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홍명보 '경기 안 풀리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홍명보 감독. 사진은 지난 7월 28일 2013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일본과의 경기 당시 모습이다. ⓒ 유성호


첫 승리와 골 가뭄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풀었다. 그러나 홍명보호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공격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 아이티와의 평가전에서 4-1의 대승을 거두며 홍명보호 출범 다섯 경기 만에 첫 승리를 신고했다. 이날 경기서 손흥민은 두 골을 기록했고, 이청용이 두 개의 페널티킥(PK)을 유도해내며 구자철-이근호에게 한 골씩을 선물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최전방 공격수에 의한 득점이 없었다는 것은 옥에 티였다. 이날 기록한 네 골은 모두 2선 공격수들에 의해 만들어진 득점이었다.

'골'은 넣었지만 '공격수'는 아직...

4-2-3-1 포메이션을 주로 구사하는 홍명보호에서 이날 '원톱'으로 선발 출장한 지동원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전반이 끝나자 구자철과 교체됐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으로 자신감이 떨어진 모습은 대표팀까지 그대로 이어진 모양새였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중앙 미드필더인 구자철과 김보경을 전진배치하는 변칙 투톱 혹은 제로톱에 가까운 전술을 구사했으나 의도한 만큼 검증은 이뤄지지 못했다. 두 번의 PK에 이어 상대 선수의 퇴장까지 겹치며 밸런스가 무너진 아이티가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하면서 한국이 기대했던 전술적 실험의 효과 또한 반감된 탓이다. 한국 선수들 역시 이날 포지션이 겹치는 구자철과 김보경의 역할 분담이 모호했던 데다가 소속팀에서와의 다른 역할에 혼란을 느끼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공격수 부재와 골 가뭄 현상은 사실 홍명보호 출범 이전부터 대표팀을 오랫동안 괴롭혔던 고민이었다. 국가대표팀에서 최전방 공격수가 만들어낸 득점은 2012년 11월 호주와의 평가전(1-2) 당시 이동국의 골을 마지막으로 9개월째 소식이 없다.

2013년 들어 한국은 총 아홉 차례의 A매치에서 아홉 골을 넣었는데 그중 일곱 골이 2선 공격수(미드필더)들이 만들어낸 득점이었고, 수비수가 기록한 것이 1골, 자책골이 1골이었다. 그동안 국가대표팀은 이동국-김신욱-김동섭-서동현-조동건-지동원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공격수들을 실험해봤으나 2013년 A매치서 스트라이커가 뽑아낸 득점은 '0'이었다.

문제는 새로운 대안을 찾으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홍명보호에서 아직 실험해보지 않은 공격수 카드는 이동국과 박주영 정도다. 하지만 이동국은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가 현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있다. 박주영은 홍명보 감독과는 궁합이 잘 맞지만 정작 소속팀에서 올 시즌 단 한 번도 실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어 대표팀에 불러들일 명분이 없다.

해법은 인물인가, 전술인가

공격수 부재라는 현실 속에서도 홍명보호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기회를 만드는 과정' 자체는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만 해도 김신욱-이동국 등 장신공격수들의 머리에 의존한 단조로운 롱볼 위주의 축구를 펼쳤다면, 홍명보호는 최전방과 미드필드간의 짧은 패싱게임과 스위칭 플레이를 통해 공격 루트의 다양화를 꾀했다. 여기에 지난 아이티전부터 개인 능력이 뛰어난 유럽파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공격의 예리함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다섯 경기에서 비록 1승 3무 1패에 그치고 있지만 모든 경기에서 한국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공격적으로 주도했다는 점은 분명 달라진 부분이다. 그러나 아직 최고 수준의 팀들을 상대로 검증받지 못했다는 한계도 있다. 월드컵 본선 같은 큰 무대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압도하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상대는 많지 않다. 결국 한정된 기회에서 골 결정력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같은 빈약한 결정력으로는 월드컵에서 경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해법은 결국 전술적 대책이냐, 혹은 새 인물을 찾느냐로 나뉜다. 10일 열리는 크로아티아전은 일단 확실한 대형 공격수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인 '플랜B'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평가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던 지동원이나 조동건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도 있고, 아니면 구자철이나 김보경 같은 2선 공격수들을 활용한 변칙 제로톱을 다시 시험해볼 수도 있다. 혹은 지난 시즌까지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했던 손흥민을 전진배치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피파랭킹 8위의 크로아티아는 홍명보호 출범 이후 만나는 가장 강한 상대다. 지난 2월 런던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는 최강희호에 4골 차 패배의 굴욕을 안기기도 했다. 비록 이번 한국전에서 빅리그 소속의 일부 주전 몇 명이 제외됐지만, 여전히 한국으로서는 넘보기 쉽지않은 상대다. 그만큼 홍명보호의 진정한 공격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크로아티아전 결과에 따라 홍명보 감독은 다시 한 번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내용이 좋으면 기존의 선수들과 전술을 조금 더 밀어붙일 수 있지만, 이번에도 성과가 시원치 않으면 제3의 대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성향을 다소 수정하더라도 김신욱이나 김동섭·이동국 같은 기존 K리그 공격수들을 다시 불러들이거나 혹은 석현준·유병수같이 대표팀과 인연이 없던 새로운 얼굴을 중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10일 크로아티아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기대하는 '예리한 창'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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