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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기 마지막 강의를 듣기 학교(베를린자유대학)를 찾았을 때 한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목은 '라우지츠 기후캠핑 2013(Lausitzer Klimacamp 2013)'. 7월 13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9일간의 프로그램이었다. 독일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던 터라 호기심이 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8일 행사가 열리는 라우지츠 지방의 프로심을 직접 찾았다. 라우지츠 지방은 독일 브란덴부르크 남부지역과 작센주 동부, 그리고 폴란드의 돌니스롱스크주 및 루부시주 서부에 걸쳐 있다. 현재 135만 명이 이 지역에 살고 있으며, 그 중 35만 명은 폴란드인이다.

갈탄 탄광이 미치는 영향

"우리는 탄광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입구의 세워진 플래카드.
 "우리는 탄광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입구에 세운 플래카드.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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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2시간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로 갈아탄 후 20분 정도 가서야 겨우 프로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캠핑지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플래카드를 볼 수 있었다. 입구에는 다섯 명의 마을 주민들 사진과 함께 "우리는 탄광을 허락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있었다. 참가자 등록을 위해 흰 텐트쪽으로 갔더니 "더 이상의 석탄은 없다"와 "욕심 대신 태양과 바람을!"이라는 문구를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전기회사인 바텐팔(Vattenfall)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문구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문구가 독일어뿐만 아니라 폴란드어와 비슷한 말로도 적혀 있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확인하니 소르브어였다)

첫날부터 캠핑에 참여하지 않아서 매우 어색했지만 행사에 참석한 도로테 (Dorothee Kolbe)씨 덕분에 어색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도로테씨는 베를린에서 왔다고 하니, 비록 다른 국적이긴 하나 동향이라고 하시면서 검은 텐트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듣자고 제안했다.

강의 제목은 '나이세강 동·서안의 탄광 및 그에 대한 진행상황.' 검은 텐트로 재촉한 도르테씨와 함께 강의를 들었다. 내용이 인상적이라 결국 오전 내내 그 곳에 머물렀다.

 나이세강 주변 갈탄 채굴 지도. 그림 왼쪽 갈색부분이 독일 채굴지역이며 오른쪽이 폴란드 채굴지역이다. 이 사이로 나이세강이 흐르고 있다. 양쪽에서 모두 갈탄채굴을 시작하게 되면, 강은 탄광 사이로 흘러 오염이 심각해질 수 있으며, 나이세강의 오염은 발트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나이세강 주변 갈탄 채굴 지도. 그림 왼쪽 갈색부분이 독일 채굴지역이며 오른쪽이 폴란드 채굴지역이다. 이 사이로 나이세강이 흐르고 있다. 양쪽에서 모두 갈탄채굴을 시작하게 되면, 강은 탄광 사이로 흘러 오염이 심각해질 수 있으며, 나이세강의 오염은 발트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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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세강은 북쪽의 오데르강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독일과 폴란드 국경선의 중요한 축이다. 나이세강 왼편이 바로  라우지츠지방이고, 오른편이 폴란드의 루부시주다. 이 두 군데에 갈탄 탄광을 바텐팔에서 개발한다는 것인데, 안드레아스 슈탈베어그(Andreas Stahlberg)씨의 강의를 들으면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라우지츠지역의 갈탄 노천 채굴(광물이 지상가까이 있어 표토만 제거한 후 계단상으로 채굴함)은 2007년 바텐팔이 사업체로 참여하면서 갈탄매장지역 전역으로 확대됩니다. 물론 이앤쉬발데 지역의 경우 다른 지역과 달리 동독 정부 시절인 1972년부터 시작해서 2025년에 채굴을 중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노천채굴은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발생시키는데, 노천 채굴을 하려면 탄광이 물에 잠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수를 빼내 지하수면을 낮추어야 하지요. 이를 실행하면 지반이 약한 경우 단층현상 및 지반침하현상이 일어나게 돼 지반 위 건물들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하수면을 낮춰 지반 깊숙이 있는 우라늄과 같은 방사능 물질과 접하게 되면 지하수가 오염될 수 있지요.

