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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처음 지은 집
 내 생애 처음 지은 집
ⓒ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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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봄, 내 생애 처음으로 집을 지었다. 물론 내 손으로 직접 지은 것은 아니고 목수가 지어주었으니 '집을 지었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집짓기를  꿈꾸었고 이런저런 구상이며 소소한 마감을 스스로 한 까닭에 '집을 지었다'라는 표현 또한  아주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평생을 이미 지어진 집, 누군가가 지어놓은 집에서만 살아오다 생전 처음 집을 지어본 터라 "내 생애 처음으로 집을 지었다"고 살짝 호들갑을 떨었는데, 행여 크고 좋은(?) 집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가 지은 집은 고작 열여섯 평짜리 흙집이다. 좋게 말해서 작고 소박한 집이다. 멋들어진 큰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이 나오는 오두막일 수도 있다.

'집 한 채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말이 있다. 집짓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열여섯 평짜리 오두막 흙집이라고 해서 다를 리 없다. 특히 나처럼 집짓기를 머리로만 꿈꾸어 왔으되 현실에는 까막눈이고 스스로 지을 능력도 없으면서 자금 사정이 아주 넉넉한 것도 아닌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집짓기 전 나는 곰곰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물건 하나를 만드는 데도 내 마음에 꼭 맞기 어려운데 하물며 집은 어떻겠는가. 아무리 잘 짓는 집이라도 다 짓고나면 서운한 데가 있는 법이다. 이 집은 내가 처음 지어보는 집이니 더구나 이런저런 불만이 생길 터였다. 나는 생각 끝에 '70%만 내 뜻대로 지으면 성공이다, 만족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 눈높이를 70% 선으로 낮추어버린 것이다.

다행히 좋은 목수를 만나 바람끝 매서운 초봄에 집짓기가 시작되었다. 그 누구보다 양심적이고 열정이 가득한 목수 덕에  마음 편하게 집을 지을 수 있었다. 그렇더라도 집을 짓다보면 생각처럼 안되는 것이 많다. 깡똥한 처마며, 배치가 이상하게 된 화장실이며, 문이 숨지 못하는 미닫이며... 생각과 틀리게 된 곳은 30% 칸에 넣었다. 그 나머지는 70% 만족 칸 속으로 들어갔다.

중요한 것은 70%였다. 나무와 흙으로 된 집이 섰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집이다. 나는 이 집이 있어서 내가 오래 그리던 섬진강변의 이 동네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오래 그리던 이 동네 사람들과도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집을 지으면서 내내 마음이 아렸다. 진즉 내 마음의 눈을 70%로 낮추었다면 나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아니 내 주위사람들이, 내 가족이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 어쩌면 70%도 많을지 모른다. 60%만 되어도....


태그:#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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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두계마을에서 텃밭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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