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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 김씨는 작품의 주인공 조들호가 "오마이뉴스 반갑수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직접 그려 보였다.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 김씨는 작품의 주인공 조들호가 "오마이뉴스 반갑수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직접 그려 보였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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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나라에 법을 다룬 만화가 없었어요. 남들이 하지 않은 걸 한다는 마음으로 변호사 이야기를 그리게 됐죠. 그런데 요샌 이 만화의 소재 거리가 하도 많아 안타까운 심정이에요(웃음)."

법복을 입은 판사가 판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말쑥한 정장 차림의 변호사가 변론을 하는 장면. 얼마 전 '너목들(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 안방을 들썩였듯, 법정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움직이는 화면이 아닌 멈춰진 그림으론 그동안 법정물을 보기 어려웠다.

'해츨링'이라는 필명으로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아래 조들호)를 그리는 만화가 김양수(32)씨는 지난해 '법'이란 소재를 떠올리고 무릎을 쳤다.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고, 올해 3월에 연재를 시작한 <조들호>는 그의 데뷔작이 됐다. 그는 "독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장르의 만화에 목말라 있었는데 법은 익숙하면서도 만화계에서는 다뤄지지 않은 소재"라며 <조들호>의 탄생 배경을 소개했다.

그는 "타임라인을 갖는 드라마, 영화와 달리 만화는 작품의 호흡을 독자 스스로 정할 수 있다"며 "특히 법정물을 만화로 접하면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들호>는 네이버 웹툰에 매주 목요일 연재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바로가기)다. 평균적으로 2500여 개의 댓글이 달리고 1만5000여 명의 독자가 '별점 주기'에 참여한다. 다른 작품에 비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총 26회가 나가는 동안 별점이 9.9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며 나름의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근처에서 김양수 작가를 만났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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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삶 속에서 함께하는 변호사 이야기

사실 김씨는 법 전공자도 아니고, 법을 따로 공부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그가 작품 소재로 법을 떠올린 뒤 무릎을 친 까닭은 '동네변호사 카페'를 소개한 한 매체의 기사 때문이다. 경기도 의정부의 제일시장에 카페와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고 '동변(동네변호사)'을 자처하는 이미연 변호사가 조들호의 모티브다.

"변호사 사무실하면 법원 근처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의정부의 시장 한가운데에 변호사 사무실이 있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첫 손님인 동네 독거노인 할머니의 집 보증금 300만 원을 받아 준 이야기를 보고 영감을 얻었죠. <조들호>의 첫 에피소드도 할머니의 집 보증금 300만 원을 받아 준 이야기에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고 서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하는 변호사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죠. 그래서 제목도 동네변호사를 그대로 차용했어요. 사실 이미연 변호사는 (그대로 차용한 걸) 잘 모를 수도(웃음)…."

때문에 주인공 조들호의 모습도 일반적인 변호사의 모습은 아니다. 부스스한 머리와 눈, 촌스러운 갈색 양복, 항상 느슨하게 풀린 빨간 넥타이에는 "허술해 보이지만 한 방이 있는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표현하기 위한 김씨의 의도가 담겨 있다. '들호'는 '들판 호랑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가 인터뷰 도중 작품의 주인공 조들호를 그리다가 생각에 잠겨있다.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가 인터뷰 도중 작품의 주인공 조들호를 그리다가 생각에 잠겨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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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작품 소재로 정한 김씨는 그때부터 '맨 땅에 헤딩'을 시작했다. 재판을 보려고 법원을 수시로 들락날락했다. 나중엔 판사가 다가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기도 했다. 무료법률상담을 해주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찾아가 작품 준비를 위한 이런저런 질문을 했더니 "여긴 그런 것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라며 쫓겨난 적도 있다.

