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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캠프를 가보면 제일 걱정인 것은 '다치지는 않을까?',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안전에 대한 문제입니다. 아무리 안전에 대비한다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 마음이 이러한데 부모님들 걱정은 어떨까요? 저는 아직 부모가 아니기에 경험해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 몇만 배는 될 듯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더 걱정입니다. 아이들도 신경이 쓰이고, 부모님들 또한 신경이 쓰이거든요.

지금 저는 자전거국토순례에 와 있습니다. 전국 YMCA에서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로 무려 300명이 넘는 청소년 아이들이 참여하였습니다. 여수에서 임진각까지 무려 581km의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해야 합니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모든 도로를 달려 임진각까지 가게 됩니다. 일반 국도, 논길, 산길, 자전거길 등이 있습니다. 그 먼거리를 그냥 걸어서 간다 해도 걱정이 태산일텐데 자전거를 타고 가야 하니 더욱 걱정입니다. 부모님이 하시는 걱정, 선생님들이 하시는 걱정, 다 합하면 '태태태태산'이 되겠네요.

자전거 국토순례 중 점심 시간 후 쉬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 지친 아이들 자전거 국토순례 중 점심 시간 후 쉬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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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어디에서든 사람은 다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무리 아이를 하루종일 돌보더라도 다치는 일이 생기듯 이것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캠프를 보내면 다칠 수 있는 확률이 커진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생각은 합니다. 아이들이 다칠 수는 있다고요.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조심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최대한 다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에 와서도 아이들이 다쳤습니다. 한 손 놓고 타다가 넘어져 상처가 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자전거를 탈 때에는 자전거끼리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타야 합니다) 앞 친구와 부딪혀 같이 넘어지기도 합니다. 잠깐 한눈 팔다가 다치기도하고, 다치는 경우의 수야 말을 해도 해도 많습니다(많이 다쳤다는 말은 아니예요).

작게 상처가 나면야 덜하겠지만 살이 찢어지거나 골절이 되거나 그보다 더 크게(상상도 하기 싫네요) 다칠 수도 있습니다. 지금 한 손 놓고 타다가 순간 중심을 잃어 넘어지면서 무릎 쪽이 찢어진 아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아 넘어지면서 손을 땅에 짚어 골절이 된 아이가 있습니다. 또 속도를 줄이는데 순간 앞브레이크를 먼저 잡아 (자전거는 뒷브레이크를 먼저 잡고 앞브레이크를 잡아야 정지할 수 있습니다) 넘어지면서 어깨에 골절이 된 아이까지 말입니다.

진짜로 다쳐버렸습니다

무릎 쪽이 찢어진 아이는 7월 30일 화요일에 다쳤습니다. 상처가 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놔두기에는 조금 벌어졌고, 또 무릎 뒷쪽 다리가 접히는 부분이라 병원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곤 6바늘을 집었다고 합니다.

의사선생님은 다른 부위도 아니고 다리가 접히는 부분이라 자전거를 타게 되면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고 자전거 국토순례를 그만두라고 말했답니다. 그런데 그때 아이가 화를 내며 펑펑 울더랍니다. 자기는 할 거라고요. 자전거를 끌고서라도 완주하겠다구요. 그 말을 전해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찡하던지요. 아이의 간절한 마음이 읽어졌고, 또 그 마음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서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 중 다친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치료 받는 아이들 자전거 국토순례 중 다친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 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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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자전거 국토순례는 참으로 힘들고 고됩니다. 그리고 다치기까지 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 걸까요?

다쳤는데도 왜 타려고 할까?

자전거 국토순례가 시작되고 첫날에는 꾀를 부리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조그만 힘들어도 차를 타려고 해서 차를 어찌해서든 못 타게 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끔 하는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날이 가면 갈수록 아이들은 차를 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집니다. 대열에서 멀어져 차에 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는데도 아이들은 차 안 타겠다고 큰소리 칩니다. 위험하다고 말하며 억지로 태우면 억울해서 울어버리기까지 합니다. 도대체 자전거가 어찌 했길래 아이들에게 이런 마음의 변화들이 생긴 걸까요?

처음에는 아이들도 두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설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게 두려움 반, 설렘 반을 안고 참여합니다. 그런데 막상해보니 진짜 '악' 소리 날 만큼 힘들지요. 자전거를 타다보면 자신의 한계에 도달할 때가 오거든요. 그래도 아이들이 자전거 국토순례에 온 이상(마음은 먹고 왔잖아요) 바로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악' 소리 날 때까지 탑니다. 그것이 가장 큰 일입니다.

'악' 소리 날 때까지 하루 탔고, 이틀 탔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이 지났고 이제는 며칠 남지가 않은 겁니다. 이제는 도전해볼 만한 게임이 됐는데 다친 겁니다. 강한 의지가 생겼는데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으로 그걸 포기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짜증나고 속상할까요?

저는 이 마음이 참으로 소중하다 생각합니다. 이 경험이 참으로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이런 마음이 생겼다면 끝까지 타지 않아도, 자전거국토순례에 성공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마음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성공한 것이라 봅니다.

사실 자전거국토순례에 온 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엄마가 가라고 했든 어쨌든! 절대 자기가 해보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올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반은 성공한 셈이지요.

내일(31일)은 라이딩 5일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도 차 안 타겠다고 바락바락 우긴 녀석들이 제법 많았는데 내일은 더 그렇겠지요? 그럼 그 짜증, 화풀이 전부 다~ 받아줄랍니다. 기특하고 장해서요. 그 마음이 너무 예뻐서요. 잘한다 잘한다 토닥토닥 해줄랍니다. 내일은 몇 명이나 되려나요?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마산YMCA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블로그 hueunmi.tistory.com(허은미가 만난 아이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YMCA, #자전거, #국토순례, #여름방학,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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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아기스포츠단에서 아이들과 경험하는 일상들, 자유로운 생각으로 교육을 말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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