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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마을길
 하회마을 마을길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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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전경
 하회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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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찾아 떠난 안동 하회마을은 깔끔하고 정갈하였다. 2010년 7월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개최된 제3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은 세계유산에 걸맞게 보존되어 있었다. 기와집은 기와집대로 초가집은 초가집대로 단정한 양반의 기품을 드러내듯 품위 있게 그 자리에 있었다.

그렇게 반듯한 품위로 앉아 있는 하회마을. 하지만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마음속에 들어차기 시작했다. 원래 15일 아침 일찍 승용차로 광주를 출발하여 88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안동 하회마을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으려고 하였다. 

오전 11시경 승용차로 하회마을 주차장에 들어서니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움을 따라 나선 여행의 낯설음은 주차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10여 년 전에 찾았던 하회마을은 마을 입구까지 차로 들어가서 주차하였는데, 널찍하게 새로 단장된 주차장이 눈에 나타난 것이다.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하회장터가 나타났다. 이것도 마을에서 많이 떨어진 주차장 밑에 새로 조성한 장터였다.

장터를 지나니 매표소가 나타나고,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하니 셔틀버스를 타라고 한다. 셔틀버스는 무료로 운행되고 있었다. 셔틀버스를 타니 5분 정도를 달려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그렇게 마을을 찾은 것이다. 마을 입구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빌려주는 원두막 지붕 위에 흰 박이 눈에 들어와 박혔다. 원두막을 지나 마을로 들어가는 길 옆에 연잎이 가득한 연방죽이 있는데, 꽃이 다 진 뒤 연밥꽃대만 바람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하회마을 동구
 하회마을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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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대문
 솟을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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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기억에 의하면 마을 입구에 주차장이 있었고, 또 탈을 쓰고 공연하던 장소도 있었던 같은데 모두 깔끔하게 정리되어 전형적인 마을이 되어 있었다. 솟을대문이 우뚝한 첫 번째 기와집을 지나 마을 안쪽으로 들어 다. 사람들은 모두 기웃기웃 구경하면서 지나가고 있었다.

음식을 파는 곳이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마을 안쪽을 아무리 찾아 다녀도 음식을 파는 집이 없었다. 10여 년 전에는 약 4~5 곳 정도 고택에서 그대로 마을 사람들이 마을 음식과 동동주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참을 찾다가 닫힌 대문에 붙여진 A4 복사지를 봤다. 세계유산 등재로 인하여 마을 입구 주차장 하회장터에 식당을 개설하여 이곳에서는 식사를 할 수 없다는 바랜 복사지만 바람에 나풀거렸다.

그렇게 변했다. 부용대를 오고가는 나룻배 사공은 세계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하여 모든 것을 정비하였다고 하였다. 그래도 옛날 고택에서 식사도 팔고 동동주도 팔아서 그것이 그리워 왔다고 하니, 세계유산 안에서 그렇게 팔면 시장통이 되니 당연히 철거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5년 전부터 세계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하여 하회마을 정비를 하였고, 각 집마다 정부지원금을 주어 깔끔하게 단장을 하였다는 것이다.

안동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며, 기와집과 초가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된 곳이다. 특히 조선시대 대 유학자인 겸암 류운룡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형제가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 이름을 하회(河回)라 한 것은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르는 데서 유래되었다.

하회마을은 주택과 서원, 정자와 정사 등 전통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고, 마을의 공간 배치가 조선시대 사회구조와 독특한 유교적 양반문화를 잘 보듬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이 오랜 세월 동안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한다.

오래된 고택으로 하동고택, 영행당, 양오당, 화경당, 양진당, 작천고택, 빙연정사, 원지정사, 옥연정사, 겸암정사 등이 있고, 류성룡 선생의 종택으로 충효당이 있다. 모두 기와집인데 이런 고택 주변에 초가집 몇 채들이 둘러 있는 것이다. 잘 보존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된 것이다.

하회마을은 현재 130여 가구 중 100여 가구 이상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빈집들이 아닌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다.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집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차츰 관광객들이 구경하는 대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닐지 염려된다. 물론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은 기분 나뿐 말이지만 하회마을은 세계유산으로 관광지임에 틀림이 없다.

하회마을을 소개하는 문화해설사와 관람객
 하회마을을 소개하는 문화해설사와 관람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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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영국여왕 엘리지베스 2세 방문식수 구상나무와 충효당(보물제414호)
 1999년 영국여왕 엘리지베스 2세 방문식수 구상나무와 충효당(보물제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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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고택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듣고 있었다.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면서 마을의 특징과 전통의 향기를 듣고 있는 것이다.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물이 돌아 흐르는 강변둑을 타고 돌아갔다. 강변에는 만송정 솔숲이 시원하였다. 천연기념물 제473호로 지정된 이 솔숲은 600여 년 전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만송정 솔숲을 지나 강가로 가면 높은 기암절벽이 앞에 있는데 부용대다.

