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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씨에프의 광고 촬영 현장 모습. <사진제공-인디씨에프>
 인디씨에프의 광고 촬영 현장 모습. <사진제공-인디씨에프>
ⓒ 인디씨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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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나오는 대기업 광고를 보면, 대기업이 무슨 공익사업 하는 곳 같지 않아요? 만날 연탄 날라 주고, 가난한 나라에 가서 학교 지어주고, 물 나오게 해주고, 책도 주고…. 은행들도 마치 돈 없는 사람들한테 자기들이 큰 힘이 돼주는 것처럼 광고하잖아요. 주위에 보면, 은행 이자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 천지인데 말이에요."

거침없이 쏟아내는 말을 받아 적기도 벅차다. 이럴 땐, '대기업'이 만든 스마트폰의 녹음 기능이 무척 고맙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에요. 스마트폰을 써야 '스마트'해지는 것처럼 광고를 하죠. 소비를 자꾸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소비를 못하면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요. 광고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거죠."

'인디씨에프' 박정화(34) 대표의 이야기다. 인디씨에프는 지난해 8월 '광고 독립'을 선언하며 탄생한 광고회사다. 돈 없어도 누구나 광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지금까지 비영리단체로 운영해왔지만, 조만간 사단법인으로 출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7월 17일 오후, 박 대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광고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터라, 그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들을수록 그의 이야기에 점점 빨려 들어갔다. 이게 '광고'의 힘인지, 박 대표의 '말빨'인지는 잘 모르겠다. 흥미진진한 그의 창업기를 들어보시길.

"4대강 사업 광고하라는데,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박정화 인디씨에프 대표.
 박정화 인디씨에프 대표.
ⓒ 심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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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대를 졸업한 후 한 광고회사의 광고기획자(CM Planner)로 사회 첫 발을 내딛었다. 광고기획자란 광고 주제를 잡고, 콘티라 부르는 광고대본을 짜고, 카피를 쓰는 이를 일컫는다. 광고의 최초 기획이 이들에게서 나온다.

"하나의 '상품'을 놓고 여러 팀이 각각 광고기획을 해서 제출해요. 그럼 기업에서 맘에 드는 것 하나를 선택하는 거죠."

텔레비전 공중파를 타는 광고는 대기업 광고가 주를 이룬다. 광고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가 기획한 광고도 대부분 그랬다. 한번은 새 자동차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때마침 경쟁사에서도 동시에 새 차를 출시했다.

"이름만 조금 바뀌었지 이전 모델에서 하나도 나아진 게 없었어요. 장점이 없는 거죠. 그래서 차의 성능 대신 추상적인 단어를 주제로 잡아 콘티를 짜고 유명 영화배우와 감독을 모델로 했어요."

기획은 적중했다. 광고가 나가자, 차는 무섭게 팔리기 시작했다.

"광고 하나로 제품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거죠. 이게 광고의 힘이에요. 결국 아이디어 싸움인데, 이게 (대중에게) 먹히면 광고기획자로선 더 이상 큰 기쁨이 없죠. 짜릿해요."

하루에만 열 개의 각기 다른 광고 기획회의가 열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한 달 동안 단 이틀 집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늘 새로운 기획으로 무언가를 몰입해 만들어내는 작업은 그와 잘 맞았다. 텔레비전에 그가 기획한 광고가 나오면 마치 자신이 나온 양 흐뭇했다.

어느 날, 그의 회사에 '2010 G20 서울정상회의'를 홍보하는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당시 '강대국과 자본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전국에서 G20을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었다. 그 무렵 그는 출퇴근길에 이어폰으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즐겨 들었다. 그동안 그가 알던 세계와는 한참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뭔가 불편한 마음은 있었지만, G20 홍보기획은 그냥 했어요. 광고 한 건에 몇 억이 왔다 갔다 하는데, 쉽게 '한다, 못 한다' 말할 수가 없으니까요."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이번엔 '4대강 사업'이었다.

"'내가 만든 광고를 보고 사람들이 그대로 믿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됐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안 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리고 회사를 그만둘 준비를 했죠."

6개월이 지난 2011년 10월, 그는 7년 동안의 회사생활을 접고 사표를 제출했다.

'하얀 피부'는 왜 아름다울까

그는 회사를 그만둔 후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역시 광고를 통해서였다.

"인도는 햇빛이 강하고 덥잖아요. 그래서 그날도 자외선차단제를 잔뜩 바르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갔어요. 어딜 가나 광고를 눈여겨보는 습관이 있는데, 그날따라 한 (다국적기업) 화장품 광고가 유난히 눈에 띄는 거예요. 그 제품을 바르면 하얘진다는 광고를 하고 있었어요."

