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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살고 있던 한국형 바다표범 '강치'. 일본사람들의 손에 멸종된 강치를 복원하고자 하는 '보고 싶다 강치야! 사랑본부' 회원 100여 명과 함께 7월 14일부터 2박 3일 동안 울릉도·독도를 여행했습니다. - 기자 말

 이틀밤을 보낸 숙소
 이틀밤을 보낸 숙소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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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을 보니 식겁할 정도로 빡빡했다. 버스를 4시간 이상 타야 하고 배를 7시간 넘게 타야 한다. 그뿐인가, 2시간 정도는 걸어야 한다. 이 엄청난 일정을 도대체 하루에 어떻게 다 소화한다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3시 30분)에 서울에서 출발, 7시에 묵호항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은 후 곧바로 울릉도행 배에 탑승, 울릉도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은 다음 곧바로 독도 행. 독도에 도착하자마자 '보고 싶다 강치야' 콘서트를 하고, 2시간 동안 독도를 탐방한 후 다시 울릉도로 돌아오는 강행군 코스였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 여행이지' 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동안 버스는 어둠을 뚫고 신나게 달려 서울 시내를 관통하고는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비바람이 몰아쳤다. 마치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한 세찬 비바람이었다. 혹시 빗길에 버스가 미끄러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 눈을 붙이지 못하고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잠간 눈을 감았다 뜬 것 같은데 버스는 어느 새 강원도 묵호항에 도착해 있었다. 눈부시게 밝은 아침 해와 말끔하게 개인 파란 하늘이 우릴 반겼다. 그 햇살을 받으며 밤새 덕지덕지 쌓인 여독을 털어냈다.  

 바다위를 활공하는 갈매기
 바다위를 활공하는 갈매기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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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탈 시간이 되자 멀미 걱정이 앞섰다. 3시간 이상 배를 타는 건 처음인지라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배를 탄 경험은, 그때까지 한강 유람선이 전부였다.

멀미는 내게 천형 같은 것이다. 초등학교 때, 멀미 때문에 수학여행까지 포기하려 했던 기억이 있을 정도로 난 멀미에 취약한 몸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다 큰 남자가 낯선 사람들 틈에서 "나 멀미에 약해요, 어쩌죠?" 하며  엄살을 피울 수도 없는 일. 누군가 건네준 멀미약을 마시고 잔뜩 긴장한 채 배에 올랐다.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물결이 잔잔해서 그런지 다행히 멀미를 느낄 수 없었다. 비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높은 파도를 일으킬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최신형 선박 덕도 본 것 같다. 우리 일행이 탄 배는 멀미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4600톤 급 최신형 쾌속정이었다. 

갈매기가 펼치는 '갈라 쇼'에 넋을 잃고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
 머리 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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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30여 분 만에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괭이갈매기 떼 환호를 받으며 배에서 내렸다. 울릉도 도동항은 괭이갈매기 천국이었다. 갈매기들이 여행객만 보면 큰 날개를 펄럭이며 모여들었다. 누군가 새우깡을 한 움큼 던져주자 갈매기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들어 '갈라 쇼'를 펼쳤다. 

도동항뿐만이 아니라, 울릉도와 독도 전 지역이 괭이갈매기 천국이었다. 이 사실은 여행이 끝날 때쯤 알게 됐다. 갈매기들이 펼치는 '갈라 쇼'의 진면목은 다음 날, 독도 인근 해상에서 볼 수 있었다. 독도 실루엣이 흐릿하게 보일 때쯤, 갈매기 수백 마리가 큰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와 '끼룩끼룩' 소리치며 우리 일행을 반겼다.

독도 갈매기는 정말 친절했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머리나 팔뚝에 앉아 재롱을 피우기도 하고, 배설물을 떨어뜨려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쾌속정의 엄청난 속도도 갈매기들이 펼치는 '갈라 쇼'에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갈매기들은 우리가 타고 있는 배와 정확하게 같은 속도로 날며 호위하듯 따라붙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먹이를 들고 유혹하면 거리낌 없이 달려들어 낚아챘다.

먹이를 주다가 갈매기 부리에 찍히거나 발톱에 손을 할퀴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이곳 갈매기들은 모두 '낚아채기' 선수다. 배가 달리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날다가 정확하게 먹이만 낚아챌 뿐 사람 손을 다치게 하지는 않는다.

 배를 호위하듯 따라 붙고 있는 갈매기 떼
 배를 호위하듯 따라 붙고 있는 갈매기 떼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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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가까워지자 검은 바위 틈새마다 희끗희끗한 물체가 보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갈매기였다. 까마득하게 높이 솟은 바위 틈새를 갈매기들이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저 바위 틈새에서 갈매기들이 알을 품고, 아직 날지 못하는 어린 새끼 입에 먹이를 물려줄 것이라 상상하니, 검고 딱딱한 바위가 흰 솜털처럼 부드럽게 느껴졌다. 

괭이갈매기는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우는 소리가 마치 고양이 울음소리 같아서 괭이갈매기라 부른다. 괭이갈매기는 기특하게도 일부일처제를 유지한다.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 살고, 집단을 이루어 번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행동이 잘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옛날 혼례를 할 때 원앙그림을 이불과 베게에 새겨서 넣은 '원앙금침'을 혼수로 가져갔다. 부부금실 좋으라는, 평생 한눈 팔지 말고 오직 아내(또는 남편)만을 사랑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원앙은 금실 좋은 부부의 상징이 될 만한 그런 기특한 동물이 아니다. 사실은 짝짓기 철마다 맘에 드는 새로운 짝을 찾는 바람둥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이제 혼례를 할 때 원앙금침이 아니라 '괭이갈매기금침'을 혼수로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울릉도 사람이나 독도를 자주 왕래하는 사람은 굳이 애완용 동물을 따로 키울 필요가 없을 듯했다. 사람만 보면 반가워 못 견디겠다는 듯이 달려드는 친절한 괭이갈매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갈매기들을 키우느라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새우깡 한 움큼과 친절한 웃음만 있으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집 밖에서만 길러야 한다. 

바다 위 가로지르는 갈매기 보며 '두근두근'

 식당에서 쫓겨난 애완견, 여어만 알아 듣는다.
 식당에서 쫓겨난 애완견, 여어만 알아 듣는다.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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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 갈매기들 환송을 받으며 우린 도동항을 떠나 숙소로 향했다. 버스는 구불구불한 해안 도로를 달려 우릴 숙소에 데려다 주었다.

우리가 이틀 동안 묵을 리조트 주변 풍광은 참으로 화려했다. 리조트 옆은 절벽이고, 절벽 밑으로는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을 띠는 바다가 출렁거렸다. 그 검은 바다 위를 흰 갈매기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까닭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다.

숙소를 배정받고 식당으로 향했다. 숙소는 2인 1실이었다. 나의 룸메이트는 콧수염이 멋있는 테너 박태종씨였다. 숙소는 리조트 로비가 있는 건물보다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었다. 로비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이 워낙 높고 가파르다 보니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었다. 

"아니, 개가 우째 식당에 들어오나 퍼뜩 못 나가나!"

식당 주인아주머니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애완견 주인은 상기된 얼굴로 개를 끌어안았고, 밥을 먹던 사람들 시선은 일제히 그 애완견에게 쏠렸다. 주인아주머니의 당당한 기세에 주눅이 들었는지 애완견 주인은 변명 한마디 못하고 개를 끌어안은 채 밖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그 이후, 그 애완견은 여행이 끝날 때까지 식당에 들어오지 못했다.

애완견과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게, 대도시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울릉도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금기사항' 이었던 것이다.<다음 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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