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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천안함 프로젝트>의 백승우 감독(오른쪽)과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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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개봉 2일 만에 외부의 압력으로 상영을 중단한 <천안함 프로젝트>를 두고 영화인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국내 영화단체들은 오는 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천안함 프로젝트>의 정지영·백승우 감독과 영화감독조합, 영화제작가회의, 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이 참석한다.

영화계는 이번 사태를 일단 보이지 않는 외부의 정치적 압력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관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주말을 앞두고 금요일 오후 9시가 넘어 상영 중단을 결정하고 예매된 표를 환불해 줄 정도라면, 메가박스 쪽이 밝히고 있는 보수단체의 시위에 대한 우려는 단순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배급사 관계자는 "메가박스 쪽에서 더 이상 상영이 힘들다는 연락이 왔을 뿐"이라며 "다양성영화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에 관객 수가 적다는 핑계를 대기 어려우니 보수단체 시위에 따른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든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 영화평론가도 "물론 시위에 우려가 없지는 않았겠으나 보수단체 시위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우려가 되면 경찰에 보호를 요청하면 되는데, 실제적 상영 중단 원인은 윗선의 개입을 감추기 위한 변명으로만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SNS를 통해 "<천안함 프로젝트>가 상영된다고 해서 국기가 흔들리기라도 하냐?"며 "참 우울한 시절"이라 일갈하기도 했다.

영화계는 진상규명위원회 발족을 비롯해 정치적 이유로 인해 극장이 상영을 중단한 한국의 상황을 해외에도 적극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곧 이 문제를 확신시키겠다는 정지영 감독의 의지도 매우 강하다. 한국영화가 호황인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영화계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일제 강점기 임검석이 21세기에 부활한 격"

 <천안함 프로젝트>를 보기 위해 7일 광화문 인디스페이스를 찾은 관객들

<천안함 프로젝트>를 보기 위해 7일 광화문 인디스페이스를 찾은 관객들 ⓒ 성하훈


일제 강점기 횡행하던 임검석이 21세기에 부활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일이 충분히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임검석은 일제 강점기 때 영화에 대한 검열을 하기 위해 극장이 마련해 놓았던 공간으로 조선총독부에서 사람을 파견해 공연이나 연극이 있을 때마다 공연 등의 내용을 감시하고 검열해 왔다. 일제의 비위에 거슬리는 내용이라면 가차 없이 공연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는데, 지금 상황이 그 때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넘어 상영의 자유까지 침대한 중대한 일이라는 판단에 영화계의 위기의식이 커지는 모습이다. 영화평론가이자 언론개혁시민연대 운영위원인 임순혜는 "최근 영화인들이 시국적인 현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보니 이런 일이 초래된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국정원의 정치공작 논란에 아직껏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영화인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 역시 "젊은 독립영화인들의 의지가 정지영 감독님만큼도 못한 것 같다"며 "영화계의 소극적 모습이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메가박스가 상영을 중단하면서, <천안함 프로젝트>의 7일 다양성영화 순위는 종전 1위에서 4위로 하락했다. 대신 몇 안 되는 상영관으로 관객이 몰려들면서 서울 지역 3개 상영관은 매진이 속출했다. 저녁 시간 대 상영이 매진된 인디스페이스는 오전 첫 회에도 70%의 좌석 점유율을 보였고, 아트나인 역시 매진이 이어져 긴급하게 주말 상영 횟수를 1회 늘렸다.

일반적으로 몰리는 영화는 상영관이 늘어나는 게 수순이라는 점에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가 계속 외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급사 아우라픽쳐스는 공동체 상영 등을 활용해서라도 관객과의 만남을 늘리고, 대체 상영관 확보, 장기 상영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겠다는 전략이다.

천안함 프로젝트 정지영 백승우 메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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