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일제가 조선 여성들을 동원하여 만든 일본군 위문품.
 일제가 조선 여성들을 동원하여 만든 일본군 위문품.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아 원통하다! 아 분하다! 2천만 노예 된 동포여 살았는가 죽었는가? 개국 이래 4천 년 국민정신이 하룻밤 사이에 홀연 망하고 말았는가? 분하고 원통하고 분하고 원통하다 동포여! 동포여!"(황성신문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 중 일부 발췌) 

세계정세에 눈이 어두웠던 대한제국은 독립국으로 보존해주겠다는 일본의 속임수에 넘어가 끝내 나라를 빼앗겼다. 나라가 망하기까지 목숨을 내걸고 싸운 의병을 비롯해 수많은 애국지사가 있었다. 그러나 이완용으로 대표되는 을사오적과 이용구를 비롯한 일진회 무리의 민족 배신과 일본 제국주의의 간악함에 대한제국은 멸망하고 말았다.

경술국치 이후 일제는 헌병·경찰제도와 조선인 태형령을 시행하는 등 비인도적이고 강압적인 무단통치를 펼쳤다. 우리는 1919년 3·1 만세운동으로 항거하였다. 우리 민족의 저력을 확인한 일제는 문화통치로 바꾸는 대신 언론검열과 친일파를 양성하여 민족을 분열시키고자 하였다. 중일전쟁(1937)을 일으킨 일제는 우리 민족을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내선일체'를 내세우며 광기의 군국주의로 치닫게 된다. 또한, 해방되기까지 숟가락 하나 소나무 뿌리까지 수탈해갔다.

"일본, 이웃임에도 멀리 지내는 것이 안타깝다!"

경술국치 103주년 추념 기획전 전시장 입구
 경술국치 103주년 추념 기획전 전시장 입구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어제(29일)는 103주년 국치일. 일본 아베 총리의 망언이 이어지고,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일베와 일부 언론의 역사 왜곡이 지탄과 공분을 사고 있는 이때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사)민족문제연구소와 군산 동국사 도움으로 의미 있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1층에서는 독도 관련, 3층에서는 경술국치 103주년 추념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것.

1층 전시회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독도(서도와 동도)와 독도의 일출 등 다양한 사진을 비롯해 고지도에 나타난 독도, 독도의 지형과 지질 및 위치, 동해의 바위섬 독도의 위치, 독도경비대, 일본의 독도 침탈, 도쿠가와 막부의 질문에 대한 돗토리번 답변서, 강원도 관찰사 이명래 보고서, 독도 주민들의 삶과 발자취, 대한매일신보와 황성신문 등이 전시되고 있다.

특히 독도의 최초 주민 최종덕씨 사진이 눈길을 끈다. 울릉도 주민이었던 최씨는 1963년부터 독도 주변 수역에서 어로작업을 하다가 1965년 정부로부터 공식 '어업권'을 받는다. 최씨는 1년 중 10개월을 독도에 상시 거주하였고, 1981년에는 자신의 가족, 해녀 등과 함께 '주민등록'을 이전함으로써 독도를 유인도화하며 수호했다. 

전시장을 돌아본 문동신 군산 시장은 독도경비대가 태극기를 게양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리키며 "한일 관계가 심각하게 꼬여 있는 이때 열리는 전시회여서 더욱 뜻있게 생각한다"며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먼 나라 독일은 총리가 수차례 사과를 했음에도 일본은 극우의 중심에 선 아베 총리의 망언으로 이웃임에도 멀리 지내는 것이 안타깝다"며 아쉬워했다.

3층 전시실에서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친필 유묵을 비롯해 을사오적 중 한 명인 권중현이 매국의 대가로 일제로부터 받은 한국병합기념장 수여증서, 조선총독부경찰관서 직원록, 일본군 장교들 군도와 권총, 조선 여성들이 만든 군 위문품, 히로시마 원폭 투하 사진, 일본 무조건 항복 조인식 장면, 일본 전범 재판기록 등 1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한국어 말살정책에 사용됐던 '종이극' <귀여운 손녀딸> 화면
 한국어 말살정책에 사용됐던 '종이극' <귀여운 손녀딸> 화면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한국어 말살정책에 사용됐던 '종이극'(종이에 나눠 그린 그림을 넘기면서 읽어주는 동화구연 극) 자료와 일제가 조선 여성들을 동원하여 제작한 군 위문품(방탄조끼, 부채, 천인침) 등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특히 '천인침'은 천 명의 여성이 바늘땀을 하고 부적을 넣어 '무운장구'를 새긴 복대를 차면 총알이 비켜간다는 일본의 미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기까지 과정에서 일어난 중요 사건들의 유물 자료와 조약문서, 수탈의 전진기지였던 군산의 실상과 더불어 이에 저항했던 우리 민족의 모습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이번 기획전은 '이날을 목 놓아 통곡하노라'라는 주제로 10월 15일까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술국치, #독도, #전시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