 그만큼 주는 거다."

-몇 명이 일하나?
"매니저랑 아르바이트 한 명이 일했는데, 내가 오래 일하니까 나중에는 매니저 없이 다른 아르바이트생이랑 둘이 한 적도 많았다. 오래 일하고 난 후에는 캐셔 마감 같은 일도 나한테 맡겼다."

-휴식 시간은 잘 보장되나?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다. 손님이 있다가도 없고 그러니까 손님이 없는 시간에 한산하면 그걸 쉬는 거라고 생각한다. 정해진 휴식시간에는 내가 밖에 나갈 수도 있고 그래야 하는데 그런 게 안 된다. 쉴 때도 카운터 앞에 서 있어야 한다."

-업무시간은 어떻게 되나?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다. 하지만 청소년 아르바이트들은 10시에 끝나니까 조금 빨리 나오고 또 아침 출근하는 친구가 늦으면 더 일하다 퇴근하기도 한다."

-그럼 거의 10시간을 일하는데 따로 쉬는 시간이 없나?
"없다. 그냥 손님 없는 시간이 쉬는 시간이다."

-일하면서 업무적으로 힘든 건 없었나?
"손님을 상대하는 일 외에 청소를 한다. 기본적인 청소야 낮에도 하지만 테이블을 세척하거나 소독하는 일은 밤에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그런 청소를 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그릴을 닦을 때는 엄청 강한 약품을 뿌리는데 안전장비를 주지 않는다. 장화 같은 것도 다 구멍이 나 있다. 바닥이나 의자, 테이블을 닦는 것도 힘든 일이다."

-근로계약서에 그런 청소 업무도 포함돼 있나?
"그건 잘 모르겠다. 일단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해서 해왔다."

-야간에 그렇게 일하면 낮에 생활은 어떤가?
"아무래도 생활하기 힘들다.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피곤해서 많이 잤다. 사람을 만나거나 해도 거의 좀비처럼 하고 다녔다."



태그:#맥도날드, #버거킹, #롯데리아, #KFC, #한정애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