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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경기가 어려워도 추석 명절이 대목인지라 재래시장을 비롯해 지역 소규모 상점들도 조금 활기를 띤 듯하다. 그러나 이미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거친 공세 속에서 앞으로 살아가기가 막막하긴 하다. 

2009년 인천 옥련점에 문을 연 홈플러스 익스프레스(홈플러스의 SSM)와 중소상인들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시작으로 SSM 개점에 따른 지역 경제 파괴 문제가 주목되었다. 지역의 중소상인들이 생산, 유통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마트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대형마트들은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절대적인 수가 적을 뿐더러 대부분 비정규직을 고용, 높은 노동 강도와 저임금으로 지역 주민을 고용하고 있다.

처음으로 문제제기가 되었던 2009년 이후, 총선과 대선을 거쳐 지역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법안들이 발표됐지만 현실은 어떨까? 대형 유통 재벌이 어떻게 골목 상권을 잠식하고 지역 경제를 파괴하는지 살펴보자.

대형 유통 재벌의 골목상권 잠식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대형마트, 편의점, SSM 등 다양한 형태로 골목상권에 진입하는 대형 유통 재벌
▲ 대형 유통 재벌의 골목상권 잠식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대형마트, 편의점, SSM 등 다양한 형태로 골목상권에 진입하는 대형 유통 재벌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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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 해설 : 소매점들의 유형

대형 소매점은 백화점과 통상 '대규모 점포(3000㎡ 이상)를 개설한 대형마트'로 나뉜다. 신세계 이마트, 롯데, 그리고 영국계 테스코가 소유한 홈플러스로 과점되어 있다. 대형 소매점들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이마트와 롯데, 홈플러스와 GS리테일 등 4개 대형 유통기업들은 골목상권을 잠식하기 위해 대체로 990~3300㎡(300~1000평) 규모인 슈퍼수퍼마켓(SSM)을 파상적으로 개설했다.

한편,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CU(구 훼미리마트) 등 대형 유통기업들의 체인형 편의점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기존의 골목 슈퍼마켓을 대체해 나갔다.

▶ 문제 현상 : 규제했지만 대형마트의 팽창을 막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대형 유통재벌의 탐욕을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9년 7월 처음으로 인천과 부평에서 SSM입점을 저지하기 위한 중소상인들의 저항이 시작된 이래 전국 곳곳에서 대형마트와 SSM 입점을 막기 위한 사업조정신청이 쇄도했다. 그 첫 결실로 2010년에 유통법과 상생법이 제정되어 부분적으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잠식이 억제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적어도 2011년 말까지 대형유통재벌의 팽창은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백화점도 계속 늘었다. 이미 한참 전에 포화상태에 진입했다던 대형마트도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2007년 375개에서 2011년 472개로 거의 100개가 늘었던 것이다. 특히 중소상인들이 필사적으로 저지하려고 했던 SSM의 팽창 속도는 경이적이다. 4년간 354개에서 980개로 무려 2.7배가 팽창했다. 중소상인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음을 잘 보여준다.

또한 심야영업 강제와 과도한 위약금 등으로 사실상 노예계약 수준임이 밝혀진 편의점들의 폭발적 증가도 놀랍다. 2007년까지만 해도 1만2000개에 불과하던 체인형 편의점이 2011년 말 기준으로 2만2000개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자고 일어나면 주위에 편의점이 생긴다는 일반 시민들의 말이 명확한 수치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반비례해서 일반 슈퍼마켓들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경악할 만한 사실은 SSM의 경우 중소상인들의 저항이 본격화되었던 2010년에도 200개가 새로 생겼고 유통법과 상생법이 발효되던 2011년에도 100개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대형유통재벌의 탐욕을 억제하기에는 정부, 국회의 의지와 노력이 턱없이 부족했음을 잘 보여준다. 2012년 이후 대형마트에 대한 부분적 일요 휴무제가 강제되고 유통법과 상생법이 다소 보강되었지만 여전히 골목상권을 지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까지도 편법적인 SSM 추가 입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재벌들의 과잉 팽창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그들은 신규 출점으로 인한 고용 창출을 들어 정당화해왔다. 그러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반대로 줄어들고 있다. 2008년만 해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한 곳당 177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2011년에는 138명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큰 마트에 겨우 직원이 100여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매장에 입점한 업체의 직원들과 압도적으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전국에 146개 점포를 갖고 있는 이마트도 정규직은 매장당 102명에 불과한 반면, 비정규직이 그 2배를 웃도는 260명"에 달한다.(이들 비정규직 가운데 9100명이 2013년 정규직이 되었다고 크게 언론보도 되었다. 그런데 실상은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신규채용' 즉 기존 경력은 무시된 채용이었다.)

대형 유통재벌의 탐욕의 반대편에는 자영업자들의 생존위기가 있다. 그 단적인 사례가 개인사업자 폐업의 증가다. 2008년에 비해 2011년에는 한 해에 폐업건수가 약 10만 건이 더 늘어나서 84만 건에 이른다. 이는 1분마다 1.6개의 개인사업자가 폐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문제 진단과 해법 :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허가제를 수용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실 처음부터 정답은 있었다. 지금처럼 대형유통재벌이 입점을 원하기만 하면 신고로 끝내는 방식을 허가제로 바꿔 기존 중소상인들에게 현저한 피해가 예상되면 입점을 억제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안은 처음 SSM 규제 얘기가 나오던 2009년부터 중소상인들이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사항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무시하고 우회적인 방안들로 입법을 했지만 그로부터 4년 동안 대형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잠식도 막지 못했고 중소상인들의 생존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 결국 허가제라는 원칙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 김병권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입니다.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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