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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철학> 책표지.
 <처음 시작하는 철학> 책표지.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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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과연 누구인가? 시인? 예언자? 철학자? 철학의 파괴자? 예술가? 음악가? 천재? 병자? 선동가? 보수주의자? 혁명주의자? 광신적 지성인가? 아니면 자신의 주장대로 '세계사를 두 동강 낸' 작품의 저자인가?"
- <처음 시작하는 철학> 321쪽-

이어서 묻겠습니다.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는? 루크레티우스는? 스토아학파는? 아우구스티누스는? 마키아벨리는? 몽테뉴는? 데카르트는? 파스칼은? 스피노자는? 라이프니츠는? 볼테르는? 디드로는? 루소는? 흄은? 칸트는? 헤겔은? 토크빌은? 마르크스는?

위에 열거한 20명, 기원전부터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자 20명의 이름, 활동 지역 및 출신배경, 연대기, 진리개념, 명언, 철학사적 위상 등에 대하여 일일이 설명하려면 수십 권쯤의 책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들 자신이 남긴 저서, 그들이 주장한 사상이나 학문을 추종하는 후학들로 형성된 철학적 세계관까지를 아우른다는 건 철학을 전공하는 학자의 입장에서도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닐 겁니다.

한 궤짝의 사과에 들어 있는 비타민, 서너 말쯤의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한 궤짝의 사과나 서너 말의 콩을 제한된 시간 내에 먹는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한 궤짝의 사과나 서너 말의 통에 들어있는 비타민이나 단백질에 버금가는 양만큼을 충분히 농축시켜놓은 식품 영양제 등을 통해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철학 지식을 달이듯 간추리고 정리한 철학지식 농축액

<처음 시작하는 철학>은 이들 20명 철학자의 이름, 활동 지역 및 출신배경, 연대기, 진리개념, 명언, 철학사적 위상 등 우리가 알아야 할 철학 지식을 달이듯 간추리고 추출하듯이 정리한 철학지식 농축액 같은 내용입니다. 

책에서는 먼저 철학이란 무엇이며, 철학자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 행위를, 산파였던 자기 어머니의 행위에 비유한 바 있다. 어머니가 여인의 뱃속에서 아이를 받아내듯, 자기도 인간의 지적 사유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다는 뜻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비유를, 만삭의 임산부 배에서 아이를 받아내듯이 소크라테스도 상대방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밖으로 끌어낸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비유에는 그 이상의 뜻이 있다." - 10쪽-

"다시 한 번 기억할 점, 철학이란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들을 체에 걸러 꼼꼼히 검토하여 지속 가능한 견고함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 11쪽-

요즘이야 동물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소크라테스 당시에는 아이를 낳으면 산파가 신생아를 아주 차가운 물에 담갔다고 합니다. 즉 건강한 아이만 생존할 기회, 건강한 아이들만 살려두겠다는 시험을 해보는 역할을 하던 사람이 바로 산파였다고 합니다.

소크라테스 시대 산파, 신생아 찬물에 넣어 생존 가능성 판단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철학을 산파에 비유한 것은 막 태어난 신생아를 찬물에 담가 생존 가능성 여부에 대한 시험, 약간의 반론에도 맥없이 무너지는 허황한 생각, 얄팍한 앎이나 환상이 아니고 지속 가능한 것인지를 밝혀냄으로 남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단순하게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온 생각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20명의 철학자를 전체 5부로 분류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1부 삶 자체로서의 진리'에서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루크레티우스, 스토아학파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제2부 인간 내면의 진리'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 마키아벨리, 몽테뉴 등 3명의 철학자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3부 인간의 진리, 신이 진리'에서는 데카르트, 파스칼, 스피노자, 라이프니치 4명의 철학자를, '제4부 계몽주의의 진리, 만인을 위한 진리'에서는 볼테르, 디드로, 루소, 흄 등 4명의 철학자를, '제5부 현대의 진리, 불안정한 진리'에서는 칸트, 헤겔, 토크빌, 마르크스, 니체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플라톤의 원래 이름은 아리스토클레스이고,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르네상스 시대 피렌치에서 태어나 상서국 서기관으로 일했으며, 파스칼은 1623년 클레르몽에서 태어나 1662년 파리에서 사망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인간의 현실적 삶의 조건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 따라서 경제적 배경에 의해 좌우되며, 사회적·역사적 변화에 따라 진화하는 것'으로 진리를 개념하고 있었으며, 디드로는 "단 하나의 미덕은 정의이고, 단 하나의 의무는 행복해지는 것이며, 단 하나의 명제는 생명을 과대평가하지 말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책에서는 거대한 철학사를 이루고 있는 20명 철학자의 이름, 활동지역 및 출신배경, 연대기, 진리개념, 명언, 철학사적 위상 등을 실에 꿴 진주알처럼 차례로 분류해 놓아 꿰어진 대로 읽다 보면 시나브로 철학이 흘러온 역사까지도 어스름하게나마 꿰게 됩니다.   

오늘날 인류가 사유하고 있는 철학이 어떤 시대, 어떤 사람, 어떤 과정을 거치며 형성돼왔는지, <처음 시작하는 철학>을 통해 플라톤부터 니체까지의 철학을 살펴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철학 지식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빈곤한 철학 지식에서 갈증을 느낀 적이 있거나 느끼는 중이라면 충분히 목을 축여줄 철학지식이 담긴 옹달샘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리라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처음 시작하는 철학>│지은이 로제 풀 드르와 │옮긴이 박언주│펴낸곳 시공사│2013. 07.23│1만 5000원



처음 시작하는 철학

로제 폴 드르와 지음, 박언주 옮김, 시공사(2013)


태그:#처음 시작하는 철학, #박언주, #시공사, #소크라테스, #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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