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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17일 특위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순행하길 바라는 충정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김현 의원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17일 특위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순행하길 바라는 충정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김현 의원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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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현 민주당 의원이 눈물을 흘렸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을 사퇴한다고 선언하면서다. 17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선 김현 의원은 준비한 회견문을 꺼내들고 읽기 시작했다. 

"진실은 검은 손으로 가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첫 문장을 읽자마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전날(16일)까지만 해도 단호하게 지키겠다던 국조 특위 자리를 내려놓으려니, 설움이 복받친 듯 보였다. 김 의원은 16일 새누리당의 불참속에 '반쪽짜리'로 열린 국조 특위 전체회의에서 사퇴 불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국민이 부여한 국정조사특위 위원 권리를 어떤 상황이 도래하더라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룻만에 김 의원은 "억울하고 분하다"며 사퇴 결심을 밝혔다. 김 의원이 회견문을 읽으면서 울음을 참아내는 동안 기자회견장에는 침묵이 흘렀고, 곁에 있던 진선미 의원과 정청래·박영선 의원이 김 의원의 어깨를 다독였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를 더 이상 늦추는 것은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는 새누리당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며 "국조가 순행하길 바라는 마음에 사퇴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그 동안 국정원 국정조사의 전제조건으로 김현·진선미 의원의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직 사퇴를 요구해왔다. 두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김아무개씨와 새누리당에 의해 지난해 12월 '집단적 감금' 등 혐의로 고소·고발됐다. 현행법상 어떤 의원도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참여할 수가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은 이제 증인채택·일정·현장방문 등 국조를 진행하기에 억지를 부릴 단 하나의 건수도 없다"며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저와 진선미 의원이 사퇴하면 국조가 원활히 진행될 것이라 말해 온 만큼 사소한 시비, 말꼬투리 잡지 말고 국조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현·진선미 의원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과 사퇴 회견문이다.

"-2 요구하는 자들에게 +2 보여주자... 백의종군할 것"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17일 특위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순행하길 바라는 충정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김현 의원이 울먹이자 진선미 의원이 다독이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17일 특위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순행하길 바라는 충정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김현 의원이 울먹이자 진선미 의원이 다독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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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처음 사퇴를 결정했나.
진선미 : "사실은 처음부터 고민되지 않았겠나. 많은 분들이 국정원 국정조사 진행을 바랐지만 (김현·진선미 의원 사퇴와 같은) 새누리당 요구가 부당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국정조사를 통해서 조금 더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길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 온 3개월을 되돌아보면 지금 이런 국면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문을 걸어 잠그고, 떼쓰는 아이처럼 행동하니 문을 열어야 할 것 아닌가. 오히려 내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더 담담하고 아주, 흔쾌히 결정했다. '-2(김현·진선미 의원 사퇴를 의미)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2를 보여주자'라는 생각으로 진정한 백의종군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김현 : "결심은 늘 했다. 줄다리기 할 때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다가 한 쪽이 놓으면 쓰러지지 않나. 그게 7월 17일인 것이다."

- 어제까지만 해도 강경했는데. 오늘 갑자기 발표한 계기는.
진선미 : "(이번 사건을 두고) 유일하게 언론이 쓴 건 '사퇴 거부로 또 파행'이란 표현이었다. 점점 더 나아가서 이게 무슨 계파, 친노라는 말도 되지 않는 용어들로 마치 논쟁이 있다고 (보도했다)…. 여러분 아니지 않나. '(사퇴하는 게) 억울한 건 알지만 국정조사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민주당 안에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내 그런 요구 했던 이들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 나도 매일 밤 잠 못 이루고 고민하는데…. 이걸 고민하게 한 새누리당을 나무라야 한다."

김현 : "이번 사안은 국민들의 큰 관심에 비해 언론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국조 특위 위원 문제'가 생기니까 전 언론이 관심을 갖기 시작됐다. 고맙다. 그 관심이 국민들에게 전달돼서 (국민들이) '왜 진선미·김현 빼라고 하나'하고 사건을 들여다보게 했다. 이처럼 이번 사건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도록 저희들이 지금껏 활동을 전개 한 것이다.

(언론은) 갈등 조장 기사를 더 이상 양산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소한 국정원 국정조사를 위한다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축소·은폐 됐는지 보도해주길 바란다. 새누리당이 말한 것을 지나치게 그대로 인용 보도하거나 있지도 않은 당내 갈등을 부추기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당에) 반항, 저항하지 않았다. 저희는 위원으로서 어떻게 하면 국정원 국정조사를 효과적으로 홍보할 것인가에 역점을 두고, 새누리당이 가장 아파하는 게 뭔지, 청와대가 가장 불쾌해 하는 것이 뭔지 검토하고 대응해왔다."