또 다른 문제는 갈탄지역이 자연보호구역에 포함돼 있다는 것입니다. 라우지츠 지역은 경치가 좋은 곳이 많아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중요한 여행지입니다. 또한 지역경제도 이들로 인해 유지되고 있습니다. 노천채굴로 자연이 파괴되면, 이들의 발길이 당연히 끊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또한 분진, 수질오염 및 수질 산성화문제도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어 폴란드지역 노천채굴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폴란드 구빈이라는 지역 주변으로도 노천채굴 작업장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68%의 주민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바텐팔이 로비를 통해 노천채굴을 시작하지만, 폴란드는 정부가 중심이 되어 적극적으로 채굴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 노천채굴 예정지역은 자연보호구역입니다.

독일 라우지츠 지역과 폴란드 모두가 탄광화되면, 나이세강은 탄광사이의 복도처럼 돼 오염이 심각해집니다. 나이세강 오염이 심각해지면, 본류인 오데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오데르강의 마지막 지점인 발트해의 해양오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독일과 폴란드의 노천채굴 예정지역을 함께 보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폴란드 지역의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여름캠프를 열었는데, 올해는 폴란드 측의 사정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라우지츠 지역 탄광건설 현장
 라우지츠 지역 탄광건설 현장
ⓒ Gemeinde Schenkendob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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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첫 번째 강의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강의를 들었던 프로심 및 벨초프 지역주민들은 바텐팔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의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의 경우 스웨덴 기업인 바텐팔이 지역에 도움을 주기보다 지역민을 착취하고 이윤추구를 통해 독일의 국부를 유출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한 바텐팔의 로비에 넘어간 정치인 및 지역 유지에 대한 불만 및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질타를 쏟아내기도 했다. 하트무트 횜베어크씨는 "이 마을에서 직접민주주의 및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소수민족인 소르브인의 문화를 보호하라!

강의가 끝나고 도로테씨는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난 '원전 마피아'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에 불량부품을 조달한 사건 그리고 비리에 연루된 한수원 직원들이 구속된 사건은 독일 언론에서도 주요하게 다루어진 내용이었다. 사건 개요를 듣고 도로테씨는 "독일과 한국 모두 전기 마피아로 인해서 애꿎은 서민들만 고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태양열로 만든 머핀 후식을 맛봤다. 후식에 적혀 있던 "CCS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CCS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을 의미한다. 후식을 준비한 활동가는 "바텐팔이 노천채굴이 문제가 없다고 근거로 내놓는 기술이 CCS"라면서 "CCS기술은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오히려 토양 및 지하수의 산성화를 야기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태양열은 무공해에다가 최근 태양전지판 단가가 싸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꼭 필요한 에너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오후 강의 후에 태양열 야채카레도 준비하고 있으니 꼭 시식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후식을 먹고 오후 강의를 들었다. 제목은 '자치: 소르브인과 유럽 내의 소수집단들'.

