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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①] 조선시대 사극에 등장한 고려궁궐

 조선시대가 배경인 <불의여신 정이>에 고려 궁궐을 모델로 한 세트장이 등장했다. 건축양식 면에서 조선시대 건축과는 확연히 다르다.
 조선시대가 배경인 <불의여신 정이>에 고려 궁궐을 모델로 한 세트장이 등장했다. 건축양식 면에서 조선시대 건축과는 확연히 다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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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불의여신 정이> 1화 첫 장면. 궁궐의 정전으로 보이는 전각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조선시대 선조임금 대의 이야기니 장소는 당시 법궁인 경복궁일 것이다. 그런데 전각의 모습은 경복궁 근정전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위(용인 드라미아)가 고려시대 주심포 양식, 아래(경복궁 근정전)가 조선시대 다포양식이다. 주심포 양식에서는 '공포'가 기둥 위에만 얹어진 반면 다포양식에서는 기둥 사이에도 '공포'가 있다.
 위(용인 드라미아)가 고려시대 주심포 양식, 아래(경복궁 근정전)가 조선시대 다포양식이다. 주심포 양식에서는 '공포'가 기둥 위에만 얹어진 반면 다포양식에서는 기둥 사이에도 '공포'가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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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 면에서 조선시대 건축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주심포 양식을 하고 있다. 주심포란 '공포'라는 부재를 기둥 위에만 얹는 양식을 말한다. 조선시대 때는 기둥뿐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공포를 두는 '다포양식'으로 건물을 지었다. 이곳은 용인에 있는 MBC 드라미아라는 이름의 세트장이다. 본래 드라마 <신돈>(2005~2006)의 촬영을 위해 지은 세트장으로 고려 궁궐 만월대 회경전을 모티브로 제작한 곳이다.

 KBS 역사스페셜에서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한 고려 궁궐 만월대의 정전인 회경전 모습. 고려 만월대를 모델로 지어진 용산 드라미아 세트장의 궁궐 전각과 모습이 같다.
 KBS 역사스페셜에서 디지털 영상으로 복원한 고려 궁궐 만월대의 정전인 회경전 모습. 고려 만월대를 모델로 지어진 용산 드라미아 세트장의 궁궐 전각과 모습이 같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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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②] 고구려 배경 사극에 등장한 조선시대 광화문

 고구려가 배경인 KBS 사극 <칼과꽃>에 조선의 광화문이 등장했다. 이 장소는 문경의 KBS 세트장으로 경복궁을 모델로 지었는데 현판을 검은 천으로 가린 것이 눈에 띈다.
 고구려가 배경인 KBS 사극 <칼과꽃>에 조선의 광화문이 등장했다. 이 장소는 문경의 KBS 세트장으로 경복궁을 모델로 지었는데 현판을 검은 천으로 가린 것이 눈에 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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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시대적 배경이 고구려인 KBS 수목드라마 <칼과 꽃>의 한 장면. 연개소문의 군대가 쿠데타를 일으켜 궁궐로 진격하는 순간. 이번에는 궁궐 문이 조선시대에 등장한 '다포양식'이다. 해당 문의 현판을 검은 천으로 가렸는데 그 생김새가 광화문을 닮았다. 이곳은 실제 광화문을 모델로 제작한 경북 문경의 경복궁 세트장이다. 드라마 <대왕세종>(2008) 세트장으로 처음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사극 속 궁궐이 마구잡이로 활용되고 있다. 배경이 되는 시대와 다른 시대의 건축이 비일비재하게 등장한다. 일부는 심지어 중국궁궐 용도로 지은 세트장을 우리 궁궐로 둔갑시킨다. 이런 현상은 정통사극을 표방한 일부 드라마에서까지 심심치 않게 보인다.

MBC드라미아, 고려 궁궐 세트장을 고구려·조선 궁궐로 활용

용인 MBC 드라미아의 고려 궁궐은 철저한 고증을 거쳐 만든 덕에 <신돈> 방영 당시 팬들 사이에서 '개념 세트장'이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그런데 드라마 종영 후 세트장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시대 사극 촬영 장소로 활용되었다.

드라마 <주몽>(2006~2007)에서 고구려 궁궐로 등장하더니 이후 <이산>(2007~2008)과 <동이>(2010)에서는 조선시대 궁궐로, <무신>(2012)에서 다시 고려 궁궐로 재등장한다. 그 시간 차가 고구려부터 조선까지 무려 1000년의 간격. <주몽>과 <이산>이 성공적인 한류 수출작임을 감안할 때 외국 시청자들에게 우리 전통 건축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심어준 셈이다.

