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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에서 만난 오토바이 행렬
 다낭에서 만난 오토바이 행렬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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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산에서 다낭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다낭에 도착하자 우리는 두 팀으로 나뉘었다. 문화 유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영응사 절을 보러가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발 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나는 영응사를 보러간다. 한강에 놓인 투안 푸옥 다리를 이용할 수 없어 드래곤 다리로 돌아간다. 그 바람에 영응사 절에 가는 데 시간이 20분 정도는 더 걸린다. 그 대신 다시 한 번 다낭 시내를 보게 된다. 퇴근하는 오토바이 행렬이 장관이다.

우리가 탄 버스는 이제 해변도로를 따라 송트라 산 쪽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보니 다낭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오후 6시가 다 되어 버스가 영응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절 안으로 들어간다. 주차장이 정문이 아닌 후문 쪽에 있어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절을 살펴보았다.
   
베트남 절의 특징은 무엇일까?

영응사 항공사진
 영응사 항공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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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만난 전각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성보박물관(Văn Hoa Pham Phat Giao)이다. 베트남어를 번역하면 종교적인 공예품을 넣어두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오후 6시가 넘어 문을 닫았다. 베트남의 종교용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이것을 보면 한국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의 불교에 대해 한층 깊이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건물은 중국적인 듯 하면서 서양적인 요소가 일부 가미되었다.

다음 전각도 성보박물관과 비슷한데 전면이 여닫이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이 절반쯤 열렸고 그 안에 긴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다. 스님이나 신도는 안 보인다. 이 전각은 우리나라의 만세루 정도에 해당하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강당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스님과 신도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회의도 하는 공간으로 보인다. 사람이라도 있으면 무엇 하는 곳인가 물어보겠는데, 아무도 없어 다음 전각으로 이동한다.

다낭 영응사
 다낭 영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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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전각은 법당이다. 한자로 영응사(靈應寺)라는 당호를 써놓았다.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위층에 한자로 정불국토(淨佛國土), 여래소도(如來所都), 불광보조(佛光普照)라고 썼다. 각각 정토 즉 깨끗한 부처님의 땅, 여래가 머무는 도시, 부처님의 빛이 널리 비친다는 뜻이다.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베트남 땅에서 한자를 보기만 하면 반갑다. 영어와 독일어를 좀 하는 나도 베트남식 표기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며칠 지내면서 기본적인 단어 몇 개는 외웠지만 그것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그 밑 1층 가운데에는 영응사라는 한자가 있고, 좌우에 또 선문진정(禪門鎭靜) 해중완화(海衆安和)라고 썼다. 선종 사찰에 편안함과 고요함을, 바다의 중생들에게 편안과 조화가 있기를 기원하는 문구다. 그래서일까? 이 절을 지은 다음부터는 다낭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법당 안으로 들어가니 좌우에 금강역사가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사천왕상인지 위태보살인지 구분이 안 되는 인물이 또 지키고 있다. 이들의 형상에는 중국적인 요소가 많다.

영응사 법당의 금동불
 영응사 법당의 금동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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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호위하는 법당의 한 가운데 금동불이 앉아 있다. 상호는 중국적이고 수인은 선정인을 취하고 있다. 광배를 원형으로 하고, 한 가운데로부터 빛이 발산하는 것처럼 조명을 만들었다. 기둥에 연좌위아실상장엄(蓮座巍峨實相莊嚴)이라고 쓴 것으로 보아 이 절이 대승불교에서도 선종 계열임을 알 수 있다. 연꽃 대좌 위에 우뚝한 부처님의 진면목이 장엄하다는 뜻이다. 법당 앞으로는 정원이 잘 가꿔져 있으며, 나무를 분재형식으로 키우고 있다.

이들 정원을 지나면 절의 정문이 나온다. 중국의 패방 형식으로 만든 삼문이다. 그곳에도 역시 영응사라는 한자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아래 'Chùa Linh Ứng'이라는 베트남 문자도 보인다. 문을 나서자 앞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송트라만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계단의 난간에는 용이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난간 오른쪽으로 커다란 해수관음상(Tượng Phát Quan Thế Âm)이 보인다. 나는 이제 해수관음상을 보러 간다.

해수관음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

해수관음을 향한 간절한 기도
 해수관음을 향한 간절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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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상을 보려면 다시 절로 들어간 다음 옆으로 난 계단을 통해 내려가야 한다. 어느덧 해가 기울고 땅거미가 조금씩 밀려든다. 관음보살의 백호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해수관음은 원형의 법당 위 연꽃좌대 위에 시무외인을 하고 중생을 굽어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관음보살을 향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도 보인다. 관음보살 주변에는 넓은 공간이 있고, 그 앞으로 포대화상과 연지(蓮池)가 자리 잡고 있다.

