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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서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재형저축이 3월6일 시장에 선보였다. 재원부족으로 1995년 폐지된 지 18년 만의 부활이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재형저축, 18년 만의 부활 과거 서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았던 재형저축이 3월6일 시장에 선보였다. 재원부족으로 1995년 폐지된 지 18년 만의 부활이다. 사진은 5일 오후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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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고정금리냐, 7년 고정금리냐."

저금리시대 서민 재테크 상품인 재형저축 선택이 더 복잡해졌다. 지난 3월 6일 3년 고정금리 상품에 이어 오는 29일부터 7년 고정금리 상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똑같은 '7년 만기 비과세' 상품이지만 최대 금리는 연 3.5%로, 최대 4.6%인 3년 고정금리보다 1%포인트 이상 낮다. 도대체 왜 이런 높은 금리 차이가 발생하고, 어떤 상품이 소비자에게 유리한 걸까? 은행에서도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재형저축 금리의 비밀을 파헤쳐 본다. 

3년 고정금리는 최대 4.6%, 7년 고정금리 3.5%?

7년 고정금리 재형저축은 최대 3년(산업·제주은행은 4년)까지만 초반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1년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기존 재형저축의 약점(?) 보완 차원에서 등장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초반 약속한 금리를 7년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3년 뒤에도 지금 같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되거나 금리가 더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7년 고정금리 상품이 유리하고, 거꾸로 금리가 더 오른다면 3년 고정금리 상품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김명철 금융감독원 은행영업감독팀장은 "7년 고정금리가 낮은 건 은행 입장에서 7년 동안 금리 하락 등에 대비해 위험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미국의 양적 완화(통화량 확대) 축소 정책으로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등 당장 3~4개월 앞 금리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위험 관리 차원이라도 해도 두 상품의 금리 차이가 1%포인트나 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일반적인 예금이나 적금 상품의 경우 가입기간이 길수록 금리도 높아지거나 적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신협이나 새마을금고의 경우 3년 이상 비과세 정기적금에 1, 2년짜리보다 0.1~0.2%포인트 높은 3%대 금리를 적용하고, 4~5년 이상에도 동일하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도 3년까지는 기간에 따라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면서도 "재형저축은 보통 7년에서 최대 10년까지 가는 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미래 금리 변동 부담이 더 크다"고 밝혔다.

오히려 3년 뒤 시중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면 은행은 큰 이득을 보는 반면 7년 고정금리 가입자는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8개 은행이 모두 7년 고정금리를 연 3.5%로 정한 근거에 대해서는 영업 비밀이란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3년 고정금리 상품은 3년간 최대 4.6% 금리를 보장하는 대신 3년 뒤부터 매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반면 7년 고정금리 상품은 7년간 3.5% 금리를 계속 유지한다. 3년 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 3년 고정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떨어지면 7년 고정금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3년 뒤 재형저축 금리는 연 3.27% 수준?

그래서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 봤다. 연 4.5%짜리 3년 고정금리 상품에 가입해 연 3.5%짜리 7년 고정금리 상품과 비슷한 이자를 받으려면 4년간 변동 금리가 얼마여야 할까?

매달 100만 원씩 7년(84개월)을 붓는다고 했을 때 7년간 3.5% 고정금리를 적용하면 이자만 1026만6725원(농특세 1.4% 제외)에 이른다. 이는 3년간 고정금리 4.5%를 적용한 이자(약 246만 원)에 나머지 4년간 연 3.27% 정도 금리를 적용했을 때 가능한 이자다.

3년 뒤 재형저축 고시이율이 3.27%보다 높으면 3년 고정금리 상품이 유리하고, 3.27%보다 낮으면 7년 고정금리 상품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1년짜리 정기적금 금리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언뜻 7년 고정금리가 더 유리해 보이지만, 현 시점에서 앞으로 3년 이후 금리 추세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은행들은 앞으로 3년에서 10년 뒤 손해 보지 않을 금리 수준을 평균 3.27% 정도로 예상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한편 앞으로 3년 고정금리 상품의 고시 금리를 결정할 때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 시점에서 시장 금리 상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지금 금리 수준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7년 고정금리 상품 가입자들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3년 뒤 금리가 크게 오르면 7년 고정금리 상품 가입자는 그만큼 더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반발할 수도 있다. 금융회사조차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미래 금리 판단에 대한 책임을 일반 금융 소비자들에게 떠맡긴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정부와 금융권에서 앞으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거라고 단정하고 장기 금융 상품을 유도하는 건 문제"라면서 "저소득층일수록 여유자금보다 적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장기저축보다는 단기저축에 더 많은 세제 혜택을 줘 가계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
장기-저금리 탓에 기대 못 미쳐


'5년 만기 연 10~20%대 고금리.' 재형저축은 70~80년대 중산층과 서민들의 '재산형성' 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1995년 재원 부족으로 폐지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18년 만에 부활했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대상자가 연간 총 급여 5천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나 종합소득 3500만 원 이하 개인사업자로 제한됐고, 7년 이상 가입해야 하는 데다 금리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은행 재형저축 계좌 수는 167만6107좌, 총 납입금액은 7591억1400만원에 이른다. 가입 대상자는 800만~900만 명으로 추정되나 가입 첫날 28만 계좌에 200억 원이 몰리며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 점차 가입자 수가 줄어 7월에는 하루 2만 계좌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존 비과세 장기주택마련저축과 마찬가지로 분기당 최대 300만 원까지 넣을 수 있고 7년 이상 가입시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이자·배당소득(14%)이 비과세되고 농어촌특별세 1.4%만 부과되지만 연말정산시 소득공제 혜택은 없다.

지난 3월 6일 출시된 3년 고정금리 상품은 기본금리 3.7~4.5%에 우대금리 0.1~0.4%가 보태져 4.1~4.6%대를 형성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광주은행이 4.6%로 가장 높았고 주요 시중은행들은 4.5%에 맞췄다.

7년 고정금리 상품은 오는 29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 부산, 경남, 대구은행 등 9개 은행에서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기본 금리 3.1~3.25%에 우대금리 0.25~0.4%를 더해 8개 은행이 모두 3.5%에 맞췄다. 다만 경남은행은 3년까지는 기존 3년 고정금리 상품과 동일한 금리를 적용하고 이후 4년간 고정금리를 별도 적용하는 '3+4년 상품'을 선보였다.

우대금리는 자동이체나 입출식 통장 개설, 카드 사용, 급여이체 등 일정 조건을 만족해야 하며 적용기간도 7년 모두 적용하는 은행(우리, 하나, 신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조건에 따라 3년, 5년, 7년씩 부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김명철 금감원 팀장은 "대상자가 800만~900만 정도지만 계좌수가 170만 좌라는 건 이미 가입할 사람은 다 했다는 것"이라면서 "7년 고정금리 상품은 보완적인 성격이 강해 많은 금액이 들어오진 않겠지만 중복 가입자가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재형저축, #고정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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