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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마을의 귀환> 출간 기념 독자와의 대화 '도시를 품은 마을 토크쇼'가 열린 가운데 책의 저자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 <마을의 귀환> 저자 '<오마이뉴스>특별취재팀'의 인사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마을의 귀환> 출간 기념 독자와의 대화 '도시를 품은 마을 토크쇼'가 열린 가운데 책의 저자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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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7시에 서울시청 시민청 지하 2층 태평홀에서 <마을의 귀환> 출간을 기념해 독자와의 대화 '도시를 품은 마을 토크쇼'가 열렸다. 마을공동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이미 마을공동체에 몸 담고 있는 약 60여 명의 시민들이 이날 토크쇼에 참석했다.

이날 토크쇼는 책의 필진인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황방열 사회팀장, 강민수·박소희 사회부 기자, 홍현진 편집부 기자, 유성호 사진부 기자)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다섯 명의 기자는 지난해 8월 무더운 여름부터 올해 4월까지 8개월 동안 준비했던 47개의 기사가 책으로 묶여 나온 것에 대한 감회를 밝혔다.

이날 토크쇼 사회를 맡은 황방열 사회팀장은 "인터넷 매체에 8개월 동안 (단일 주제로) 연재를 한다는 건 드문 일"이라며, "총 47개의 기사가 나갔는데, 기사 한 건당 평균 9만 4000여 클릭이 이루어질 정도로 독자들이 열띤 호응을 보내주셨다"고 했다. 이어 초대손님으로 온 김영배 서울시 성북구청장은 "도시는 있는데 마을은 없고, 주민은 있는데 이웃은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현재 우리 사회의 소통 단절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구청장은 "이제 '협동, 연대, 공동체, 함께, 더불어', 이런 이야기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며 "그러한 시대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이러한 책을 낸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공동 공간+재생가능성, 한국-영국 도시공동체의 공통점

 <마을의 귀환> 표지
ⓒ 오마이북
강민수, 홍현진 두 기자는 '잉글랜드와 서울, 마을로 만나다'란 제목의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책에 나온 서울과 잉글랜드의 도시공동체 현장을 소개했다. 소개된 현장들에서 크게 두 가지 흥미로운 특징을 발견했다.

첫째, 모든 주민들이 함께 소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잉글랜드 스프링힐 코하우징(Springhill Co-housing)의 코먼 하우스(Common House)엔 바느질, 노래, 요가 등의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및 공용 식당이 갖춰져 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 공동주택의 지하 1층 공용공간은 때로는 아이들이 뛰어 놀기도, 때로는 여럿이 함께 술 한 잔 하기도 하는 다용도 공간이다. 성미산 공동주택 소개 사진에서 마을 사람들과 해맑게 건배를 하는 영화배우 고창석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고창석은 성미산 마을에서 '2층집 뚝'이란 별명을 가지고 생활한다.

둘째, 모든 자원과 공간의 '재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잉글랜드 브릭스턴의 에너지 전환 집단 '리메이커리(Remakery, 우리 말로 '다시 만들기'란 뜻)는 버려지고 낭비되는 자원의 재활용을 도모하여 지역의 숨은 역량을 기르는 걸 목표로 한다. 런던 동북부의 해크니 협동조합 개발회사(Hackney Co-operative Developments)는 마약범죄 등 온갖 범죄의 온상이었던 공간을 지자체와의 공공 공간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바꿨다. 서울 성북구 정릉생명평화마을의 경우, 30여 년 동안 재개발 예정지역으로 묶여 빈 집이 많던 달동네에 예술가들이 들어가 작업공방, 게스트하우스 등을 꾸미며 지역 활성화를 시도 중이다.

이날 행사의 핵심은 저자들 및 마을공동체 관계자들과 독자들 간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질의응답엔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과 이상훈 삼각산 재미난 마을 사무국장이 함께 했다. 장기간에 걸쳐 마을공동체 생활을 경험한 이들답게, 여러 시민들의 질문에 재치 있고 공감가게 답변을 줬다.

