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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에 조별로 나가는 간식. 매번 다릅니다.
▲ 아이들 간식 쉬는 시간에 조별로 나가는 간식. 매번 다릅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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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유치원 선생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생깁니다. 기뻐서 좋고, 행복해서 좋고, 기특해서 좋고,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반면 보고만 있었는데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지요. 뭐 인생이 그런 거 아니겠어요? 희로애락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절대 화낼 일이나 슬픈 일이 더 많지는 않습니다. 기쁨과 즐거운 일들이 더 많기에 유치원 선생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유치원 선생인 것이 참으로 좋거든요.

기쁘고 즐거운 일들이야 말하지 않아도 감이 오실 듯합니다. 그런데 화가 날 때는 언제일까요?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밥투정 부릴 때가 제일 미워 보이더라고요. 좀 후딱 먹고 놀지 왜그리 주구장창 도시락을 들고 버티는지…. 속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그렇다고 밥때마다 아이들에게 화내는 선생이 아님을 밝힙니다. 믿어주세요^^).

그런데 지금 저와 함께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지나가는 곳마다 음식들을 모두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일까요?

밥 먹고 나서 피자 120만 원어치 초토화

저는 지금 한국YMCA 청소년 자전거국토순례 현장에 와 있습니다. 3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전국에서 모였지요. 이 아이들이 얼마나 잘 먹는지,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음식 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식사시간마다 모두 초토화 시킵니다. 꼭 메뚜기떼가 휩쓸고 간 것처럼 말입니다.

어느날, 피자가 간식으로 나왔었습니다. 밥을 먹고 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자를 120만 원어치나 먹어 치웠습니다. 모두 다! 몇몇 분들은 '120만 원어치라니 몇 판 안 되겠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한 판 사면 한 판 더 주는 피자 아시죠? 가격도 비싸지 않고 크기도 큰 그 피자 말입니다. 그런데 그 많은 피자를 다 먹어 버렸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당 주인께선 청소년들이 운동을 하고 난 후 먹는 것이니, 좀 더 먹겠구나 싶어서 원래 인원보다 30%를 더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밥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추가로 100인분을 더해 총 580인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그 식당에서 밥을 먹은 단체 중에 최고라고 하더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수에서 임진각까지 가야 해서, 여러 지역을 거치는데 그때마다 지역 YMCA 총장님들께서 오셔서 응원해 주시며 간식도 챙겨주십니다. 지난 달 31일에는 이천과 평택 YMCA 이사장님들이 오셔서 아이스크림(일명 쭈쭈바)과 컵라면을 주셨습니다. 그때의 환호성은 국토순례를 시작한 이후 내지른 함성 중 가장 컸습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잘 먹는 아이들일까

돌도 씹어먹을 거 같은 포스입니다.
▲ 먹성 좋은 아이들 돌도 씹어먹을 거 같은 포스입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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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평소에도 잘 먹는 아이들이 있겠지만 첫날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반찬이 왜 이렇냐", "꼭 먹어야 하냐" 등 밥투정도 많이 하고 먹는 양도 새모이 수준으로 적게 먹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도대체 평소에는 부모님들이 얼마나 맛있는 것만 먹이기에 이녀석들이 이러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먹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먹는 것이라면 모든 미친듯이 먹어 치웠습니다. 진짜 집에서 밥 안 주는 아이들처럼요.

요즘 아이들, 평소에는 운동량이 매우 적습니다. 학교에서도 몸을 움직이는 수업이 적고, 학교를 마치고도 놀 시간이 없습니다. 학원이다 뭐다 어른들보다 더욱 바쁘게 삽니다. 그렇게 앉아서 지내는 아이들… 별로 움직이지도 않으니 배가 고플 리가 없지요. 그리고 인스턴트와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일반 밥을 맛있다고 느끼기 힘들 겁니다.

그런데 국토순례에와 보니 꼭두새벽 일어나야하고 오전, 오후 내내 자전거를 탑니다. 배고프다고 바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바로 물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단체 생활이기에 먹는 시간이 정해져있고, 나눠주는 양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기다렸다 마시는 물이, 기다렸다 먹는 밥이 어찌 꿀맛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많이 먹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자전거로 달리다 식사장소에 도착하면 "와~밥이다"를 외치거든요(물론 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또 물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으로 스스로 다짐합니다. 물을 함부로 버리는 친구에게 타박을 주기도 하면서요. 이만하면 우리 아이들이 이번 자전거 국토순례로 얻어가는 것이 제법 크지요?

오늘은 8월 1일 라이딩 여섯째날입니다. 이틀만 하면 끝이 납니다. 끝나는 날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요? 많이 기대됩니다. 자~! 그럼 오늘도 달립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허은미가 만난 아이들'에 오늘 포스팅합니다.
hueunmi.tistory.com



태그:#YMCA, #자전거, #국토순례, #여름방학여행,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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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아기스포츠단에서 아이들과 경험하는 일상들, 자유로운 생각으로 교육을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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