마을 안에는 몇 곳 민박이라는 팻말이 붙은 집도 있는 것 같은데 민박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는 않았다. 마을은 세계유산에 손색이 없게 잘 보존되어 있었지만, 현지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유교문화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상징공간으로 손꼽히는 곳으로써 가장 한국적이며 독창적인 문화를 간직한 씨족마을이지만 어쩐지 허전하다.

마을의 숨결을 맡다가 식당에 앉아 동동주 한잔 하던 그때가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얼큰하게 취하면 만송정 솔숲에 들어가 자리라도 피고 한 숨 자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취하여 자고 있다가 시끌시끌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깨 마을 입구로 찾아 가면 마당에서 펼치던 하회별신굿탈놀이에 어깨춤을 같이 추었던 기억은 어디에 있던가? 모두 마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현지 사람들과 관광객들의 호흡인데 말이다.

호미로 마당의 풀을 뽑고 있는 할머니
 호미로 마당의 풀을 뽑고 있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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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 만송정 솔숲
 하회마을 만송정 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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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가 넘자 배가 고팠다.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다. 셔틀버스를 탔다. 하동장터를 찾았다. 고택에서 장사하던 몇몇 식당들이 새단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에 들어갔다. 벽에는 10여 년 전 텔레비전에 나왔던 사진들이 사진틀 안에 갇혀 있다. 메뉴도 그때의 메뉴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안동 특산인 안동간고등어정식이나 안동찜닭이 주 메뉴였다.

옛날 고택에서 그대로 장사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더 좋아졌느냐고 식당 주인에게 물었다. 빙그레 웃는 얼굴에는 쓸쓸한 모습이 스친다. 그때는 손님들에게 동동주라도 드렸는데 지금은 못 팔게 한다는 것이다. 마을과 고택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진 그때의 모습이 그리운 표정이다. 지금의 식당은 고택의 향기가 아닌, 그냥 배를 채우는 곳이라고나 할까.

조금 있으니 식당 옆 구석진 곳에서 풍악이 울렸다. 그때는 마을 어귀에서 펼쳐졌던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새로 조성된 주차장 옆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회마을과 동떨어진 주차장 옆에는 하회장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회세계탈박물관, 안동한지공예전시관,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공연하는 하회탈춤 공연장이 갖추어져 있었다. 밥 먹던 것을 멈추고 공연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가득 찼다. 탈을 쓴 배우들 춤을 추며 갖은 재담으로 많은 사람들을 웃게 하고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끝이다. 마을로 돌아갈 생각이 없이 승용차를 타고 떠났다.

주차장 옆이 새로 조성된 하회장터
 주차장 옆이 새로 조성된 하회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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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장면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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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존된 하회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적인 명소가 된 하회마을, 그러나 떠나는 내 마음에 남은 허전함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도 용인 민속촌이 있고, 전주 한옥마을이 있고, 전남 낙안읍성이 있다. 이곳은 세계유산은 아니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진다. 술도 팔고 밥도 팔고, 공연도 있고, 놀이도 있다. 그래서 정겹다.

중국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윈난성 리장이라는 고성이 있다.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곳은 세계문화유산이지만 현지인의 삶의 현장이다. 관광객들이 수없이 많이 드나들고, 식당에서는 우렁찬 스피커까지 틀어가며 밥을 판다. 밤이면 고성 중앙 광장에 현지인들이 나와서 관광객들과 손을 맞잡고  우리의 강강술래와 비슷한 전통춤을 춘다. 하루 예정이었던 일정을 2박 3일로 늘려 리장 곳곳을 누볐다. 고성 안에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하여 술집이며 밥집이며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 단지를 조성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10여 년 전에 찾았던 안동 하회마을은 하루해가 부족하였다. 마을을 돌고, 집을 찾아 들어가 살피고, 출출하면 고택 식당에 나와 국밥 한그릇과 동동주 한 잔을 나누고, 배부르면 솔숲에서 잠자고, 탈춤 공연장에 찾아 같이 웃고 춤추고, 지금은 하회마을 구경과 밥 먹고 즐길 곳이 분리되어 있는 현실에서 하회마을은 구경 삼아 한 바퀴 돌고 떠나는 심정이라니.


태그:#하회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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