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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석씨가 동아일보사 앞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광석씨가 동아일보사 앞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있다.
ⓒ 이광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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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할 줄 아는 게 노래라 우리 식으로 항의하는 겁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분노한 인디뮤지션들이 릴레이 길거리 공연 '국정원 게이트 버스킹(K.G.B)'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8일부터 이어진 공연은 매일 오후 6시 10분부터 7시까지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열리고 있다. 주말에는 공연이 열리지 않지만, 평일에는 비가 오더라도 계속된다.

이번 공연은 싱어송라이터 이광석(41)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할 줄 아는 게 노래라 우리 식으로 항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동료 뮤지션들에게 국정원 게이트에 대한 길거리 공연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뮤지션들의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현재까지 60여 팀이 참가했고, 앞으로도 매일 다른 게스트들이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인권·노동·평화·통일·민주 등 사회 현안을 주제로 노래해온 그룹 '우리나라' 소속인 이광석씨는 "아티스트들이 정치 참여를 통해 불이익을 받았던 적도 있었으나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동료들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열악한 공연환경이지만 "하늘이 돕는 공연"

지난 7월 31일 국정원 게이트 버스킹 공연 문대에 오른 가수 거닐숨씨의 모습
 지난 7월 31일 국정원 게이트 버스킹 공연 문대에 오른 가수 거닐숨씨의 모습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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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찾은 공연장. 공연시설이라고는 공터에 덩그러니 놓인 몇 개의 음향 장비들과 K.G.B를 알리는 작은 현수막 하나가 전부였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은 이 공연이 어떤 성격의 공연인지 잘 모르는 듯 보였다. 이광석씨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관심을 바란다는 말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오늘 날씨가 선선합니다. '국정원 게이트'에 항의하는 뮤지션들이 이곳에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잠시 들리셔서 지친 몸과 마음을 푸시고, 함께하는 뮤지션들에게 기도 불어 넣어 주십시오. 그리고 여러분들, 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그는 이번 공연을 "하늘이 돕는 공연"이라고 표현했다. "공연을 진행하는 동안 딱 두 번 보슬비가 내려 날씨도 우리 공연을 도와준다고 생각했다"며 "열악한 환경이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공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소규모 촛불집회 시작 전 1시간가량 진행됐다. 그는 "촛불집회 측에서 버스킹 공연한다니까 한 시간 일찍 (음향기기를) 설치 해줄 테니 공연을 하라고 해 빌려 쓰고 있다"며 "공연 첫주에는 시스템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발전기가 나가버려 뮤지션들이 생목으로 노래를 한 적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그는 "(음향기기가) 집회용이라 이펙트(음향효과)가 안 됐는데, 한 음향 기사분이 직접 낙원상가에 들러 믹서를 하나 사주고 가셨다"며 "어느 날은 김밥·음료수를 사주시는 시민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어느 배우는 공연 옆에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고, 한 사진작가는 시민들의 캐리커쳐를 그려주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고 싶어해 점점 재미있는 형태의 공연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무대에 오른 거닐숨(25·가수)은 "동료 뮤지션들이 (공연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한 사람이라도 (국정원 선거 개입 사태를) 잘 알고, 참여하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항의하고 또 알릴 겁니다"

이 공연은 국정조사가 끝나기로 예정된 8월 15일에 끝날 계획이다. 국정원 선거 개입 국정조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연 연장 계획이 있냐고 묻자 그는 "8월 15일에 일차적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인데, 마지막 공연은 청계천 같은 곳에서 큰 페스티벌 형식으로 열고 싶다"고 답했다.

공연이 끝나갈 때쯤 공연장은 70여 명이 참여한 촛불집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기타를 메고 하나의 촛불이 돼 광화문을 지켜봤다.

"저는 뮤지션이니까 노래로 항의하는 겁니다. 무너져 가는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항의하고, 또 알리고, 그래야 무릎 꿇을 사람들이 무릎 꿇겠죠. 그때까지 노래하고, 또 노래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정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1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국정원 게이트 버스킹, #KGB, #이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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