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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일 오전 첫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했다. 신기남 특위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국정원 국조특위, 국정조사계획서 채택 국가정보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일 오전 첫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조사계획서를 채택했다. 신기남 특위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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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기일이 15일로 딱 한 달 남았다. 여야는 지난 2일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사상 첫 국정조사에 들어갔지만, 지난 14일 동안 파행만 거듭했을 뿐이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는 애초부터 제기됐다. 국정조사가 지난 1987년 부활된 이래 총 22차례 열렸지만 국정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채택된 건 총 7차례 뿐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종료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위'까지 포함해도 8차례에 그친다. 여야가 상당수 국정조사에서 각자의 목적에 맞춰 정쟁만 반복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원 국정조사가 이처럼 표류하게 된 데는 새누리당의 책임이 더 크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를 앞두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문제를 재점화시켰다.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국정원 사건의 본질과 관계 없는 여직원 불법감금 의혹을 집요하게 따지고도 나섰다. '감금' 의혹은 현재 김현·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국정조사 특위 위원직 사퇴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 모두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 태어나서는 안 될 사람)' 발언도 적극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민주당 전체의 문제로 엮어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대선 불복'으로 연결시켰다.

[NLL 논란] '재활용'한 회의록 논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동급'으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열람을 앞두고 15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열람위원 상견례에서 최경환 운영위원장과 새누리당 황진하 간사, 민주당 우윤근 간사가 국가기록원에 제출할 보안각서와 운영위 요구 보안서약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열람을 앞두고 15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여야 열람위원 상견례에서 최경환 운영위원장과 새누리당 황진하 간사, 민주당 우윤근 간사가 국가기록원에 제출할 보안각서와 운영위 요구 보안서약에 서명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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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과 연계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하 회의록)' 문제는 검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재점화됐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당시 민주당 소속 박영선 법사위원장의 '새누리당-국정원 회의록 공모설' 의혹 제기를 계기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부각시켰다. 당시 박 위원장은 "단적으로 얘기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대선 때 우리 편이 아니었다"면서 회의록 문제를 거론한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에 반박하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서상기 정보위원장 등 새누리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국정원으로부터 회의록 발췌본 등을 넘겨받아 '단독' 열람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NLL 국정조사'까지 주장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국정원도 직접 움직였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조직의 명예"를 명분으로 회의록 전문을 무단 공개했다.

역풍도 불었다. 언론 보도로 희의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민주당의 '권영세 주중대사 녹취록' 폭로와 김무성 의원의 비공개 회의 발언 유출 등으로 새누리당의 '회의록 대선 전 입수'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로 인해 새누리당은 '버티기' 전략을 접고 국정원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물타기' 의도는 결과적으로 통한 것이나 다름없다. 국정원 사건과 별개로 '회의록 논란'은 주요한 정국의 의제로 떠올랐다. 여야가 위법 논란까지 무릅쓰며 국가기록원의 회의록 원본 등을 공동 열람하기로 했지만 이번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여부에 대한 여야의 시각이 판이하게 다른 만큼,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 될 공산이 크다.

[여직원 감금 의혹] 타협 없는 사퇴 촉구... 민주당의 '내부 분열'까지 야기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위원인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10일 새누리당의 자진 사퇴 요구에 거부의사를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위원인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이 10일 새누리당의 자진 사퇴 요구에 거부의사를 밝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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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또 다른 '물타기' 전략은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불법 감금' 의혹이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당시 불법 댓글을 단 의혹을 받는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앞에서 진을 치고 '감금'해 인권을 유린했다는 주장이다. 앞서도 새누리당은 "여직원 불법감금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면서 민주당의 국정조사 실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국정조사 실시를 합의했을 때도 이 문제를 국정조사 범위 안에 포함시켰다.