그에게 문득, '하얀 피부가 아름답다는 건, 누구를 기준으로 한 가치관인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색깔이 다를 뿐, 하얀 피부가 검은 피부보다 더 우수한 것은 아니죠. 그런데 한 기업이 다민족으로 이뤄진 인도에 들어와서 광고를 통해 '흰 피부가 더 우월하고 아름답다'는 걸 세뇌시키고 있는 거예요. 저 역시 황인종이면서도, 아무 의심 없이 하얀 게 예쁘다고 믿고 있었다는 걸 그 순간 깨달았죠."

어떤 특정한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광고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전파되고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보다 공익적인 세계관을 담은 광고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한 순간이다.

"소비를 부추기지도, 여성을 상품화하지도, 직업군을 서열화하지도, 경쟁을 부추기지도 않는, 고정관념보다는 균형을 갖춘 광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돈이 없는 이들도 광고를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제가 광고만큼은 잘 만들 수 있고,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역시 광고니,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지난해 8월 15일, 광고독립을 선언하며 '인디씨에프'가 탄생했다.

 인디씨에프가 제작한 광고물.
 인디씨에프가 제작한 광고물.
ⓒ 심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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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씨에프가 제작한 광고물.
 인디씨에프가 제작한 광고물.
ⓒ 심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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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료 제작, 매체는 매체 기부

인디씨에프는 지금까지 영상광고 네 편을 제작했다. 우유팩을 재활용한 휴지, 동네 작은 슈퍼마켓, 소셜기부사이트 OO팡, 그리고 인디씨에프의 탄생이야기를 담은 '광고의 개과천선'이 그것이다. 이 광고들은 모두 무료로 제작했다.

그가 현재 광고를 제작하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후원자들을 모집한다. 그리고 광고 대상을 물색한다. 몇 개의 대상이 정해지면 이들 가운데 한 곳을 후원자들에게 선택하게 한다. 그리고 광고를 제작한다. 광고는 후원자들의 이름을 넣은 엔딩영상으로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일 하나. 제작한 광고를 틀 수 있는 매체를 발굴하는 것이다.

"주위를 보면 매체가 참 많아요. 영상매체만 놓고 보자면 공중파 방송사도 있고, 케이블채널, 지역방송사도 있어요. 또 지하철이나 버스, 심지어 편의점에도 따로 텔레비전이 있죠. 매체를 가진 곳은 광고가 필요하고, 광고는 매체가 필요해요. 매체는 질 좋은 광고를 틀고 싶어 하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만든 광고는 질이 굉장히 좋아요. 게다가 상생메시지도 담고 있죠. 매체가 안 틀 이유가 없어요."

하지만 무료로 만든 광고를 어떻게 매체에 실을 수 있을까? 광고비가 필요할 텐데 말이다.

"매체를 '기부'받는 거죠. 예를 들면, 버스 텔레비전에 광고를 실으려면 원래는 광고주가 광고비를 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돈을 안 내요. 대신, 광고비에 해당하는 비용만큼 기부영수증을 발급하죠. 우리가 만든 'OO팡' 광고가 6개월 동안 지하철 텔레비전에 무료로 나갔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1억 원 어치에요. 우리 단체 이름으론 아직 기부영수증 발급이 안 돼서 우리를 후원해준 단체 도움을 받았죠."

그는 "법인이 되면 기부영수증 처리를 해줄 수 있어 더 많은 곳에 광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과연, 매체들이 선뜻 '기부'를 해줄까?

"광고는 상품을 선전하기도 하지만, 광고 자체가 광고가 되기도 해요. 우리가 중소기업이나 작은 단체들의 광고를 질 좋게 만들어 매체에 내보내면, 다른 회사들도 그런 광고를 만들고 싶어 하거든요. 그럼 매체 입장에선 광고시장이 넓어지는 거예요. 우리도 좋고, 매체도 좋고, 작은 기업들도 좋고, 다 좋은 거죠."

그는 "지금도 광고 의뢰가 많이 들어오지만, 현재 인디씨에프가 비영리기관으로 등록돼, 영리사업을 할 수 없어 모두 거절하고 있다"며 "법인이 되면 투명한 회계 처리를 통해 정말 양심적인 광고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개념의 '광고 애플리케이션' 기획 중

그는 현재 직원 세 명과 함께 일하고 있다. 광고시장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담은 그의 제안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아름다운 가게'는 '뷰티풀 펠로우' 사업을 통해 박 대표 개인에게 3년 동안 인건비를 지급하고 멘토링과 해외연수 등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소셜벤처파트너스 서울'에서도 사업비와 전문 컨설팅을 받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청년 등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그 후속 지원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차정몽구재단이 주최한 'H온드림' 사업에도 선정돼 사업비와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그가 새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광고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기획하고 있어요. 새로운 개념의 광고에요. 이건 극비에요. 절대로 기사화되면 안 돼요."

그것이 무엇인지, 쓰고 싶어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하지만 내년 3월이면 출시할 예정이라니, 그때까진 꾹 참고 기다려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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