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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의 갈 길을 잃어버린 KBS, MBC, SBS. 이들 지상파 3사 뉴스를 매일 감시하고자 합니다. 이들이 지상파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그날까지 <방송3사 뉴스 한눈에 보기>는 계속됩니다. [편집자말]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관해 아는바 없다" 이른바 여야 3자회담에서 박근혜의 태도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역시나이다. (@kbh****)

3자회담은 '역시'였습니다. 저들한테 뭘 기대하겠습니까. 그간 3자회담을 국민들이 그리도 반대했던 이유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알까요? (@shwa****)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당 대표간의 3자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후, SNS에 올라온 반응들이다. 많은 이들이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를 외쳤다. 이번 3자 회담은 사전에 핵심 의제와 방식조차 제대로 조율되지 않았다. 때문에 생산적인 논의 없이 의견차만 확인하는 형식적인 회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회담 전부터 많았다.

그리고 그 걱정은 곧 현실이 되었다. 박 대통령은 이제까지의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고, 민주당이 가지고 온 7개의 요구안은 하나도 관철되지 않았다. 앞선 우려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파행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인 셈이다.

때문에 회담이 실패로 끝난 이후, 여러 매체들은 회담의 결과만큼이나 그 내용 분석도 중요하게 다뤘다. 대통령과 당 대표가 한 발언의 의도와 앞으로 누가 더 유리해질 것인가에 관한 분석, 회담에 관한 나름의 평가를 실었다.

<노컷뉴스>는 17일 '꽃놀이패 든 朴대통령 vs 농락당한 김한길 대표'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를 통해, 청와대와 새누리당, 민주당의 이해득실을 따졌다. 청와대는 주도권을 잡은 대신 독선에 빠질 수 있고 새누리당은 당장은 유리해도 정국에서 존재감이 미약해질 수 있으며, 민주당은 큰 소득이 없었지만 박 대통령의 의중 정도는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조간 1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를 비판했고, <머니투데이>는 칼럼을 통해 여야 공생을 위한 '정치적' 양보와 타협을 촉구했다. 빈손으로 끝난 3자회담에 당황스러울 국민들이 이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다양한 실마리를 주는 것이다. 반면, 16일 지상파 3사 보도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평행선', '격론', '설전'만…'왜', '어떻게'는 없는 방송뉴스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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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MBC·SBS·KBS 세 방송사는 모두 3자 회담을 톱뉴스로 다뤘다. SBS와 MBC는 각각 세 꼭지씩을, KBS는 무려 여섯 꼭지를 3자 회담 관련 보도에 할애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천편일률적이었다. 대부분의 제목에 '평행선', '격론'과 같은 갈등을 뜻하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모든 보도는 오로지 각각의 의견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에만 초점을 맞췄다. 대통령과 민주당, 새누리당 측의 발언을 기계적으로 받아 적었고, 이들의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이라는 수준의 전망에서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발언의 의도를 분석하거나 회담 실패의 책임을 묻는 등의 심층적인 보도는 전무했다.

SBS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SBS <8시 뉴스> 화면 갈무리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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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8시 뉴스>는 3자 회담을 다룬 세 개의 꼭지 중 앞 두 꼭지에서 각각 '국정원 개혁'과 '채동욱 검찰총장 사찰 논란'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분량은 각각 1분 39초, 1분 43초로 짧지 않았다. 하지만 보도 내용은 모두 대통령과 양당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한 데서 그쳤다. 세 번째 꼭지인 '3자 회담 내내 '설전'…대치 정국 장기화'에서는 민생 문제와 국정원 개혁 문제의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며 국회 파행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보냈다.

MBC <뉴스데스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첫 꼭지에서 채동욱 검찰총장 관련 의제를, 두 번째 꼭지에서 국정원 개혁 의제를 다뤘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민주당과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의 의견을 순서대로 나열한 뒤, 마지막 꼭지에서는 민주당의 장외투쟁 복귀를 다루며 국정 경색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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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9>는 MBC와 SBS보다 두 배가 많은 여섯 꼭지를 관련 보도에 할애했지만 심층성 있는 보도는 보이지 않았다. 1분 47초 분량의 첫 꼭지인 '어렵게 성사된 '3자 회담'…합의 도출 실패'에서는 대통령과 양당대표 등 회담 참석자들이 원활한 사태 해결을 기원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이어 똑같이 1분 47초 가량을 할애한 두 번째 꼭지 '3자 회담 시종일관 '팽팽'…인식차 현격'에서는 의견 대립을 보이는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의 모습을 보도했고, 세 번째 꼭지인  '새누리-민주, 입장차…'결과' 발표도 따로'에서는 각 당의 회담 결과 발표 화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꼭지에서는 각각 국정원 개혁과 채동욱 검찰총장에 관한 논의를 다뤘지만 그 내용은 단순히 의견 나열로 MBC나 SBS와 다르지 않았다. 여섯 번째 꼭지에서는 다른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국정 파행 장기화' 가능성을 점쳤다.

여당과 야당의 의견 대립이 심해지고 장시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현 시점에서, 국민들이 양측의 입장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은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해서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언론이 단지 '무엇이' 다른지만 나열하는 것은 위험하다. 신경전만 부각시키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 혐오와 무관심을 유발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입장이 '왜' 다른가, 또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다. '기록'이 아닌 '보도'라면, 단순히 발언을 받아적는 것 이상의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태그:#방송 3사 , #KBS, #MBC, #SBS, #3자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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