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다가 장판이다.
▲ 고향 가는길 바다가 장판이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벌써 추석이 지났다. 엄마 품 같은 곳. 그래서 명절이 다가오면 더 그리운 곳이 고향인가 보다.

난 섬사람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우리 가족이 여수로 이사를 나온 지 20여 년이 흘렀다. 아직도 섬에 집이 있어 시골을 찾고 있으나 고향에서 명절을 쇠어본 지 오래다. 명절날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절구통에서 떡메로 떡방아를 찧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래서 이번 추석은 꼭 고향을 찾기로 했다.

코스모스 피어 있는 정든 고향역
예쁜이 곱뿐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장판 같은 바다... 변함없이 늘 푸르른 섬

마치 고막처럼 생긴 무인도의 모습
 마치 고막처럼 생긴 무인도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돌산 앞바다를 달려온 배가 비렁길 1코스가 시작되는 함구미 끝 용두등대를 지난다
 돌산 앞바다를 달려온 배가 비렁길 1코스가 시작되는 함구미 끝 용두등대를 지난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용두등대를 지나 비렁길의 최고봉 미역 널방바위를 지났다.
 용두등대를 지나 비렁길의 최고봉 미역 널방바위를 지났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거북이가 누워있는 형상의 금오도 해안을 지난다.
 거북이가 누워있는 형상의 금오도 해안을 지난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금오도 해안
 금오도 해안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깎아지른 절벽위로 전망대가 보인다.
 깎아지른 절벽위로 전망대가 보인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콧노래가 자연스럽게 흘러 나왔다. 추석 다음 날(20일) 형님 그리고 지인과 함께 소호항에서 보트를 띄웠다. 바닷길을 달렸다. 오늘따라 바다가 바람 한 점 없이 어머니의 품속처럼 고요하다. 이런 바다를 두고 뱃사람들은 '완전 장판'이라 부른다.

너무나도 잔잔한 바다를 달리는 것이 조금은 미안타. 주위는 보트 엔진소리뿐이다. 오늘따라 섬이 유난히 많은 것 같다. 그 옛날 거인들이 섬과 섬을 징검다리 삼아 뛰어 놀았을 것 같은 다도해에는 365개의 유·무인도가 바다 위에 펼쳐진다.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섬. 하지만 모진 풍파와 싸워 질곡의 세월을 보냈지만 변함없이 푸르다. 이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싶다.

여자만과 가막만으로 나눠는 여수바다. 우리가 탄 보트는 그 중간 경계면 사이를 지나 한껏 유명세를 타고 있는 금오도 비렁길로 접어든다. 바다 위에서 보는 해상 비렁길을 달리는 셈이다.

금오도는 동바다와 서바다로 나뉜다. 어부들은 동바닥과 서바닥으로 부른다. 동바닥은 여객선 뱃길인 반면 서바닥은 좀 멀다. 허나 동풍이 심한 겨울철이면 금오도가 막아줘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뱃길이 된다. 겨울철 피난처인 셈이다.

바다위 물살 너머로 보이는 금오도의 모습
 바다위 물살 너머로 보이는 금오도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거북이 등을 지나 꼬리처럼 생긴 금오도의 모습
 거북이 등을 지나 꼬리처럼 생긴 금오도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구름이 쉬어가는 곳 금오도
 구름이 쉬어가는 곳 금오도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국내에서 21번째로 큰 섬인 금오도(金鰲島).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이곳은 원래 거무섬으로 불렸다.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거무섬을 비슷한 한자로 표기한 것이 거마도였다. '청구도(靑邱圖)'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는 거마도로 표기되어 있다. 옛날에는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나 임금의 관(棺)을 짜는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이었을 만큼 원시림이 잘 보존된 곳이다.

또 비렁길은 '순수자연 속의 명상길'로 불린다. 서바닥은 함구미에서 장지까지다. 즉 1코스부터 5코스까지가 다 보인다. 돌산 앞바다를 달려온 배는 이미 비렁길 1코스가 시작되는 함구미 끝 용두등대를 지난다. 이곳은 비렁길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그 유명한 미역널방 바위가 자리한다. 육지에서 느끼는 비렁길과 달리 바다 위를 달리면서 느끼는 비렁길은 사뭇 그 맛이 다르다. 말 그대로 감탄 그 자체다.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눌러대느라 손이 바쁘다.

"우~와~ 와~."

비렁길 섬, 금오도를 제대로 품고 싶다면

금오도 비경
 금오도 비경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바다에서 바라본 비렁길 섬 금오도의 모습
 바다에서 바라본 비렁길 섬 금오도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금오도 비경
 금오도 비경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더 이상 아무 말도 생각나질 않는다. 영화 <혈의 누>와 <하늘과 바다> 그리고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비렁길은 해안가 절벽의 좁은 밭길을 넓혀 만든 둘레길 개념이다. 비렁길의 주요 관광 포인트인 용두바위, 미역널방, 굴등전망대, 촛대바위가 유명한 것은 절벽과 함께 끝없이 펼쳐진 '바다'라는 전망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에서 바라보는 비렁길섬 금오도는 완연 다른 모습이다. 바다가 아닌 오로지 섬만이 클로즈업된다. 깎아지른 듯 한 절벽 그리고 거북모양의 금오도를 품에 안는다. 어느 것 하나 빠진 곳이 없다. "비렁길 어디가 제일 멋지죠?"라고 묻는 이들의 질문을 무색케 한다. 진정 금오도를 제대로 느끼려면 한번쯤은 바다에서 봐야 제격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오직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그저 경이롭고 감탄스러울 뿐이다.

안도와 연도사이에 위치한 세상여에 조사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안도와 연도사이에 위치한 세상여에 조사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바다위로 끝없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바다위로 끝없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금오도 초포를 지나 등대앞에서 조업중인 어선의 모습
 금오도 초포를 지나 등대앞에서 조업중인 어선의 모습
ⓒ 심명남

관련사진보기


바다 위를 달리는 이 맛. 갯바위엔 연휴를 맞아 낚시꾼들이 즐비하다. 마치 물이 휩쓸면 잠겨버릴 것 같은 안도와 연도 사이에 있는 세상여에도 조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연도 앞 외딴섬 알마섬에도 감성돔을 잡는 조사들의 손길이 바쁘다.

올 추석은 긴 연휴와 함께 날씨까지 축복해줘 섬을 찾는 귀성객의 발길이 즐겁다. 고향이라는 곳. 보기만 해도 소리만 들어도 그저 맘이 푸근하다. 하지만 고향은 그대론데 해마다 고향사람들이 늙어간다. 이제 고향 분들이 좀 안 늙었으면 좋겠다. 자자손손 고향을 지켜온 이들에게 올 한가위의 보름달만큼 큰 복이 터지면 좋으련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향, #비렁길, #금오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