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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2월 공사하는 모습
 지난 2월 공사하는 모습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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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덜. 드르륵 드르륵 덜덜덜 드르륵 드르륵'

"아빠 지난 여름에 도로 파헤쳤잖아요. 그런데 또 파요?"
"우리나라는 항상 공상 중이야. 우리 동네도 대한민국이니까. 공사 중이지."
"이해가 안 돼요. 공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공사해요. 저 소리만 들어도 이젠 싫어요."
- 2월 1일 "아빠! 1년 만에 길을 또 파헤쳤어요?" 기사 중 일부

지난 2월 1일에 쓴 기사 일부 내용입니다. 그리고 다섯 달만에 똑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지난 주부터 들려오는 '덜덜덜. 드르륵 드르륵' 소리는 더위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합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공사공화국'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어떻게 다섯 달만에 도로를 다시 파헤치는 것입니까?

2월 파헤친 도로를 또 파헤치고 있습니다.
 2월 파헤친 도로를 또 파헤치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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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른들 참 이상해요."
"아빠도 이상하지."
"아니 아빠도 이상한 것은 아니에요."
"그럼 왜 어른들이 이상하다가 생각하니?"
"저번에도 도로를 파헤쳤는데 또 파헤쳐요."
"그렇지 지난 2월이었지."
"그럼 몇 달 만에 파헤치는 거예요?"

"계산해보렴."
"음... 다섯 달요."
"맞다. 다섯 달."

지난 2월에도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막둥이는 지금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른들이 당연히 이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생각으로는 지난해 여름부터 1년새 같은 장소를 두 번이나 파헤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2월 파헤쳐진 도로 모습. 이 도로를 다섯 달 만에 또 파헤치고 있다.
 지난 2월 파헤쳐진 도로 모습. 이 도로를 다섯 달 만에 또 파헤치고 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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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달 만에 다시 파헤친 골목길
 다섯달 만에 다시 파헤친 골목길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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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헤쳐진 길은 막둥이가 학교갈 때마다 지나가는 골목길입니다. 막둥이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심심하면 파헤치는 어른들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얼마나 위험하겠습니까? 지난 화요일(16일) 막둥이와 함께 길을 걸어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빠 우리나라는 돈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니?"
"보세요. 1년에 두 번씩이나 같은 장소를 파헤치잖아요. 이런 일도 돈이 들어갈 것인데. 돈이 없으면 어떻게 공사를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 돈 많지."
"이런 일에 돈 쓰지 말고, 다른 일에 돈을 쓰면 안 돼요?"
"어떤 일에 돈을 쓰면 될까?"
"응... 가난한 사람들 도와주면 얼마나 좋아요."
"좋은 생각이구나."

"하지만 이런 일은 별로 돈이 안 들잖아요.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에 수십 억을 퍼부었잖아요."
"수십 억이 아니라 22조 원."
"22조 원. 그게 얼마예요?"
"아빠도 솔직히 22조 원이 얼마가 되는지 잘 몰라."

다섯 달만에 같은 자리를 파헤치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막둥이.
 다섯 달만에 같은 자리를 파헤치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막둥이.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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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언제쯤 막둥이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4대강이 비하여 골목길 공사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티끌모아 태산입니다. 100만 원이라도 그 100만 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시민들 피와 땀이 배인 고귀한 돈입니다. 그 돈 허투루 쓰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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