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드반스카가 우승도자기에 입맞춤하고 있다

라드반스카가 우승도자기에 입맞춤하고 있다 ⓒ 정희원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폴란드-4위)가 2013 KDB 코리아오픈테니스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라드반스카는 지난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13 KDB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아나스타시아 파블류첸코바(러시아-31위)를 세트스코어 2-1(6-7<8-6>, 6-3, 6-4)로 이겼다.

라드반스카는 본선 32강전 네 경기를 무실세트로 전승하며 결승에 오른 반면, 파블류첸코바는 전날 열린 준결승에서 스키아보네(이탈리아-56위)에게 두 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11-9, 8-6)까지 가는 혈전 끝에 결승에 올랐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라드반스카의 싱거운 승리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경기장에서는 폴란드와 러시아 국기를 펼쳐든 양국 응원단의 대결이 펼쳐졌다.

라드반스카 압승 예상됐지만... 뚜껑 열어보니 달랐다

 폴란드 국기를 펼쳐보이며 라드반스카를 응원하는 모습

폴란드 국기를 펼쳐보이며 라드반스카를 응원하는 모습 ⓒ 정희원


경기가 시작되자 라드반스카가 상대의 서브게임을 가져오며 2-0으로 순조롭게 앞서가는 듯했다. 하지만 파블류첸코바는 강력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추격을 거듭, 6-6 동점을 만들어 타이브레이크(7포인트를 선취하는 쪽이 승리하는 방식)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파블류첸코바는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접전을 펼친 끝에 8-6으로 승리했다. 승승장구하던 라드반스카의 무실세트 행진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파블류첸코바의 강력한 백핸드 공격

파블류첸코바의 강력한 백핸드 공격 ⓒ 정희원


2세트에서 기세가 오른 파블류첸코바의 선전이 예상됐지만, 전열을 정비한 라드반스카가 또다시 파블류첸코바의 서브 게임을 잡으며 3-0으로 앞서갔다. 파블류첸코바는 전날 접전으로 피로가 역력해 보였지만, 사력을 다해 4-3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라드반스카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파블류첸코바의 강타를 연거푸 걷어냈고, 몸이 무거운 파블류첸코바의 헛점을 찌르는 드롭샷으로 상대를 공략했다. 결국 라드반스카는 6-3으로 2세트를 따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라드반스카가 사뿐히 날아 공격하는 모습

라드반스카가 사뿐히 날아 공격하는 모습 ⓒ 정희원


3세트는 서로의 서브게임을 지켜내며 한 게임씩 주고받는 접전이 계속됐다. 파블류첸코바는 파워를 앞세운 멋진 샷으로 관중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지만, 쉬운 득점 기회를 범실로 날리며 상대에게 점수를 헌납하는 경우가 잦았다. 라드반스카는 침착하고 냉정한 플레이로 차근차근 점수를 챙기는 플레이를 펼쳤다. 결국 파블류첸코바는 5-4로 뒤진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지 못해 6-4로 3세트를 내줬다.

라드반스카 "내년에도 한국 또 찾을 것"

 경기를 마치고 서로 축하와 위로를 건네는 양 선수

경기를 마치고 서로 축하와 위로를 건네는 양 선수 ⓒ 정희원


시상식에서 준우승 트로피를 받은 파블류첸코바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솔직히 현재 기분이 좋지는 않다"면서도 "하지만 끝까지 많은 응원을 보내준 한국 관중들과 러시아 응원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경기 후 팬들에게 일일이 싸인해주는 라드반스카

경기 후 팬들에게 일일이 싸인해주는 라드반스카 ⓒ 정희원


대회 우승을 차지한 라드반스카는 "결승전까지 무실세트로 올라오긴 했지만 스코어에 앞서 매 경기마다 접전을 펼쳤기 때문에 컨디션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며 "아쉽게 패한 파블류첸코바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어 "첫 한국 방문이었지만 깔끔하고 친절한 대회 운영과 좋은 날씨 그리고 관중들의 열렬한 성원 덕분에 우승까지 하게 돼 아주 기분이 좋다"며 "내년에도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밝혔다.

대회 시상식에 앞서 WTA(세계여자테니스협회)는 코리아오픈 10주년 맞이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WTA 투어대회로 정착하게 된 것을 축하하는 감사패를 이진수 JS매니지먼트 대표에게 전달했다. 이진수 대표는 10년간 코리아오픈대회를 기획해왔다.

 WTA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이진수 토너먼트디렉터

WTA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이진수 토너먼트디렉터 ⓒ 정희원


국가대표 선수출신이기도 한 이진수 대표는 "첫 대회 당시 14만 달러였던 총 상금이 올해 50만 달러로 늘었을 뿐 아니라 (이 대회가) 한국·중국·일본으로 이어지는 아시안 투어대회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해까지 단 한 명의 한국선수가 본선 1승을 못 거둬서 안타까웠는데 올해는 이예라·장수정이 본선 첫 승리뿐만 아니라 막내인 장수정이 8강까지 오른 모습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이진수 대표는 한국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난 선수 시절 사비를 털어 메이저 대회 예선에 참가했다"면서 "국내에서도 세계랭킹과 직결되는 대회가 열리면서 환경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는데도 후배들의 도전 의식은 오히려 약해졌다"고 평했다. 이어 "올해 코리아 오픈에 한국 선수 두 명만 출전 신청을 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선수들이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낸시랭도 경기장을 찾아 관람했다

낸시랭도 경기장을 찾아 관람했다 ⓒ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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