이 문제는 현재 특위위원 '제척사유' 공방으로 번졌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공전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위원직 사퇴를 연일 촉구하며 국정조사 특위를 멈춰 세우고 있다. 이들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사건과 관련된 피고발인 신분이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상 제척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법률에 따르면 "의원은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안에 한하여 감사 또는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민주당은 두 의원이 새누리당의 고발에 의해 피고발인 신분임을 된 점을 지적하며 사실상 국정조사를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물귀신' 작전까지 폈다. 새누리당 이철우·정문헌 의원은 지난 9일 국정조사 특위위원직을 사퇴하며 "검찰 수사를 받는 직접적 당사자로서 두 위원(김현·진선미)도 특위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전직 국정원 출신으로, 정 의원은 NLL 의혹 당사자로서 민주당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었다.

새누리당은 이날(15일) 역시 국정조사 표류 이유를 이들의 사퇴 거부로 들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특위가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의 사퇴 거부로 파행을 겪고 있다"며 "민주당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민주당 측의 '감금' 혐의를 인정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원내수석부대표는 "검찰은 민주당 측이 여직원의 오피스텔에 경찰, 선관위와 함께 있었던 시점까지는 합법성이 인정되지만 경찰 등이 '강제 압수수색이나 체포는 불가능하다'고 돌아간 후부터는 합법적 영역을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김현, 진선미 의원은 감금사건의 이해당사자"라고 강조했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 역시 TBS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 "(김현·진선미) 그 분들은 어떻게 보면 당사자이신데 조사위원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야당이 분명히 문제가 있음에도 계속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제척 없이는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현재 그렇다"고 답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특위 위원 제척 문제에 대해 타협 없는 강공을 펼치면서 민주당은 '적전분열' 양상까지 빚고 있다. 당 지도부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며 두 의원의 특위 위원직 사퇴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지만 당내 강경파는 새누리당의 의도에 말려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귀태 발언] 새 정부 정통성 논란 차단 효과... 대야 공세 계속 이어가

새누리당이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발언을 이유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열람 등 원내 일정을 전면 취소한 가운데 홍 의원이 12일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발언을 이유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열람 등 원내 일정을 전면 취소한 가운데 홍 의원이 12일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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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민주당 측의 '귀태' 발언 파문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의 '막말'을 정면 부각시켜 국정원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새 정부의 정통성 논란을 차단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2일 국회 일정 보이콧이란 초강수를 통해 발언 당사자인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사과 및 대변인직 사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유감 표명까지 얻어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날 역시 민주당의 '막말'을 재차 강조하며 대야 공세에 나섰다. '귀태' 발언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대여 공세 자체를 '막말'과 '대선불복'으로 연결시켜 무력화 시킨 셈이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아직도 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면서 "귀태 망언 이후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히틀러 학살 발언이 있었고 어제는 이해찬 전 총리도 막말 발언에 합류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경협 의원은 지난 13일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에서 "마치 히틀러가 나치세력의 결집을 위해 유태인을 집단 학살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강제해산을 비판한 바 있다.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충청권 당원보고대회에서 "(국정원 사건에 대해) 자꾸 비호하고 거짓말하면 오히려 갈수록 당선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자꾸 늘어나게 되는 것", "옛날 중앙정보부를 누가 만들었나,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라고 말한 바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이날 민주당의 '대선 승복' 선언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어렵게 국회 정상화에 합의한 만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국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막말, 저주성 폭언을 중단하라"며 "민주당 당 지도부는 막말 정치 중단 선언과 함께 대선 결과 승복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도 이날 최고위에서 민주당의 당원보고대회 정책홍보물을 제시하며 "정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흑색선전 뿐"이라며 "이는 향후 법적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민주당은 정책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흑색선전을 무차별 배포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새누리당 초선의원 76명은 이날 오후 이해찬 의원의 발언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들은 "이해찬 전 총리는 '당선무효' 운운하며 대선 불복을 조장하는 행위는 국민을 통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분열시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운영원리를 부정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또 "전직 총리까지 지내신 분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는 식의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선배정치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막말을 한 것"이라며 "일국의 대통령(박근혜 대통령)을 '당신'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초선의원에게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태그:#국가정보원 대선개입, #국정원 국정조사, #여직원 감금, #NLL, #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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