 고려 궁궐 만월대의 회경전을 모델로 한 용인 MBC 드라미아의 세트장이 시대 구분 없이 마구잡이로 이용되고 있다. 위부터 드라마 신돈(고려), 주몽(고구려), 이산(조선), 동이(조선)의 한 장면.
 고려 궁궐 만월대의 회경전을 모델로 한 용인 MBC 드라미아의 세트장이 시대 구분 없이 마구잡이로 이용되고 있다. 위부터 드라마 신돈(고려), 주몽(고구려), 이산(조선), 동이(조선)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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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 오픈 세트장의 중국 궁궐이 고려·신라 궁궐로 활용

충북 단양 온달관광지에 위치한 온달 오픈 세트장 활용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온달오픈세트장은 SBS 드라마 <연개소문>(2006~2007)에서 수나라와 당나라의 궁궐로 쓰기 위해 만든 중국 궁궐 세트장이다. 놀랍게도 드라마 종영 후에 우리나라 궁궐로 이용되고 있다.

영화 <쌍화점>(2008)과 KBS 드라마 <천추태후>(2009)에서 고려 궁궐로 등장했고 지난 6월 종영한 KBS 드라마 <대왕의 꿈>(2012~2013)에서는 신라 궁궐로 활용되었다. 우리 건축 양식과 다른 중국풍의 건축을 우리 궁궐로 둔갑시킨 것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심각한 상황에서 우리 드라마가 스스로를 중국풍으로 물들였다.

한편 온달 오픈 세트장은 그 위치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구려 유적지인 온달 관광지 내에 중국 궁궐 세트장이 들어선 까닭이다. 실제 세트장 준공식 때 고구려 영류왕 역의 배우 최종환씨는 <스타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온달 장군의 유적지인데 수·당나라 궁궐 세트를 지은 것이 어울리지 않는 듯 싶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궁궐 세트장의 마구잡이식 활용 SBS 드라마 '연개소문' 당시 수나라와 당나라의 궁궐 촬영을 위해 제작한 온달 세트장이 사극 속에서 우리 궁궐로 둔갑했다. 위부터 드라마 연개소문(당나라), 드라마 천추태후(고려), 영화 쌍화점(고려), 드라마 대왕의꿈(신라)
▲ 중국 궁궐 세트장의 마구잡이식 활용 SBS 드라마 '연개소문' 당시 수나라와 당나라의 궁궐 촬영을 위해 제작한 온달 세트장이 사극 속에서 우리 궁궐로 둔갑했다. 위부터 드라마 연개소문(당나라), 드라마 천추태후(고려), 영화 쌍화점(고려), 드라마 대왕의꿈(신라)
ⓒ 금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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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일본 NHK 사극 <쇼토쿠 태자>라는 작품이 있다. 치밀한 고증을 통해 6세기 당대의 복식과 건축을 충실히 재현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 누리꾼 사이에서도 사극 고증의 좋은 예로 회자되었다.

개화기를 다룬 NHK 사극 <신센구미> <료마전> 오프닝 크레딧에는 사투리 고증 담당기관의 이름이 등장한다. 19세기 일본 지역별 방언을 억양은 물론 표현들까지 세세하게 고증한 것이다. 후지TV에서 제작한 사극 <태합기 - 원숭이라 불린 사나이>는 극중 허구적 요소가 많은데 '이 드라마는 허구입니다'라는 자막을 방송과 함께 내보내 시청자들에게 사실을 알린다.

반면 우리 사극은 어떤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건축양식을 고려하기보다는 촬영의 편의성이 우선이다. 건축만이 문제가 아니다. 복식과 병장기 등 전반적 고증 문제가 새로운 사극이 방영될 때마다 불거진다. 실존인물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폄하한 데서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퓨전사극과 정통사극을 불문하고 벌어진다.

물론 당대의 생활 전반을 완벽하게 고증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기본적인 건축고증은 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사항이다. 중국 자금성에서 조선시대 사극을 찍을 수 없고 63빌딩을 배경으로 조선시대 사극을 찍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드라마 <신돈> 속 기황후. MBC에서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기황후>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고려 출신으로 고려를 억압하고 정벌군까지 보낸 기황후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신돈> 속 기황후. MBC에서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기황후>가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고려 출신으로 고려를 억압하고 정벌군까지 보낸 기황후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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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가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았다. 역사교과서를 필수적으로 배우지 않는 세대가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마저 알지 못하는 상황. 중국과 일본은 호시탐탐 우리 역사를 왜곡하려 든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극은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청소년에게 보다 흥미로운 역사교과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편으로 외국인에게 우리 문화의 참모습을 알리는 효과적인 홍보책자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사극이 보다 역사적 토대를 튼실히 세워 공익적 요소를 강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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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준경입니다. 현재 <미디어오늘>에서 일 합니다. 제보는 teenkjk@mediatoday.co.kr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