왜 하필 소수집단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라우지츠동맹 총재이자 에너지 아우타크 라이프치히에서 근무하는 하네스 빌헴-켈(Hannes Wilhem-Kell)씨가 나누어준 자료를 보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탄광으로 인해 136개 마을이 파괴되고, 3만 명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흥미로운 내용은 유럽의회 소수집단위원회(Minderheitenausschuss des EU-Parlaments)에서 2012년 7월 5일에 콧부스 주변 마을 지역에 대해 소수집단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라우지츠동맹이 건의했다는 것이다. 왜 소수집단 보호구역이었을까? 하네스 빌헴-켈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의회에는 EFA(유럽자유동맹: Europäische Freie Allianz) 라는 정당이 있습니다(현재 7석을 차지하고 있는 소수정당임). 이 정당의 경우 소수민족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정당입니다. 저도 이 정당과 교류를 하고 있는데요(실제 라우지츠 동맹의 경우 EFA의 옵저버정당으로 등록되어 있다). 콧부스 주변 지역 경우 7만 여명의 소르브인이 있지요. 현재 노천채굴로 인해 천여 년 동안 이 지역에서 유지된 소르브인의 문화 및 소르브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이들의 자치권도 위협받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앞서 텐트에서 필자가 봤던 폴란드어 비슷한 문구는 소르브어이다. 또한 이 지역의 교통표지판 및 기차역 이름도 독일어와 소르브어가 병기되어 있다. 또한 라이프치히 대학에 소르브어 전공 및 교육학과도 있다고 한다(후에 소르브 문화에 대해 조사해봤는데, 이들의 기록은 6세기 유럽 민족 대이동 때부터 시작된다. 9세기의 소르브인들은 오데르강과 나이세강 양안으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라우지츠라는 지명도 사실 이 일대에 거주한 옛 서슬라브민족에서 유래한다).

대안은 없을까?

 태양열로 카레를 조리하는 모습.  조리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걸린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맛은 훌륭했다.
 태양열로 카레를 조리하는 모습. 조리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걸린다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맛은 훌륭했다.
ⓒ 최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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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강의를 듣고 태양열 카레가 준비된 곳으로 이동했다. 목발을 짚고 이 행사에 참석한 요하네스 카펠레(Johannes Kapelle, 77)씨를 만났다. 그와 함께 그린피스를 비롯해 독일 환경단체 시민운동가들과 둘러앉아 태양열 카레를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펠레씨의 이야기는 여러가지로 인상적이었다.

그는 새로운 태양열 기술에 대한 문제를 비롯해 태양열을 어떻게 마을에 적용할 수 있을지, 하수도 시설 및 재활용시설은 친환경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는지, 21세기의 풍력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심지어는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친환경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는 독일의 바덴뷔템베르크주의 쉐나우 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소개했다. 복잡한 기술용어까지 등장해 필자가 이해하기 쉽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카펠레씨의 주장에 동의하는 분위기였고, 다들 그의 지식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어떻게 이러한 내용을 다 아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정기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잡지를 구독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다른 국가의 친환경에너지 사례도 시간이 날 때마다 분석하고 있지요. 저기 태양열 발전소를 보세요. 이거 사실 시민들의 힘으로 만든 겁니다. 친환경 마을의 구체화를 위해 저는 끊임없이 잡지 및 친환경 서적들과 항상 씨름해오고, 지방정부에다가 구체적 자료를 바탕으로 매번 탄원서를 제출했지요. 기자 양반, 한국에서도 꿈은 실현 가능해요. 당신이 조국을 생각한다면, 에너지 관련 서적들을 읽고 시민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친환경 전기구조에 대해 고민해보세요.아 그리고, 지난번 어떤 단편영화 감독이 와서 우리 마을의 상황을 찍은 필름도 있어요. 제목은 <로비 없는 할아버지(Opa ohne Lobby)>인데 1분 30초 정도의 짧은 영상이죠. 독일어 많이 나오지 않으니 한국에도 우리 마을 상황을 홍보해주세요."

뒤이어, 하트무트씨와 카펠레씨 동생 분도 동석하면서, 30년간의 마을역사까지 들을 수 있었다. 하트무트씨는 마을의 이장이기도 했다. 이 세 명은 옛 소련 군사기지의 환경오염실태에 대해 지방정부에 탄원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했을 뿐만 아니라, 1989년 평화혁명 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지금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들은 시민들이 환경오염문제 및 문화파괴 문제에 직면해 어떻게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와 소통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프로심의 노천채굴 사례에서 보듯, 이제 친환경에너지 고민은 전세계가 겪는 문제다.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밀양 송전탑 설치 논란이나 원전 마피아 문제는 사안은 다르지만 시사점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고민과 밀양송전탑대책위가 제시하는 대안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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