법과 관련된 인연이라곤 후배인 조채진씨(대구대 법학과 석사과정)뿐이었던 그는 법조계와 관련된 인터넷 게시판 곳곳에 '자문단 구인 광고'를 뿌렸다. 그때만 해도 작품이 잘 되고 말고를 떠나 탄생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터라 "좋은 취미활동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도와 달라"는 게 구인 광고의 전부였다.

며칠간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의 박진희 변호사가 메일을 보내왔다. 그렇게 해서 박 변호사와 후배 조씨가 <조들호>의 자문단이 됐다. 최근엔 명광복 참여연대 시민감시팀 간사도 도움을 준다.

"사실 지금도 작품 마감을 하고 나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요. 법을 다루는데 틀린 게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자문단이 큰 도움이 되죠. 박 변호사나 명 간사는 이번에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미안할 정도로 친절하게 자문을 해줘요. 얼마전 '드라마, 영화와 비교해도 나름 감수가 잘 돼있다'는 평가를 들었는데 자문단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 그는 "남들이 하지 않은 걸 한다는 마음으로 변호사 이야기를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 그는 "남들이 하지 않은 걸 한다는 마음으로 변호사 이야기를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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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치 중요... 법, 사람 옭아매는 것 아니어야"

김씨가 <조들호>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어떤 가치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조들호>에 등장하는 인물은 청소년, 미혼모,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많다. 현재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주제로 '회사 내부고발로 인한 부당 해고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식품 회사 직원이 자기 회사의 라면에 문제가 있는 성분이 들어갔다면 이를 알리고 고치는 게 상식이잖아요. 하지만 우리가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현실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어요. 때문에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고 변두리에 몰린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고요. 그런 걸 보면 울컥하죠."

김씨는 이러한 울컥함을 주인공 조들호를 통해 풀고자 한다. 작품의 로그라인(한줄 요약)을 "조들호가 법을 무기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한 김씨는 그 로그라인을 통해 '사람의 가치'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다고 <조들호>가 '권선징악'의 진부한 결과만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현실 속에서 법이 모든 이를 만족시키지 않듯, <조들호>는 때로 애매한 결말을 선보이며 독자의 자체적인 판단을 유도한다.

'모자보건법'을 주제로 한 에피소드에서 의사의 변호를 맡은 조들호는 미혼모를 상대로 승소를 이끈다. 법정을 나오며 인턴 직원 황이라에게 한 조들호의 말을 빌어 김씨는 "법이 만능은 아님"을 보여준다.

"아직도 변함이 없나요? 우리가 정의의 편에 있다는 생각. 저기 똑바로 봐요. 우리가 지킨 정의가 유판진씨(의사)를 지켜주었을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 가야 할 이호음씨(미혼모)를 위한 정의는 어디 있는거죠? 이게 황이라씨가 기대한 정의의 모습인가요?"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
 웹툰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작가 김양수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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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면서 이따금 창밖을 내다보는 김씨. 그는 주변을 돌아보며 에피소드를 찾는 게 일상이 됐다. 목격한 것과 더불어 따라나오는 말은 역시 '법'이다. 작품을 시작한 뒤로 가끔 이메일을 통해 "이혼하고 싶어요"라는 법률 상담 메일도 온다고. 김씨가 생각하는 법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건물을 지을 때 보면 낙상 사고를 막기 위해 그물을 치잖아요. 저는 법을 그 그물에 비유하고 싶어요. 그물이 직접 건물을 짓진 않지만 그것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심하고 건물을 지을 수 있잖아요. 제가 법을 잘 알진 못하지만 법은 사람을 옭아매는 게 아니라 사람이 무엇이든 안심하게 할 수 있도록 능동적인 행동을 돕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공채6기 신입 기자들로 구성된 '독립편집국'에서 생산한 기사입니다. 오마이뉴스는 '행복하게 일하는 회사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립편집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립편집국'은 오마이뉴스 모든 기자들이 뉴스게릴라본부(편집국)에서 독립해 1인 혹은 팀을 짜서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기획-취재-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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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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