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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에서의 알카에다 테러 공격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예멘에 있는 공관 직원들과 미국 시민들에게 즉각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7일, 출국을 위해 사나 국제 공항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
 예멘에서의 알카에다 테러 공격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예멘에 있는 공관 직원들과 미국 시민들에게 즉각 철수할 것을 명령했다. 7일, 출국을 위해 사나 국제 공항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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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관은 문을 닫았다. 대사관 직원들은 철수했고, 미국 정부는 예멘에 있는 미국인들에게 즉각 대피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의 그림자'는 예멘의 수도인 사나를 여전히 떠돌고 있다. 감시·전투 업무를 수행하는 무인 항공기 '드론(Drone)'은 끊임없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나의 하늘을 날고 있다.

"예멘 사람들은 하늘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예멘 주민들은 7일부터 시작될 '아이드 알 피트르' 준비를 앞두고 분주했다. 무슬림들은 한 달간의 라마단이 끝나는 것을 기념하며 축제를 벌인다. 축제 준비를 위해 장을 보던 이들은 몇 번이고 머리 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인항공기 드론의 소리 때문이었다.

사나에 살고 있는 청년 활동가 파레아 알 무슬리미는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가장 성스러운 달의 마지막인 '아이드'를 맞아 쇼핑을 하고 있는 이들을 감시하는 것은 미국이 예멘인들에게 했던 것 중에서 가장 존경할 가치가 없는, 거들먹거리는 짓"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미국의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거리에서 분노가 일고있다"고 전했다.   

사나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하이칼 바파나는 미국 매체 <글로벌 포스트>와 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드론이 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람들을 두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2001년 쌍둥이 타워를 공격하는 비행기를 올려다봤을 때처럼, 예멘인들은 똑같은 공포를 느낀다. 다음에는 (드론이) 어디를 공격할지 예상할 수 없다. 예멘 사람들은 하늘을 증오하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인이자 예멘 현지 매체 <예멘 포스트>의 편집인인 하킴 알마스마리는 "예멘 사람들은 알 카에다보다 드론을 더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예멘 사람들은 알 카에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알 카에다는 군인, 군대를 공격하기 때문이다. 반면, 드론은 때때로 민간인들을 공격한다."

알마스마리는 6일 미국 매체 <허핑턴 포스트 라이브>와 한 영상 인터뷰에서 "드론이 밤새도록 사나 전역을 날아다니자, 사람들은 집에 앉아서 드론이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잘못될까봐 두려워했다"면서 "지금까지 예멘에서 10명의 민간인이 드론 공격으로 죽었다"고 주장했다.

드론으로 이틀간 11명 사망... 민간인 포함 가능성 배제 못해

미국의 감시·전투 무인항공기 중 하나인 프레데타 드론(Predator Drone)의 모습.
 미국의 감시·전투 무인항공기 중 하나인 프레데타 드론(Predator Drone)의 모습.
ⓒ 위키리크스 공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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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004년부터 전쟁에서 사용한 무인항공기 드론은 파키스탄에서만 지금까지 수천 명을 살해했고, 이 가운데는 수백 명의 민간인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UN은 드론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조사 중이다. 미 정부는 지난 5월, 드론 공격으로 인해 2009년 이후 4명의 미국 시민이 사망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드론 공격을 자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에도 드론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6일 미국은 예멘 동부에서 알 카에다 대원이 탔다고 추정되는 차량을 폭격해 4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로 알 카에다 대원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민간인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날인 7일에도 미국은 예멘 남부에 있는 차량을 폭파시켜 7명의 알 카에다 대원을 죽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2대의 차량과 여러 구의 시신이 불에 타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주간, 미국은 예멘에서 5번의 드론 공격을 했다. 

미국의 무인항공기와 관련해 예멘 관료들은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예멘의 수도에 공격을 개시하러 온 의심스러운 무장 세력을 추적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알 카에다의 주요 근거지인 예멘, 그 중에서도 수도인 사나에서 AQAP(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는 활발히 활동해왔다. 2008년 미국 대사관을 공격하는가 하면, 2010년 영국 대사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테러 공격 가능성에 대응하는 미국과 예멘 정부의 노력은 예멘 주민들의 공포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미국의 과도한 대응이 향후 상황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거나, 이러한 불확실성을 지역에 있는 정치세력이 이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예멘 포스트>의 하킴 알마스마리는 "수많은 예멘 관료들에게 미국 정부로부터 테러 공격이 발생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받았는지 물었지만 그들은 부정했다"면서 "예멘인들의 권리는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예멘이 외국에 지배당한 것이 아니라, 알 카에다가 진짜 위협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더 많은 증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예멘 전문가인 그레고리 존센은 <글로벌 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지난 4년간의 테러와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AQAP는 수적인 측면에서도 성공했고, 지금 미국의 경고를 봤을 때 미국을 상당히 두렵게 만들 만큼 강해졌다"면서 '대테러 전쟁'의 성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한편, 예멘 정부 대변인은 7일 동남부 도시 2개를 점령하려던 알카에다의 테러 모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테러 모의가 미국과 영국이 자국민의 철수를 명령한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태그:#예멘, #알카에다, #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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