마을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상훈 사무국장은 "원래 '남한 최대의 지하조직'(서울지하철공사. 현 서울메트로)에 몸 담고 있다가 96년도에 그만두고 경상북도 청송에 있던 선배의 권유로 그곳에 내려갔다"고 했다. 그때 시작한 목공 작업이 재미있어서 이후로도 목공 활동을 같이 할 사람들을 모집하고, 목공소 공간을 구하는 등의 노력을 하다 재미난 마을에까지 오게 되었다고. 이 사무국장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하다 보니 뜻이 맞는 사람들이 저절로 모이더라"라며, "결국 마을공동체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마을의 귀환> 출간 기념 독자와의 대화 '도시를 품은 마을 토크쇼'가 열린 가운데 책의 저자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초대손님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왼쪽부터) 강민수 기자,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 황방열  기자,이상훈 삼각산 재미난 마을 사무국장이, 홍현진 기자가 배석했다.
▲ "마을공동체 성공, 궁금하시죠?"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마을의 귀환> 출간 기념 독자와의 대화 '도시를 품은 마을 토크쇼'가 열린 가운데 책의 저자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초대손님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왼쪽부터) 강민수 기자,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 황방열 기자,이상훈 삼각산 재미난 마을 사무국장이, 홍현진 기자가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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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가 성공하려면 3S가 필요해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언급된, 마을공동체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들을 거칠게 요약하면 '3S'라 정리할 수 있다. '3S'라 해서 '군사정권의 우민화 정책'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 '3S'의 정체는 '수다, 술, 십시일반'이다. 이 중 '수다'와 '술'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다.

유창복 센터장은 "마을공동체 활동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을 어찌 해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중요한 건 '수다'다. 결국 직접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최고"라며, 수다와 하소연만으로도 사람 간의 갈등 문제가 반은 풀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년 연말에 본인의 동네에서 열리는 '하소연 대회'를 소개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1년간 각자 품었던 서운한 감정에 대해 하소연하면서 감정을 푸는 시간이라 한다. 이상훈 사무국장은 "요새 사람들은 직접 안 만나고 카카오톡이나 이메일 등으로 소통하는 데 너무 의존한다"며,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속 시원히 해결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신신당부했다.

술도 소통의 매개체로 함께 강조됐다. 유창복 센터장은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관계'를 만들려면 술이 최고"라며 술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아무리 갈등이 서로 남아 있던 사이여도 막걸리나 소주 몇 잔 같이 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면 갈등 관계가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서 언급한 '하소연 대회' 뒤에 뒤풀이를 하면서 남아있는 묵은 감정을 푼다고 했다.

"어떤 정책을 세워야 마을공동체들이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할까"라는 한 시민의 질문에 유창복 센터장은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여기서 '3S'의 마지막 요소인 '십시일반', 즉 '여럿이 함께 정신'이 나온다. 유 센터장은 '십시일반'하려는 마음이 곧 자립성 강화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마을의 귀환> 출간 기념 독자와의 대화 '도시를 품은 마을 토크쇼'가 열린 가운데 홍현진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기자가 책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마을의 귀환> 출간 기념 독자와의 대화 '도시를 품은 마을 토크쇼'가 열린 가운데 홍현진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기자가 책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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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해야죠. 저는 자기가 파야 그 우물을 지킨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마을공동체 활동은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거다, 그러니까 마음을 냈으면 재물도 내야 된다 생각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십시일반'입니다. 형편대로, 마음 가는 대로 내는 그게 한 덩어리가 되고 씨앗이 됩니다. 정부는, 주민들이 그렇게 모아야 더 주시하게 됩니다. (중략) 마을공동체가 진짜 필요한 건, 없는 사람들이죠. 필요한 사람들끼리 모아도 돈 잘 안 모일 수 있죠. 저는 이럴 때 정부가 '짠'하고 나서야 된다고 봅니다. 이런 걸 '보충성의 원리'라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최대한 자립적으로 노력할 때 그 부족분을 정부가 채워주면 됩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린 이날 토크쇼는 9시가 좀 안 돼 마무리됐다. 토크쇼가 진행된 2시간은 마을공동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안의 구성원들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답변해준 시간이었다. 부디 마을공동체의 발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마을의 귀환>을 참고하여 그 꿈을 이루길 간절히 바란다.


태그:#마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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