- 새누리당에 한마디 한다면.
김현 : "새누리당 측 국정조사 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7월 3일부터 7일까지 중국을 다녀왔다. 그러면서 국정조사를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우리를) 지속적으로 공격한 것, 유감스럽고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한다. 또 '국정원 여직원 인권침해'에 대해서 사실관계를 검증하지 않고 지금까지 덮어씌우기 한 것, 새누리당에서 관련 발언한 의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요구한다. 이제 증인 채택과 기관 보고, 현장 방문 등 앞으로 진행될 모든 일정 중 새누리당이 억지 부릴 수 있는 건 없으니 사소한 것에 시비를 걸거나 말꼬투리 잡지 말고 국정조사에 잘 협조하길 당부한다."

[김현 기자회견문] "진실은 검은 손으로 가릴 수 없다"

국가정보원 댓글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 민주당 김현입니다.

지난 1961년 5월 16일 당시 44세였던 박정희 육군소장은 혁명이라는 미명아래 총칼로 정권을 찬탈했습니다. 바로 5·16 군사 반란이고 5·16 군사 쿠데타입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박정희 군사독재 17년, 중앙정보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국민들을 짓밟고 억압했고, 민주와 자유, 민생과 평화를 외치는 많은 분들을 탄압했습니다. 그들의 임무는 오직 군사독재정권을 뒷받침하는 것이었습니다.

1980년, 우리 국민은 피와 눈물로 박정희 군사정권을 끝장냈습니다.

그러나 전두환·노태우 두 군사정권의 후예의 비호 속에, 중앙정보부는 국가안전기획부라는 이름으로 그 악행이 숨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권불십년이요 화무십일홍입니다. 그들의 악행은 민주정부 10년 동안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그들에게 억울한 탄압을 받고 모욕받으며 사찰을 받던 국민들은 명예를 되찾았습니다.

2008년, 우리는 역사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집사와 같은 원세훈을 국가정보원장으로 취임시켰습니다.

국정원은 국가댓글원이 되었고, 민주정부가 국민에게 돌려드린 국가정보원은 다시 정권을 보위하고 권력을 유지하는 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국민을 불법으로 사찰하고, 국가 원수를 선출하는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헌정을 파괴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다시 중앙정보부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어둠에 묻혀버렸습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되어 있습니다.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단 한사람이 존재하는 한 세상엔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비밀은 없습니다.

자칫 수면 밑으로 묻힐 수 있었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은 양심있는 언론인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용기에 힘입어 저와 진선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국정조사까지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진실도, 정의도, 국민의 뜻도 원하지 않았습니다. 저들은 오직 자신들의 안위와 추악한 권력만을 원할 뿐입니다. 저들은 국민이 명하신 진실 규명의 소임을 저희들에게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100미터 트랙을 달리고 있는 선수 앞에 튀어나와 선수 교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억울하고 분합니다. 정세균 의원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외쳤다고 독도 수호대에서 빠지라는 저 억지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일본 극우파도 이러지는 못할 것입니다. 저희들은 개인적으로 이런 부당한 요구에 굴복하고 싶지도 않고 굴복할 수도 없습니다.

오늘 저희들은 나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가정보원의 저 헌정유린과 국기문란 국정조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더 이상 늦추는 것은 국정조사를 무산시키려는 새누리당의 의도에 말려드는 일일 뿐입니다. 그래서 당의 지도부와 상의하고 당내외의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국가정보원 댓글의혹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직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오직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발목잡기에서 벗어나 순행하길 바라는 충정에서 사퇴합니다. 오직 나라를 위한 저희들의 결단입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국정조사 특위위원의 직함만 내려놓을 뿐이며, 진실 규명을 위한 임무를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국민과 함께 국정원 불법정치개입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모든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할 것이며,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을 보다 신속하게 전해드릴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사건의 배심원이자 재판관이십니다. 이번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실 마지막 희망의 촛불이십니다. 저는 오직 국민만을 믿고 사는 정치인일 뿐입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국민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국민여러분의 진실을 향한 열망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선미 기자회견문] "떼쓰는 새누리당, 사탕은 이번이 마지막"

세 가지만 말씀 드리겠다.

첫 번째는 감히 그 경지를 넘보진 못하겠지만 너무나 엉뚱한 제척파동을 맞으면서 끊임없이 되내였던 문구가 있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이다. 용맹가운데 가장 큰 용맹은 옳고도 지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민 여러분 걱정하시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사건 국정원 대선개입에 관련된 관계자는 걱정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실규명에 대한 의지와 의욕이 넘친다. 새로운 시작이다.

세 번째다. 새누리당이 떼쓰는 것을 사탕으로 달래주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태그:#김현 사퇴, #진선미 사퇴, #국정원 국조특위, #새누리당, 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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