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베를린>에서 베일에 싸인 통역관 연정희 역의 배우 전지현이 29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커피숍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전지현.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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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지현이 오는 겨울 방송되는 SBS 드라마스페셜 <별에서 온 남자>(가제)의 출연을 확정지었다. 1999년 <해피투게더> 이후 무려 14년 만에 브라운관 컴백을 전격 결정한 것이다. 이제 방송가의 이목은 과연 전지현이 드라마를 통해 이름값을 다시 한 번 증명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최근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전지현이 과연 <별에서 온 남자>로 3연타석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슬럼프 극복하고 '흥행배우'로 우뚝 선 전지현

2001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흥행 성공으로 톱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전지현은 지난 몇 년간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렸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실패했고, 평단의 싸늘한 혹평 또한 감수해야 했다. 연기력 역시 문제였다. <엽기적인 그녀>의 이미지를 매번 반복 재생하는 그의 연기는 관객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상 배우로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미진한 국내 활동을 타개하고자 야심차게 도전했던 해외 진출은 가장 큰 패착이었다. 전지현의 해외 진출작으로 알려졌던 영화 <블러드>는 오히려 그의 커리어에 오점만을 남긴 채 그저 그런 졸작으로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엽기적인 그녀> 이 후, 햇수로 무려 9년 동안 내세울만한 작품을 단 한편도 건지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흔들릴 것 같지 않던 광고계도 요동쳤다. 배우로서의 명성에 의문부호가 붙으면서 빛나던 스타성 역시 점차 생기를 잃어갔기 때문이다. 이른바 '태혜지(김태희-송혜교-전지현) 시대'를 구축하며 CF퀸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전지현조차 연이은 흥행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셈이다. 오랜 시간 고수했던 신비주의 마케팅이 한계를 드러낸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랬던 그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신인 때부터 인연을 맺었던 싸이더스를 떠난 전지현은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전에 없이 공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도둑들>의 당돌한 매력이 넘치는 예니콜 역으로 분해 천만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한 그는 후속작 <베를린>에서는 충무로 대표 개성파 배우인 류승범, 하정우와 환상 호흡을 선보이며 그동안의 연기력 논란을 수습했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이미지 또한 개선됐다. 신비주의 마케팅을 과감히 버리고 본연의 밝고 털털한 성격을 드러낸 것이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다. 그녀의 결혼 결정은 금상첨화였다. 위험한 결정일 수도 있었던 결혼이 놀랍게도 전지현에게는 그 어떤 이미지 마케팅보다 훨씬 효과적인 선택이 된 셈이다.


<도둑들> <도둑들>은 ‘케이퍼 무비’다. 도둑들이 주인공이 되어 누군가의 물건을 터는 장르를 일컫는다. 한데 <도둑들>이 케이퍼 무비라 하여 <오션스 일레븐>의 아류작이라 판단하면 곤란하다. <도둑들>의 천만 관객 돌파라는 성과는 전형성을 탈피한 공이 크다.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14년만의 컴백' 전지현, 3연타석 홈런 가능할까?

충무로에서 보란 듯이 명예회복을 한 전지현이 이번에는 브라운관으로 컴백한다. 드라마 <별에서 온 남자>의 흥행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만약 오랜만의 TV 나들이에서 자신의 이름값을 확실히 증명해 보인다면,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더욱 탄탄해 질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될까. 일단 남자 주인공 캐스팅은 고무적이다. <해를 품은 달><도둑들><위대하게 은밀하게> 등으로 20대 남자 배우 중 독보적인 흥행력을 자랑하고 있는 김수현이 전지현의 상대역으로 나섰다. 이미 <도둑들>에서 찰떡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있고, 대중에게 낯선 조합이 아니라는 점에서 두 배우의 결합은 2013년 최고의 캐스팅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대본 집필을 맡은 드라마작가 박지은이다. 영화가 감독의 작품이라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작가의 작품이다. 대본의 완성도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좌지우지 된다고 할 정도로 드라마에서 작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즉, 박지은의 손에서 어떤 대본이 나오느냐에 따라 전지현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박지은이 최근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작가라는 것이다. 2009년 MBC <내조의 여왕>을 통해 톱클래스 작가로 발돋움 한 그는 MBC <역전의 여왕>(2010),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자타공인 방송가 최고의 흥행 메이커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중견배우 윤여정은 박지은을 "보는 사람을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가"라는 호평을 하기도 했다.

특히 박지은은 배우 김남주에게 새 전성기를 안겨다 준 1등 공신이기도 하다. 2001년 MBC <그 여자네 집>을 끝으로 8년 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던 김남주는 박지은의 끈질긴 설득 끝에 <내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뒤 <역전의 여왕>으로 2010년 MBC 연기대상을,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2012년 KBS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바 있다. 김남주에게 박지은은 연기대상을 두 번이나 안겨다 준 평생의 은인인 셈이다.

이전 박지은과 전지현의 호흡이다. 전지현 입장에서는 은근히 '제 2의 김남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지은이 캐릭터 설정 능력이 뛰어나고 여주인공의 매력을 잘 살려주는 작가인 만큼 연기만 기본으로 해준다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것은 전지현에게 달렸다. 분위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오랜 슬럼프를 극복하고 배우로서 새롭게 출발하고 있는 전지현이 스크린에 이어 브라운관에서도 보란 듯이 '명예회복'을 하게 될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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