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 Museo d'Arte Ghibli


[기사 보강 : 6일 오후 6시 15분]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공식 은퇴를 직접 선언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6일 오후 2시 도쿄에 위치한 키치조지 다이이치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 호시노 코지 지브리 스튜디오 대표와 스즈키 토시오 PD가 동석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현장에 모인 취재진들 앞에서 "공식 은퇴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그 어떤 질문을 받지 않고 공식석상에서 직접 말하겠다는 뜻을 고수한 걸로 알려졌다.

"이번엔 진짜 은퇴, 작품 참여에 대한 생각 전혀 없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그동안 몇 번이나 그만 두겠다고 소동을 일으켜온 인간이기에 이번에도 또 괜히 그러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이다"라고 분명한 의사를 표했다. 그는 "각본이나 다른 작품 감수 혹은 조언, 항간에 보도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속편 제작 계획도 일절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었고 그렇게 멋있는 메시지를 전해온 건 아니지만 우리가 만들어온 작품을 보면 무엇인가가 전달될 것"이라며 어린이들을 향한 말도 남겼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이 분다>의 한 장면. ⓒ 지브리 스튜디오


현지 취재진들은 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작품이 된 <바람이 분다>가 일본 현지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파멸로 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으로 제 가족이나 스태프들로부터 역시 비슷한 의문들이 나왔다"며 "일단 영화를 돈을 꼭 지불하고 본 뒤 논의를 이어나갈 수 있겠다"고 답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여러 가지 말에 속지 말고 영화를 봐주신다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뜻을)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스즈키 토시오 PD는 "감독님이 은퇴의사를 전한 건 지난 8월 5일이었다"며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온다고 생각한다. 제 입장에선 몰락하고 은퇴하는 것보다는 <바람이 분다>로 많은 지지를 받는 중에 결정한 건 잘된 일이라고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향후 계획?..."일단 휴식 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신작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 개봉을 앞두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6일 일본 도쿄 작업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작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 개봉을 앞두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6일 일본 도쿄 작업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대원미디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은퇴 후 계획도 언급했다. 그는 "차를 운전할 수 있는 한 아틀리에(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업실)에 다니고 싶지만 지금은 좀 쉬고 싶다"며 "조만간 하고 싶은 일이 생길 거 같은데 밝힐 수는 없다"고 답했다.

현장에서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지브리 스튜디오 측은 2014년 상반기 혹은 여름을 겨냥한 신작을 준비 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일단 차기작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지 않는 걸로 입장을 전한 걸로 알려졌다.

질의응답이 끝난 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취재진들을 향해 "이젠 두 번 다시 이런 일(작품 활동, 취재진과의 만남)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정말 긴 세월동안 신세를 많이 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 감사하다"라고 웃으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미야자키 하야오는 TV시리즈 <미래소년 코난>(1978) 연출을 시작으로 영화 <루팡 3세 - 카리오스트로의 성>(1979)으로 극장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1985년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후,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이웃집 토토로>(1988) <마녀 배달부 키키>(1989) <붉은 돼지>(1992) <모노노케 히메>(1997) 등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여왔다.

활동 기간 동안 미야자키 하야오는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받았고, 2005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일본인 최초로 명예 황금사자상(공로상)을 수상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공식 은퇴의 변(전문)

공식 은퇴의 변 - 미야자키 하야오

저는 앞으로 10년은 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자택과 직장을 스스로 운전하고 왕복할 수 있는 동안에는 일을 계속 하고 싶으니까요. 그 기간을 '10년'으로 하겠습니다. 더 짧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것은 수명이 결정하는 것이니 어디까지나 어림잡아 10년입니다.

저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했고 그래서 만들어온 사람입니다만, 작품과 작품의 간격이 자꾸 벌어져 가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컨대 '노로마'(둔한 사람을 뜻하는 말)가 되어갈 뿐이었습니다.

<바람이 분다>는 전작으로부터 5년이 걸렸습니다. 다음 작품을 만들려면 6년 혹은 7년이 걸릴까요? 그렇게 해서는 지브리 스튜디오가 유지되지 않고, 제 70대(현재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72세)를, 아니 제가 가지고 있는 시간을 다 사용해버릴 겁니다.

장편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것,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여러 가지 있습니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고요. 예를 들면 지브리 미술관의 전시 계획도 산더미 같은 과제처럼 쌓여 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이런 계획들은 하나 안 하나 스튜디오에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닙니다. 단지 가족에겐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민폐를 끼치는 일이지만요.

이러한 연유로 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그램에서 제가 빠지는 겁니다. "나는 자유입니다!" 라고 해도 제 일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매일 같은 길을 다니겠지요. 토요일에는 쉬는 게 꿈이긴 합니다만 이건 일단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요. 감사합니다.

2013년 9월 4일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이 분다 베니스영화제 일본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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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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