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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오페라 하우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오페라 하우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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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를 찾는 사람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와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이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는 시드니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되었다.

9월이다. 한국은 가을로 접어들겠지만, 시드니에는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한국에 비하면 춥다고 할 수 없는 겨울이지만 시드니에서도 봄은 기다려진다. 동네 곳곳에 자리 잡은 공원과 울타리에는 목련, 철쭉 그리고 이름 모를 꽃으로 천천히 뒤덮이기 시작한다.

봄을 타는 것일까? 집을 나서고 싶다. 어디로 갈까? 운전하기는 싫다. 기차 타고 배도 타면서 갈 수 있는 멘리(Manly)라는 항구 도시를 찾아 나선다. 시드니 항구에서 바라보는 하버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봄바람이 유난히 심하다. 드물게 보는 강풍이 불고 있다. 오후에는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집을 나선다.

가까운 기차 정거장까지 운전하고 간다. 파라마타(Parramatta)라는 원주민 말로 뱀장어라는 이름을 딴 도시다. 시내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파라마타강에 뱀장어가 많았던 모양이다. 이 도시를 대표하는 유명한 럭비 구단 명칭도 '뱀장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시드니 서부에 있는 시드니 시티 다음으로 큰 도시다.

시드니의 교통요금은 비싸다. 시내까지 가는 왕복 기차 요금이 약 9천 원($9)이다. 그리고 맨리까지 가는 여객선 요금까지 합하면 한 사람당 2만 원($20)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나는 60세가 넘는 사람에게 주는 시니어 카드(Senior Card)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500원($2.50)만 내면 온종일 마음껏 공공 교통을 즐길 수 있다.

기차가 역으로 들어온다. 오래된 기차다. 새로 들여온 기차가 많긴 하지만 아직도 30년은 더 되었을 것 같은 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기차에 오른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빈자리가 있다.

오랜만에 운전하지 않으며 차창 밖으로 지나는 풍경을 한가로이 바라본다. 아주 오래전에 기차로 출퇴근하면서 보았던 낯익은 건물과 공원이 펼쳐진다. 바뀐 것이 거의 없는 풍경이다. 언제 지었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오래된 3, 4층짜리 아파트, 벽돌도 색이 바랜 단독 주택, 공원에 있는 나무도 변함이 없다. 변화를 싫어하는 시드니를 다시 확인한다.

서큘라 퀘이(Circular Quay)라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정거장에서 내린다. 세계적으로 아름답다는 시드니 항구가 있는 곳이다. 역을 나서니 시드니를 찾는 관광객이 한 번씩은 들른다는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가 우리를 맞이한다.

 하버 브리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중국 관광객
 하버 브리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중국 관광객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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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미항을 찾은 관광객에게 호주 원주민 특유의 악기인 디지리두(Didgeridoo)라는 악기를 불며 관광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시드니 미항을 찾은 관광객에게 호주 원주민 특유의 악기인 디지리두(Didgeridoo)라는 악기를 불며 관광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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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목적지, 맨리 가는 배에 오른다. 맨리에 사는 사람이 시내로 출퇴근하는 여객선이다. 출퇴근 시간이 지난 지금은 관광객으로 붐빈다.

배가 항구를 벗어난다. 오페라 하우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관광객은 강풍을 온몸으로 맞으며 오페라 하우스를 사진기에 담기 바쁘다.

파도가 높다. 20여 분쯤 가니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이 멀리 보인다. 왼쪽으로는 <빠삐용>이라는 영화를 촬영했다는 노스 헤드(North Head)의 가파른 절벽이 파도를 견디고 있다.

 시드니 앞바다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
 시드니 앞바다에서 바라본 시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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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파도가 높다. 배 앞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린다. 파도가 연락선을 때리는 바람에 파도 물결에 적당히 옷을 적신 관광객들의 즐거운 비명이다.

갈매기 세 마리가 배에서 적당히 떨어진 거리를 유지하며 거센 파도 위를 나르고 있다. 공원에서 사람들이 던져 주는 빵 부스러기를 기다리는 많은 갈매기 생각이 난다. 왜 이 갈매기는 공원에서의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파도와 싸우며 힘든 날갯짓을 하는 것일까?

목적지 맨리가 보인다. 여러 번 와 보았지만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예쁜 동네다. 배에서 내려 관광객에 휩쓸려 걸으니 광장이 나온다. 바다까지 시원하게 뚫린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거리다. 도로 양쪽으로 가게가 즐비하다. 간단한 음식점에 들려 샌드위치 하나 사 들고 바다로 간다.

해변을 걷는다. 봄의 문턱에서 꽃샘추위와 바람이 심한 날이지만 해변에는 성급하게 바다에 몸을 적시는 사람이 많다. 해변에는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일광욕을 즐기는 젊은 아가씨들이 시드니에도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맨리 비치
 관광객이 많이 찾는 맨리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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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도리를 벗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윗도리를 벗고 일광욕을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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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을 타고 돌아온 뱃길을 따라 다시 시드니로 향한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관광객을 태우고 30여 분쯤 항해한 배는 오페라 하우스 옆에 있는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한다.

배에서 내려 보타닉 정원(Royal Botanic Gardens, Sydney)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보타닉 정원을 가려면 오페라 하우스 앞을 지나야 한다. 한 무리의 일본 사람들이 관광 안내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와 함께 오페라 하우스로 향한다. 오페라 하우스의 계단에는 학교에서 온 학생들이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

보타닉 정원은 200년 이상 된 공원이다. 시내에 있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는 사무실 직원들이 바다를 끼고 도는 공원에서 조깅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각임에도 공원에는 조깅하는 젊은이가 많다.

넓은 잔디밭, 수백 년은 되었을 엄청난 크기의 나무, 다른 대륙에서 가져왔다는 호주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식물, 잔디밭에서 한가로이 낮잠 자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 벤치에 앉아 다정히 속삭이는 연인 등, 한 폭의 그림이다.

나도 그림속의 주인공이 되어 잔디밭에 눕는다. 집을 나서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의 순간을 즐긴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이야기를 되새기면서.

 보타닉 정원에는 오래된 고목나무가 많다.
 보타닉 정원에는 오래된 고목나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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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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