포대화상과 해수관음
 포대화상과 해수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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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화상은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상이다. 인간에게 재복을 가져다준다고 해서 절마다 모시는 경향이 있다. 이곳 해수관음상을 베트남 사람들은 '투옹팟 콴세음'이라 부른다. 여기서 투옹팟은 불상이란 뜻이다. 이 관음보살상의 높이는 67m나 된다. 건물로 말하면 30층 높이다. 이 불상은 2000년대 들어 세워졌으며, 이 불상을 세운 이래 아직까지는 다낭과 쾅남 지역이 태풍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바라 본 다낭
 해수관음상 앞에서 바라 본 다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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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수관음을 보고 다시 한 번 바다 쪽을 응시한다. 이곳의 정면으로는 송트라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다낭 해변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다낭에 저녁 노을이 드리우고 살포시 안개가 내려앉는다. 오후에 다녀온 바나산도 가까이 보인다. 바닷가에는 배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이제 영응사를 떠날 시간이다. 다낭을 떠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오후 10시 30분 비행기가 예약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나는 영응사 여기저기에 시선을 준다.   

코코넛과 롯데 마트

다시 차를 타고 다낭 시내로 들어오니 오후 6시 50분이다. 그런데 베트남 현지 가이드가 특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면서 우리를 코코넛 가게로 데리고 간다.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으니 1인당 하나씩 코코넛이 나온다. 뚜껑을 여니 그 안에 젤리 형태의 코코넛이 들어 있다. 음료 형태의 코코넛만 알고 있던 우리는 코코넛을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그런데 이 맛이 정말 좋다. 부드러우면서도 아주 담백하다. 그러면서도 우유처럼 영양가가 느껴진다.

다낭의 코코넛
 다낭의 코코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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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큰 코코넛을 먹는데도 물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가 부르지도 않다. 요즘 말로 '이상적인 다이어트 식품'이다. 이것을 다 먹은 다음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한식 전문식당 으로 간다. 지난번에는 제육볶음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갈치조림이다. 베트남의 동남부가 바다로 둘러싸여서 그런지 베트남에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베트남 음식에도 해산물이 많은 편이다. 우리는 갈치조림에 된장국 그리고 상추쌈을 맛있게 먹고 잠깐 기념품점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오소리 커피', 쥐포, 가방 등을 산다. 그리고는 서둘러 공항으로 향한다. 그런데 중간에 인스턴트 커피를 싸게 사도록 해준다면서 공항 가는 길에 있는 롯데 마트에 잠시 들른다. 5층이나 되는 큰 규모인 롯데마트는 성업 중이었다. 나는 커피보다는 마트가 어떻게 운영되나 보기 위해 1층을 한 바퀴 돌았다. 1층에는 롯데리아, 파리 바게트, 삼성 갤럭시 같은 우리 눈에 익숙한 매장이 있다.

다낭의 롯데마트
 다낭의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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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플릿을 보니 식료품, 가전제품, 생활용품, 의류와 신발 등이 팔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구점도 있었다. 5층에는 영화관, 푸드 코트, 카페, 게임방 등이 있어 소위 오락과 엔터테인먼트까지 즐길 수 있었다. 대형 마트 기능 외에 백화점 기능까지 하는 것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우리는 서둘러 버스에 오른다. 늦어도 9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시간에 맞춰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밤 10시 30분에 다낭을 이륙한 비행기는 어둠을 뚫고 동쪽으로 향한다. 밤이라 다낭과 송트라 해변의 경치를 볼 수 없다. 너덧 시간쯤 지났을까. 비행기는 제주 해변을 지난다. 동쪽에서 여명이 비치기 시작한다. 새벽에 볼 수 있는 그믐달과 샛별이 선명하다. 비행기는 오전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아침 기온은 베트남이나 인천이나 비슷하다. 이제 집으로 가서 여행기를 쓰는 일만 남았다. 5박 6일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이야기 거리는 많은 여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베트남 중부의 문화유산 기행을 13회로 마친다. 가능하면 베트남 북부 하노이와 하롱베이에 대해 3-4회 정도 더 글을 쓰려고 한다. 하노이와 하롱베이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기 때문이다.



태그:#영응사, #해수관음 , #선종 사찰, #코코넛,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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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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